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가 ‘간단한’ 식사의 대명사였던 시대는 지났다. 식사 대용으로 먹기 위해 빵 사이에 대충 햄과 계란만을 넣는 것이 아니라 샌드위치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다. 처음 ‘서브웨이’라는 샌드위치 전문점에 갔을 때 당황스러웠다. 일단 샌드위치의 종류도 거의 열 가지가 넘었을 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를 정한 후에도 빵 종류부터 야채, 소스까지 끊임없는 선택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서브웨이를 검색하면 ‘메뉴 추천’이라는 단어가 자동으로 완성될 정도다.

  서브웨이뿐만이 아니라 일상은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먹을지, 음식점에 가서는 어떤 메뉴를 시킬지, 음료로는 콜라를 시킬지 에이드를 시킬지, 후식으로는 무엇을 먹을지, 커피숍에 가서는 어떤 음료를 마실지 우리가 보내는 시간은 우리의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점점 더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진지해진다. 취업을 할지, 창업을 할지, 대학원에 가 공부를 계속할지, 고시 공부를 할지 심오한 인생의 과정도 내가 오롯이 결정한다.

  이렇게 선택할 것이 너무도 많은 상황 때문에 ‘햄릿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뒤로 미루거나 타인에게 결정을 맡겨버리는 성향을 의미하는 말이다. 햄릿 증후군의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결정을 미루는 것이 버릇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신조어의 등장에 발맞춰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상품은 물론 정보까지 맞춤형으로 모아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나 선택지를 입력하면 나대신 결정해주는 ‘결정의 신(神)’과 같은 어플이 등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기계가 선택을 머뭇거리는 사람을 돕는 것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결정의 주체는 남이나 기계가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결정은 결국 후회를 가져올 뿐이다. 물론 타인의 충고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분명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그들의 충고를 바탕으로 내 문제를 결정하면 완전히 내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나 역시 친구들 추천을 받고 구매한 물건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경우도 있고, 주변 사람 얘기만 듣고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너무나 힘들었던 일인 적도 있다.

  우리가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선택한 결정은 그 책임이 모두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라 결정했다고 그들이 내 선택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선택을 따른 경우 더 큰 불만족이 찾아올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졸업 연설에서 “자신의 선택을 따라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역시 주체적으로 나를 믿고 결정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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