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1시 서초동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대해 경찰이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범죄’라고 결론지었다. 피의자가 조현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고 정신병원 퇴원 이후 약물복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찰의 수사결과에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의자가 화장실 앞에서 여성만을 표적으로 골라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를 ‘여성혐오’의 사회적 배경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성이 나를 무시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여성에 대한 무차별 폭력으로 이어진 데에는 여성을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 사회적 배경으로 여성혐오적 기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현병의 실제 범죄율은 일반보다 낮았다. 대검찰청이 2011년 발표한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정상인 범죄율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올해 2월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정신질환 관련 보고서에서도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와 폭력의 위험성이 낮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발표했다.

  신경정신학계 전문가들도 경찰의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 때문에 환자와 가족의 병에 대한 인정과 치료가 힘들어지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행동기를 조현병으로 결론지으면서, 사회 곳곳에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이 양산되고 있다. 조현병 정신질환자 역시 사회적 약자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여성을 대상으로 각목을 휘두른 사건의 가해자도 정신질환의 경력이 있다고 밝혀졌다. 지속적으로 정신질환 환자의 폭력성에 대한 경찰이나 미디어의 공개적 낙인은 사회적 약자를 더욱 무력화시키게 된다. 조현(操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신경전달물질 조절로 치료 가능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신분열병이라는 병명이었으나 부정적 어감 탓에 지난 2011년 개명됐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악기를 다루듯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폭력의 책임을 또 다른 약자에게 전가하는 마무리는 너무나 성급하고 무책임한 결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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