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수석 합격한 이샛별씨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주말을 제외한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11시까지 학교와 독서실만을 오간 이샛별(경영·13)씨는 3월25일 공인회계사(CPA) 1차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8월2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CPA 2차 시험도 수석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1년 6개월간의 노력 끝에 CPA 수석 합격자의 영예를 거머쥔 그를 1일 ECC B215호에서 만났다.

  “사실 2차 수석은 기대도 안 하고 있었어요. 1차 때는 잘 봤다는 예감이 있어서 수석 합격 전화를 받고 마냥 좋아했어요. 그런데 2차 시험은 잘 봤다는 느낌이 없고 떨어질 줄 알았기 때문에 1차 시험과 착오가 있어서 연락한 줄 알았어요.”

  그가 CPA 준비를 시작한 계기는 경영대학에서 열린 CPA 데이 행사였다. 이씨는 그곳에서 대형 회계법인의 파트너로 근무하는 회계사 선배를 보고 회계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2학년을 마친 그는 휴학을 결정한 후 CPA 준비를 시작했다. 만 20살에 CPA 준비를 시작한 이씨였지만, 그의 성실한 태도를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을 건넸다.

  1차 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했지만, 이는 그에게 독이 되기도 했다. 2차 시험을 준비하며 자만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A4 용지에 ‘자만하지 말고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열심히 하자’고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씨의 부모님은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버팀목이었다. 응원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그의 성격 때문에 그의 부모님은 늘 뒤에서 묵묵히 그를 지켜봤다. 독서실을 다닐 때도, 학교에 다닐 때도 그는 항상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가져갔다. 오전7시에 일어나서 공부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딸을 위해 어머니는 오전6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만들었다.

  “수험기간 동안 가장 큰 힘이 된 분은 부모님이에요. 평소에 저를 위하시느라 자신은 꾸미지 못하셨는데, 어머니에게 가방을, 아버지께 구두를 하나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성실하게 생활한 그에게도 1차 시험을 준비하던 작년 여름에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는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친구를 만나고 1박2일 여행을 갔다 왔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그 동안의 힘든 점을 털어놓은 후, 다시 시험 준비에 전념했다.

  시험 준비 기간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외로움’이었다. 주변 친구들은 교환학생을 가며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고 있을 때, 혼자 독서실에 있던 그는 자신만 멈춰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런 그를 잡아준 것은 의지였다. 한번 시작한 공부는 반드시 끝을 내야 한다는 그의 의지는 그가 CPA 수석 합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체력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선천적으로 체력이 좋은 이씨는 1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큰 무리를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2차 시험 때는 스스로 몸이 지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보다 의지로 버티는 것을 선택했다. 2차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CPA 준비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과목으로 1차, 2차 시험 공통과목인 재무관리를 꼽았다. 정형화된 기준서가 없어 어떤 문제가 시험에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재무관리 과목의 특성 때문이었다. 이러한 재무관리의 특성 때문에 수없이 많은 유형의 문제가 나올 수 있어, 이론을 각각의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씨는 이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인 재무관리를 정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재무관리를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부었어요. 하루에 공부한 시간을 10이라고 하면 3 정도를 재무관리에 투자했어요. 1차 때는 재무관리가 비교적 쉽게 출제가 되기 때문에 기초를 탄탄히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2차 같은 경우에는 재무관리 문제 유형을 모두 암기해서 시험장에 들어갔죠.”

  CPA 합격은 그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줬다. CPA 합격 전의 이씨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학점관리나 자격증 공부처럼 남들이 하던 것들을 따라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한다.

  “우선, 영어권으로 교환학생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CPA 준비를 할 때, 교환 가는 친구들을 보며 저도 교환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교환을 갔다 온 후에는 제가 관심이 있던 분야인 컴퓨터공학을 부전공으로 할 생각이에요. 회계 법인에 들어갔을 때도 컴퓨터공학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뛰어난 회계사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회계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학교 수업과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공정한 자본주의 사회를 위해서는 회계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들었어요. 회계사의 본질에 가까운 능력 있는 회계사도 좋지만, 공정한 자본주의 사회를 위하는 회계사가 되고 싶어요.”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CPA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이화인이라면 CPA는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에요. 시험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고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합격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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