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점거농성 40일째(5일 기준). 1일 개강을 맞았음에도 사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최경희 총장은 "책임지고 수습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지만, 농성 학생들은 "사퇴로써 사과해야 한다"며 본관 점거를 풀지 않고 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사태 해결의 방향에 대해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본지는 다양한 연령대의 재학생부터 졸업생까지 6명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글=전샘 기자 rkddkwl822@ewhain.net, 취재도움=강희조 기자 heejo129@ewhain.net, 장운경 기자redsea7539@ewhain.net, 유현빈 기자 heybini@ewhain.net, 권소정 기자 bookjr@ewhain.net

 

졸업생 ㄱ(08년졸)씨 "사퇴 후, 학내 구성원의 소통 위한 정책 마련해야"

  총장 사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관 점거 농성 초반에 학교와 학생 간 대치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없이 ‘최후의 수단’인 공권력을 이용하려 했다는 점이다.

  또한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진정한 사과나 학생들과 대화 하려는 모습이 아니라 보여주기 식에 그쳤다는 점이 실망스럽다. 경찰 병력 투입과 관련해서도 경찰 병력 숫자를 몰랐다 한들 변명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많은 경찰들이 왔을 때 총장은 어디 있었는가. 학생들을 구하려고 하거나 상황을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총장의 대화 방식 또한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최근 대화 자리도 학생들과 문제점에 대해서 진심을 다해 논의한 게 아니라 해명만 늘어놓은 식이라고 들었다. 본인의 입장만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려고 하는 태도는 대화하려는 사람의 태도라고 볼 수 없다.

  최 총장이 사퇴한 이후에는 우선 어수선한 학내 분위기를 수습하고, 본교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할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정책을 진행함에 있어 의견 교환이나 소통의 자리가 거의 없었으므로, 차기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진행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졸업생 ㄴ(67년졸)씨 "총장은 자리를 지켜 현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총장 사퇴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 사태는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진 것이다. 학생들은 형사처벌, 학내처벌 등 면책을 요구하면서 총장에게는 사퇴만이 답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자신들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모습으로 보이고, 현재 학내 상황을 두고 총장이 물러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찰 1600명 학내 투입에 대해서는 투입 인원을 전혀 몰랐고 경찰 병력 요청을 직접 하지 않았다는 총장의 주장을 믿는다. 총장이 여러 사람 앞에서 공식적으로 말한 만큼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총장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선출’된 것이다. 되고 싶다고 된 것이 아니기에 맡은 이상 책임 져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학생들은 소통을 위한 학교의 노력을 이해하고 학생의 본분을 지켜, 학교는 학생들이 본분인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개선책을 이미 마련한 상태다. 이제는 학생들이 협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점거농성 초반에는 학생들이 미래대 철회를 요구했고 이후 해당 사업이 철회됐으면 점거를 종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거에 시행된 사업 및 정책을 언급하며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재학생 ㄷ씨 "총장 사퇴는 현 상황 수습 이후" 

  경찰 1600명이 이 시대에 캠퍼스에 들어온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최 총장의 잘못이다. 또한 학생들이 시위 과정에서 다소 과격했다 하더라도, 경찰이 학내 진입하도록 허용한 것은 과도한 처사였고 잘못된 판단이었다. 최 총장은 이후 그에 맞는 책임을 응당히 지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당장 사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극에 다다르게 된 것은 최경희 총장 한 사람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애당초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할 제도가 부재했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최 총장의 사퇴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현 상황을 수습하고 제도를 어느 정도 안정시키는 것이다. 

  최 총장이 아닌 다른 교수가 총장 자리에 앉더라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얼마든지 있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이나 학내 중요사안 결정에 있어 학생 의견을 일정 기간 이상 수렴하는 제도적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총장의 사퇴는 절차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을 확립한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졸업생 ㄹ(16년졸)씨 "현 시점의 총장 사퇴는 학내 혼란만 가중"

  지금 총장이 사퇴하게 된다면 학내에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최 총장의 뒤를 이을 총장 후보도 없고, 최 총장이 추진하던 사업들이 급히 끊기면 그에 대한 여파도 있을 것이다. 지금 총장이 사퇴한다면 학생들에 의해 쫓겨났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을 것이다. 이는 차기 총장이 앞으로 학생의 눈치를 보게 될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총장에 따르면 경찰병력 1600명을 직접 요청한 것이 아니다. 경찰 병력이 학내에 들어왔다는 사실만 확실하지, 최 총장이 경찰병력을 불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 경찰병력 투입에 대한 정황상의 증거로 총장 사퇴를 요구하기엔 무리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학내 민주적 제도 확립도 중요하지만 행정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장 사퇴 이외의 방법으로 타협할 필요가 있다. 
 

  총장의 사퇴보다는 평의원회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의원회 내 학생 인원을 늘려 학생들의 의견 비중을 높여야 하며,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된다면 학생과 교원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제도적으로 마련됐으면 좋겠다.

 

재학생 ㅁ씨 "경찰 투입으로 학생안전 위협한 총장 신뢰할 수 없어"

  총장은 대학교와 교수, 특히 교수를 대표해 학교의 모든 일을 책임지고 실행하고 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최경희 총장은 그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경찰을 투입해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학생들을 범죄자로 몰았다. 1600명 경찰병력의 규모와 투입 경위에 대해서도 일관되지 못한 주장을 하고 있다. 최 총장은 경찰병력 투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입장을 번복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런 일은 정상적인 교육 행위가 이루어지는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학생과 교수들의 신임을 잃은 최 총장은 사죄와 더불어 총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현재 총장의 소통방식과 대응방식 역시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학생과 학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문제 해결의 의지 없이, 총장직 사수와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 총장은 사퇴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의 말을 전해야 할 것이다.

  총장 사퇴 이후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충분한 검증을 통해 차기 총장을 선출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졸업생 ㅂ(86년졸)씨 "총장 사퇴 후, 불통행정 막는 협의책 마련해야"

  최경희 총장은 13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교내에 학생을 대상으로 경찰 진입을 허용했다. 내가 재학할 당시에도 경찰이 교내로 들어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1600명 병력 규모는 몰랐다’는 최 총장의 해명은 한 학교의 관리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저버린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들어왔든지 간에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경찰 진입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차례 학생과 불통했다는 것을 들었다. 대학의 개방화와 재교육은 찬성하지만 이에 대해 소통 없이 불투명하게 진행했다. 신임 총장 선출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 후 사퇴를 전제로 하고 현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 총장이 사퇴한다고 해도 앞으로 이와 비슷한 불통의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는 어떤 사안이든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의결기구 혹은 학생과 학교가 대화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의체가 만들어진다면 졸업생도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돼 함께 의논하고 싶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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