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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 드리워진 여성폭력의 그림자, 본교생도 예외 아냐
2016년 05월 30일 (월) 김송이 기자 thddl7202@ewhain.net

  “넌 4kg만 빼면 예쁠 것 같다”, “여자는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해.”

  강남역 살인사건과 함께 여성대상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사건 피의자가 그동안 여성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이유로 무고한 여성을 잔인하게 살인했다며, 여성혐오가 낳은 비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여성혐오란 ‘여성을 싫어하고 증오하는 것’만이 아닌, 여성에 대한 성희롱, 성적 대상화, 성차별, 문제의 원인을 묻는 피해책임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여성을 향한 다양한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 본교생도 여자라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일상에 상시화된 공포와 폭력의 잣대를 피할 수 없었다. 

  여성혐오적 관점에서 보면 일반 여성이 당하는 폭력의 종류는 호의적 폭력에서 물리적 폭력까지 정도가 다양하다. ‘호의적 폭력’은 겉으로 보기에는 칭찬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본교생 ㄱ씨는 어린 시절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현재에도 호의를 가장한 폭력을 끊임없이 당했다고 고백했다. ㄱ씨는 “어릴 때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한 적이 꽤 많다”며 “죽고 싶을 만큼 못살게 굴어서 엉엉 울던 기억까지 나는데, 그때마다 어른들은 ‘네가 좋아서 그래’라고 위로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ㄱ씨는 성 역할을 강요받아 불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여자는 한 떨기 꽃 같은 존재다’라는 말은 여자라면 자주 들어봤을 것”이라며 “얼핏 들으면 ‘여자는 꽃처럼 아름답다’라는 말을 담고 있지만, ‘여자는 예뻐야 한다’라는 뜻이 내포돼 있어 기분 나빴다”고 말했다. 

  타인의 노골적인 시선을 당하는 입장에서 상대의 시선은 종종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폭력을 소위 ‘시선폭력’이라고 부른다. 본교생 ㄴ씨는 과외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가던 중 자신을 아래위로 훑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자신이 지나가는 순간 ‘워허’라는 환호성이 짧게 들리기도 했지만,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따지지도 못하고 핸드폰을 만지며 지나쳤다. 이 정도 일은 평소에 당한 것에 비해 가벼운 수준이라고 생각할 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ㄴ씨는 “이외에도 지하철, 길거리에서 시선 폭력을 수없이 당해왔다”며 “너무나도 많아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길거리뿐만 아니라 화장실과 같은 은밀한 장소에서도 여성은 시선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ㄷ씨는 공중화장실 칸막이에 들어갈 때마다 사방을 살펴본다. 혹시 공중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지 두렵기 때문이다. ㄷ씨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가 나사못같은 미세한 지점에도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을까 두려워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일상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약 800건이었던 몰래카메라 관련 범죄는 지난해 약 6600건 이상 발생했다. 5년 사이에 약 8배 급증한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받는 일도 흔하다. 본교생 ㄹ씨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남성 인턴 직원으로부터 여성 차별적인 발언을 수없이 들어왔다.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다), ‘여자는 군대 경험은 없으면서 사격 같은 것에는 관심 갖더라’라는 말부터 ‘ㄹ씨도 나중에 직장 다니다가 애 낳으면 그만둘 거잖아요?’ 등 터무니없는 폭언을 수차례 들어왔다. ㄷ씨는 “사회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표현들을 숨 쉬듯 자주 접했다”며 “이제는 일일이 말하기도 지친다”고 토로했다.

  서울역에서 택시를 탔던 ㅁ씨도 “아니 돈 좀 벌려고 긴 줄 세워 택시 태웠더니 무슨 이대 가는 아가씨야”라는 어이없는 말을 들었다. 택시기사가 마수걸이(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가 여자여서 기분 나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ㅁ씨는 “본교에 입학하고 나서 ‘초등교육과는 결혼 잘하겠다’, ‘좋은 남자 만나서 살림하고 편하게 살면 되겠네’ 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봤다”고 토로했다. ㄹ씨는 “재수할 때, 여자들이 반바지를 입으면 남자들이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반바지 착용이 금지되기까지 했다”며 “일상에서 성차별 폭언을 너무 많이 들어 이제는 세세히 기억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심지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적화 되거나 성희롱 발언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ㄷ씨는 민소매 옷에 가디건을 입었던 어느 날 황당한 일을 당했다. ㄷ씨는 “길을 걷는데 어떤 중년 여성이 ‘여대생이 그렇게 옷을 입으면 남자들이 다 흥분해서 가슴을 만지고 싶어 한다’고 지적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 직장, 헬스장까지 여성은 끊임없이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된다. ㄷ씨는 체형교정 담당 트레이너가 자신의 골반과 허벅지를 마사지해주며 자신에게 낮져밤이(낮에 지고 밤에 이기다)인지 낮이밤져(낮에 이기고 밤에 진다)인지 몇 주 동안 질문해왔다며 "수업에 관계없는 성희롱에 몹시 불쾌했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본교생은 길을 걷다 물리적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35%가 물리적인 폭력이나 성적인 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폭력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ㅂ씨는 집에 귀가하다가 술에 취한 남성이 갑자기 폭력을 가했다. ㅂ씨는 “가해 남성은 평소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전적이 있는 사람이었다”며 “이외에도 지하철을 탈 때 머리를 묶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밀치고 지나가는 등 평소에도 당한 일상적인 폭력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여성을 개개인의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아 여러 유형의 폭력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본교 한국여성연구원 김현경 기획연구위원은 “다양한 개인으로서의 여성들을 하나의 여성 범주로 환원시켜 차별과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다”며 “강남역 살인 사건을 통해 여성혐오를 공론화된 토론의 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및 지식인 집단들이 지속적으로 여성혐오에 문제를 제기하고 남성들도 이런 차별과 폭력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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