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University of Strasbourg)

  지난 7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어학공부를 위해 그곳에 돌아가려 하고 있다. 어학연수를 갑자기 결정하게 된 것은 ‘아쉬움’과 ‘여유로움’ 때문이다. 처음엔 다른 학생들처럼 나도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싶었고, 불어 수업이나 현지 경영대 수업을 많이 들어보고도 싶었으며, 여행도 많이 하고 싶고 새로 만나게 되는 한국인 학생들과도 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파견 전 원하던 경영대에서 입학허가가 거절됐고 이 때문에 주전공도 복수전공도 아닌 경제학을 공부해야 했으며 내불어 실력으로는 원어 수업을 들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수강신청을 하는 데만 한달이 걸렸고 그 결과 프랑스 언어학 수업은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경제학과 인터네셔널 코스에서 현지 학생들은 반드시 4월부터 해외 인턴십을 해야 했기에 그 친구들과는 한 달 반 정도 만난 후에 헤어졌다. 

  당시에는 알차게 보내고 싶던 시간에 그냥 얻는 것 없이 바쁘기만 한 것 같았고, ‘이러려고 프랑스까지 온 게 아닌데’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조금 적응되고 나니 느껴진 것이 ‘여유로움’이었다. 

  두 달 만에 학기가 끝나버리니 유럽 여행이라는 기회는 한 없이 누릴 수 있었다. 계획 없이 항공권 사이트에서 왕복 몇 만원의 항공권을 찾으면 같이 가고 싶은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학기 중간에도 방학이 있어 수업과 과제에 치여있다가도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온다든지, 다른 도시에 있는 친구 집에 가서 놀다 온다든지 언제든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학점, 취업 등 내 미래를 위해 한국에서는 항상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프랑스에 있으면서 살짝 내려놓으니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도 있었다. 성적이 한국에 돌아오면 P/F로 결과가 나오기에 형식적으로 PPT를 어떻게 잘 만들지, 발표를 잘 할지 보다는 ‘다른 나라 친구들은 어떻게 발표를 꾸려나가나’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평소 수업시간에도 꼭 정답을 얘기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더욱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었다.

  답답하고 짜증났던 느린 행정처리도 조금은 적응되고 나니 ‘오늘도 당연히 또 답을 안주겠지, 그래도 문제는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 종일 시내를 거닐기도 했다. 프랑스만의 행정처리 방식 또한 그 상황에 닥쳐서 문제가 생기면 사무실에 가서 못하는 불어로라도 얘기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란 생각을 갖고 그 사이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반년전의 나는 그 동안 배운 불어를 활용하고 싶지만 모든 게 느리다는 프랑스에서는 답답해서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지금도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메일 하나를 정확히 읽어주지 않는 그들에게 화가 난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그 느림을 인정해주는 나라이기에,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는 동안은 서로 그 여유를 생각해주는 나라이기에 지금의 나는 다시 프랑스에 돌아가 1년을 보내려고 한다. 한 학기 동안 하지 못했던 언어 공부와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귄다는 점에서 더욱 알차게 보내보고싶다. 이러한 1년이라는 기간을 만들도록, 취업 준비 등의 현실에 쫓기지 않게 하고 프랑스에 대한 편견을 깨준 것이 바로, 반 년 동안의 스트라스부르의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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