프랑스 소르본누벨 파리3대학 Universitè Sorbonne Nouvelle Paris 3

  딱 1년 전 이맘때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프랑스 땅을 밟았다. 그때의 나는 참 순진해서, 교환학생으로서 살아갈 하루하루는 날마다 새로울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일단 이 답답한 한국의 일상을 벗어나면 새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았다. 그러나(당연한 말이지만) 프랑스에서든, 파리에서든, 그 어느 곳에서든 일상은 계속된다. 학교에 가서 수업ㄷ을 듣고 끼니마다 밥을 먹고 어제 만났던 사람을 오늘도 만나는 것이다. 교환학생을 통해서 맛본다는 소위 '인생경험'도, 매일매일에 충실한 자에게 더 빛나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왜 더 적극적이지 못했나, 왜 더 치열하게 시간을 보내지 못했나, 왜 더 즐기지 못했나 - 이런저런 아쉬움과 자책도 남았다. 그럼에도 내가 한 학기의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프랑스어에 대한 자신감과 파리라는 잊지 못할 도시에 대한 기억이다. 
  나는 고등학교에서부터 프랑스어를 배웠고 좋아했으나 말하기에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프랑스의 여행지에서, 홈스테이 가정에서, 강의실에서, 식당과 가게에서 프랑스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프랑스어로 과제를 할 때는 한국에서보다 몇 배 힘들었지만, 좋은 점수를 얻었을 떄 몇 배로 뿌듯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가서 나의 전공인 프랑스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또 한편, 11월의 테러를 통해 파리가 더이상 낭만과 사랑의 도시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파리사람들의 성숙한 의식과 의연함을 배우기도 했다. 홈스테이 가정의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조심하되 두려워하지는 말자고 했다. 프랑스문학사 시간의 교수님은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말했다. '네가 살 수 있는 삶으로 이 사건을 기억하라'는 메시지였다. 학생들은 학교 마당에 모여 1분간의 침묵 시간을 가졌다. 추모의 벽에 놓인 촛불과 꽃 ,여러 언어로 쓰인 추모의 메시지들, 그곳을 지나던 학생들의 눈물을 잊지 못할 것이다. 
  출국 전에 나는 파리는 더럽고, 불친절하고, 오만하다는 편견으로 두렵기도 했다. 인종차별과 소매치기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겪지 못했다고 해서 인종차별이나 소매치기가 없다는 것도 아니다. 나는 겨우 한 학기를 살았을 뿐이다. 그러나 "If you are lucky enough to have lived in Paris as a young man, then whatever you go for the rest of your life ,it stays with you, for Paris is a moveable feast."라는 헤밍웨이의 문장처럼, 내가 스물 두 살에 짧게나마 머물렀던 파리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다. 집을 나서면 숨쉬듯 자연스럽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었고, 때로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나 자신을 온전히 돌아볼 수 있었다. 파리에서의 한 학기는 이처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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