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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2016년 08월 29일 (월) 최예지(경제·15) -

  “너의 문제점은,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거야.” 남자친구는 답답한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남자친구가 일어서고 난 빈자리를 보며 나는 내 생각도 말할 줄 모르는 어른이 되어버렸단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 한껏 앞으로 움츠리고 일어날 줄 몰랐었다. 소심
한 성격이 고민이라던 친구에게 자신을 좀 가지고 당당해지라며 어깨를 두드리던 나는 ‘이건 좋고, 이건 싫어. 네가 나에게 소홀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아.’ 정도의 말도 하지 못해서 실연당한 말 못 할 사연 있는 여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다. 실제로 나는 연인관계에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인간
관계, 심지어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내 의견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그때까지도 내가 똑 부러지게 나의 의견을 제시하는 줄로만 믿고 있었다는 것에 새삼 충격이었다.

  언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오글거린다’는 말이 생기고 예쁜 말로 사랑을 고백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고, ‘프로 불편러’라는 말이 생기고 불편함 혹은 불쾌함을 표현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었다. 흔히 여성
혐오 사이트에서 희롱의 대상이 되는 문구 중 하나로 “언냐들, 나만 불편해?”가 있다. 딱히 여성혐오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프로 불편러’라는 말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눈꼴 사나워진’ 세상이다. 아마 나는 눈꼴 사나운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웠고, 예민한 사람 취급 받는 것 같아 피곤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런 것들은 상관이 없다. 나는 조금 예민한 사람이어도, 남들이 모두 괜찮다 여기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어도 괜찮다. 몇몇의 친구를 잃을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며 당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없는 편이 낫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혹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에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알면서도 외면해온 사실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외면한 결과 연인관계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꼴이 되었고 그렇기에 다른 누구도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 연인관계에만 한정 짓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과 의견이 다르다면 예를 갖추되 말씀드리고,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
음에 들지 않는다고 소리쳐야 한다. 윤리와 신념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나의 뜻과다르다면 기꺼이 이야기 하고 싸워야 한다. 물론 나는 틀릴 수도 있고, 항상 옳은인간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이야기해야 한다. 파도는 바다가 썩지 않게 한다. 썩지 않기 위해 파도를 일으키길 바란다. 당신의 목소리가 세상에 파도를 일으킨다. 대화하고, 이야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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