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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사업 둘러싼 사회의 모순
2016년 08월 29일 (월) 남미래 편집국장 -

  본관 점거 농성이 시작된 건 정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평단사업)인 미래라이프 대학(미래대)이 본교에 신설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평단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고졸 취업자에게 고품질의 재교육 기회를 주고 학위를 수여하기 위해 추진해온 사업이다. 고졸 취업자들의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장려한다는 것이 사업의 주요 목적이다.

  이화인들은 그러나 이번 평단사업과 미래대 설립이 ‘학위장사’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가 이제껏 진행한 여타 사업도 반대에 부딪힌 적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까지 나서 사업 철회를 요구한 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대생들의 ‘학벌이기주의’, ‘학벌순혈주의’라는 비판이 아직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최고 여대라는 이대생의 자부심이 미래대 사업에 대한 반발의 원인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는 미래대가 신설이 된다면 고졸 취업자가 정시와 수시 등 정식 입
시제도가 아닌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대학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우려로 발생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아이러니하다.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예전보다 희석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학벌은 대학 졸업 후 취업, 진로 등에 있어 영향력을 가진다. 그게 아니라면 왜 아직도 입시에 대비한 각종 사교육이 성행하겠는가. 현 청년세대는 명문대 졸업장을 목표로 초중고 12년 간, 또는 그 이상을 경쟁 속에서 자랐다. 그렇게 공부해서 명문대를 졸업하면 그만큼의 ‘대가’가 있을거라며 인내심을 요구받았다.

  이렇게 학벌주의가 공고화된 사회구조 속에서 자라고 살아가는 개개인에게 ‘학벌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급진성을 요구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개별집단에게 그 책임을 묻기 이전에 진정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학벌주의 사회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단사업도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학벌주의를 강화할 소지가 크다. 고졸 취업자들에게 실용전공으로 대학교 졸업장을 따게 해 학위 접근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고, 이는 학벌주의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에는 사이버대, 방송통신대 등 고졸 취업자를 위한 고등교육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굳이 4년제 대학에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놓는 것은 오히려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일이 아닌가.

  그보다 올바른 방향은 고교 졸업자가 학위 없이도 대학 졸업자와 같은 처우를 받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고졸 취업자에게 차별적인 임금과 대우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에서 최근 발간한 서울의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 중 고졸의 평균임금은 200만2000원인 것에 반해 대졸 이상은 271만9000원으로 차이를 보인다. 

  선(先)취업을 독려하려면 고졸 취업자들에게 추후 학위수여의 기회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직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승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사회의 시선이 ‘이대생의 학벌주의’를 비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정부의 정책방향을 감시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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