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원회

  7월1일 언론중재위원회 신입사원이 됐다. 올 겨울만 해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일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언젠가 운이 닿는다면 오랜 꿈인 기자가 돼 있으리라 생각하며 학교를 졸업했다. 지금도 학생 티를 벗지 못한 것 같아 직장인 칼럼을 쓰기 남세스럽지만, 졸업 후 진로로 언론중재위원회를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이 글을 쓴다.

  “언론중재위원회? 기자들이 기사 잘못 쓰면 불려가는 공공기관 아냐?”

  주변 사람들에게 내 직장이 어떤 곳인지 설명하는 데만 큰 애를 먹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 보도에 대해 무료로 정정 또는 반론보도 등을 요청할 수 있는 준사법기관이다. 독립기관이라 공공기관으론 분류되지 않지만, 언론분쟁을 조정하는 공적 기능 때문에 공공기관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6시 이후의 삶이 보장된다는 점에선 공무원과 성격이 비슷하다.

  내 본래 꿈은 기자였지만 학부 시절 언중위에 꾸준히 관심 있었다. 3학년 때 ‘표현의 자유와 언론윤리’란 수업을 들은 후 언중위를 처음 알게 됐고 이후 언론법을 꾸준히 공부했다. 결론적으론 이때 해놓은 공부가 입사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지금도 위원회 정기세미나에서 최신 언론분쟁 판례, 미디어 의제 등을 공부하고 있다. 아마 이곳이 한국의 가장 따끈따끈한 언론법 흐름을 알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언론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좋은 일터가 될 것이다.

  내가 첫 업무를 시작하게 된 곳은 교육운영팀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중재나 조정 같은 법정 사업 외에도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갈등 당사자들 간의 합의를 도출해 분쟁을 해결하는 곳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정’ 과정에 관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기자, 공공기관 직원, 홍보팀 담당자 등 언제든 언론분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생들을 보며 모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학부 시절 언론법제를 공부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은 '독수의 과실'이었다. 독수의 과실이란 독이 있는 나무에서 독이 있는 열매가 열리듯, 아무리 잘 쓴 기사라도 취재 과정이 위법했다면 기자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개념이다. 학보사에서 고발성 기사를 쓰며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이 독수의 과실 이론이 기자에게 가혹하단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같은 이유에서 언론중재위원회도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기자들에게 반갑진 않은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무수한 언론매체들이 생겨나고 적법한 취재과정을 거치지 않은 기사들이 쏟아지는 요즘 원칙을 지켜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품격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언론과 국민을 잇는 다리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