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1학기 종강을 앞두고 있던 2014년 6월의 어느 날, 이화·포스코관 화장실에서 우연히 이대학보의 사진기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냥 사진이 좋았고 이미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취미사진과 별반 다를 것 없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학보에 지원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만이자 큰 오산이었다.

  이대학보의 사진기자로서 처음 갔던 행사는 학위수여식이었다. 난생처음 수많은 인파 속에서 학보의 1면을 장식할 사진을 찍어야 했었고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거의 300장 가까이 사진을 찍었지만 그나마 건진 사진은 10개 남짓이었다. 그때 처음 어깨를 짓누르는 카메라의 무게를 실감했다. 한 장의 사진 속에 현장의 분위기와 인물의 감정 그리고 스토리를 담아내야 하는 보도사진을 건지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가끔은 이대학보의 사진기자가 아닌 평범한 이화인으로 지냈던 과거가 그립기도 하다. 사진기자가 아니었다면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행사에 갈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이곳저곳을 뛰어다닐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매주 이화인들에게 수만 부의 신문을 통해 사진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은 내가 찍은 사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학보는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사진기자로서 이름 모르는 수많은 이화인과 희로애락을 같이 나눴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본 이화의 벗들은 누구보다도 열정이 넘쳤고 당찼으며 멋진 여성들이었다.

  입학식과 졸업식을 통해 이화에서의 새 출발을 시작하는 새내기들과 이화의 품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화인들을 촬영하면서 가슴 벅참을 느꼈다. 졸업 채플을 촬영하면서 눈물 흘리는 이화인을 보며 학교에서 처음으로 눈물도 흘렸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공연을 즐기는 대동제 기간에는 이화를 가득 채운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사진을 통해 남겼다.

  또한, 사진의 배경이 되는 이화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공간이다. 봄에는 흐드러진 꽃으로 뒤덮인 이화동산이 우리 모두를 사로잡고 초록빛 신록으로 가득 찬 여름의 교정은 무척이나 싱그럽다. 알록달록한 단풍이 물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이화도 빠질 수 없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ECC의 절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일상에 치여 무감각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학교의 모습도 이화인들에게 사진으로 전해주기 위해 촬영했던 순간은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제 퇴임을 앞두고 이대학보의 사진기자가 아닌 한 명의 이화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홀가분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 더는 이화의 순간을 카메라의 렌즈에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화의 순간을 기록해 나갈 멋진 후배 사진기자들이 있기에 마음 편히 학보를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찍었던 사진이 이화에 공존하는 희로애락의 순간을 잘 전해줬기를 바라며 어설프고 부족했을 사진을 지켜봐 준 많은 이화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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