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시간표 사이트 ‘타임테이블’(timetabl.com)이 11일(일) 폐쇄될 예정이다. 타임테이블은 2005년 연세대 재학생이 만든 사이트로 11년째 운영되고 있다. 타임테이블은 시간표 커뮤니티 중 가장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이용하기 쉬워 본교생들에게 ‘필수 사이트’로 입지를 다졌다. 반면,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 타임테이블 내 익명 자유게시판 ‘놀이터’의 악질적인 게시글로 마음고생 하는 일도 많았다. 여성 비하로 뒤덮인 놀이터는 본교생에게 ‘없어져야 할 게시판’으로 여겨졌다.

  놀이터에서는 타임테이블이 개설됐을 때부터 10년 이상 여성 비하가 이뤄졌고 특히 ‘여자대학생’인 본교생을 향한 근거 없는 비난과 욕설 및 성희롱이 난무했다. “졸업 전에 이대생과 꼭 자보고 싶다” 등 심각한 성희롱과 여성 비하를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타임테이블 운영자는 엄격히 제재하지 않았다. 이송(영문·15)씨는 “새내기 OT를 갔을 때 선배들이 시간표는 타임테이블로 짜라고 했지만, 놀이터는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무대응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본교생들은 놀이터 내 여성 비하를 10년 넘게 참아왔지만, 7월21일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터뜨렸다. 이전까지 놀이터에서 이어졌던 여성 비하를 ‘미러링’(mirroring)으로 갚은 것이다. 미러링은 거울에 비추듯 상대가 사용하는 표현과 언어를 그대로 돌려주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일명 ‘타임테이블 사건’이라 불리는 이 일은 트위터(twitter.com) 등 SNS에서 전파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타임테이블’이라는 키워드로 같은 시간대 검색 순위인 ‘실시간 트렌드’에 오를 정도로 타임테이블 내 여성 비하 발언은 공론화됐다.

  10년의 여혐에 대항한 첫 ‘반발’은 운영자가 놀이터를 폐쇄함으로써 4일 만에 막을 내렸다. 타임테이블 사건이 일어난 지 4일째, 운영자는 7월25일 경 타임테이블을 8월10일 오전10시에 폐쇄하겠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그는 “특히 여성과 여대를 향한 조롱과 음담패설 등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며 “일부 사용자의 탈퇴처리로 자정 작용을 기대했지만 많은 피해자가 지속해서 발생해왔다”고 밝히며 앞으로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사이트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글로 그간 운영자의 놀이터 상황에 대한 방관적 태도와 해결방안으로 폐쇄를 결정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운영자가 그동안 게시판 문제를 자각하고 있었음에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다가 사이트 폐쇄로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운영자는 개강 후 수강 정정 기간 등 사용자들의 의견을 고려해 사이트 폐쇄는11일(일)로 미뤘지만, 방관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안혜주(환식공·16)씨는 “타임테이블 운영자가 지금까지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손 놓고 있다가 본교생들이 반발하자 이제 와서 사이트 폐쇄로 무마하려는 것 같아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의평가 데이터 자료인 수업이야기는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이화이언(ewhaian.com)에 이관한다는 공지가 타임테이블에 게재됐다. 이에 대해 타임테이블에서 온라인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타임테이블 관계자는 “이화이언 측 관계자로부터 이관에 대해 문의를 받았지만, 아직 합의하지는 않았다”며 “소수지만 반대 의사를 보인 분들이 있어 전반적인 여론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화이언 관계자는 "현재 운영진 내부에선 시간표 기능 추가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이관은 찬반투표에 따른 이용자들의 여론에 달려있다"며 "이화이언 데이터 베이스 이관 및 자체적인 시간표 기능 개발과 관련해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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