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영(행정·13)씨는 중간강의평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 중간강의평가가 도입된 지 4년째지만, 그동안 김씨가 들은 강의 중 중간강의평가가 공지된 강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3학년 1학기에야 중간강의평가에 처음으로 참여해봤다”며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을 때도 중간강의평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다른 학생들도 중간강의평가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수강 중인 강의에 대해 중간 점검을 하기 위한 취지로 2013년 1학기에 도입된 중간강의 평가는 4월25일~5월6일 이화 사이버캠퍼스(cyber.ewha.ac.kr)상에서 시행됐다. 학기 말에 실시하는 강의평가와 달리 중간강의평가는 학기 중에 시행되며, 강의의 내용과 방향성 등에 대한 수강생의 이해도와 만족도에 관해 묻고, 강의운영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본지 취재 결과, 서울시 내 주요 대학(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시립대, 연세대, 외대, 중앙대, 한양대) 10곳 중 4곳(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이 중간강의평가를 시행하고 있었다.

 

△의무사항 아닌 중간강의평가, 시행률 저조해
최민영(커미·15)씨는 이번 학기에 여섯 과목을 듣고 있지만, 중간강의평가를 시행한다고 공지한 과목은 그중 두 개뿐이었다. 지난 학기에도 최씨는 중간강의평가에 관련된 공지를 받지 못했다. 최씨는 “수강생들이 강의평가를 통해 수업에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적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일부 강의에서만 중간강의평가가 열리기 때문에 강의 현황에 대한 중간 점검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학기 기준 학부 중간강의평가 시행률은 약 30%를 기록했다. 중간강의평가는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담당교수의 재량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교무처 수업지원팀은 현재 수강인원이 많고 수강대상의 전공이 다양한 교양교과목에 대해 중간강의평가를 시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중간강의 평가가 널리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남다혜(심리·13)씨는 “학기 말에 실시하는 강의평가보다 중간강의평가를 선호한다”며 “학기 말 강의평가는 종강 직전 실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강생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적어 학기 중간에 피드백이 이뤄지도록 돕는 중간강의평가가 확대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중간강의평가 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김삼호 연구원은 “중간강의평가는 강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학생과 교수 사이 소통의 장을 마련해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중간강의평가 시행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형식적 평가 문항으로 제대로 된 평가 어려워
형식적인 평가 문항과 객관식 유형으로 구성된 평가방식도 문제다. 강의 특성에 맞춘 평가가 어렵고, 답변에 대한 이유나 기타 건의사항 등을 자유롭게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소연(국문·15)씨는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참여한 중간강의평가의 문항들을 보고 의아했다. 수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용의 난이도나 자료활용도 같은 표면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강의마다 내용과 진행방식이 다른데, 정형화된 문항으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며 “학과와 수업의 성격에 맞춰 특화된 평가항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다은(행정·13)씨는 중간강의평가의 문항 중 ‘교수는 학생들의 수업 이해 정도를 고려하여 수업을 진행한다’에 대해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바라는 점을 쓰고 싶었지만 쓸 수 없었다. 문항이 객관식 유형이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더라도 답변할 공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교무처 수업지원팀에서는 중간강의평가 항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평가항목은 객관식 및 주관식 유형으로 이뤄졌다. 주관식 문항은 담당 교수의 재량에 의해 포함되기도, 포함되지 않기도 한다. 문항은 학습자의 자기성찰 부문 등이 기본으로 설정돼 있으며 담당 교수가 이 중에서 선택하거나 강의 특성에 맞는 문항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여러 강의에 걸쳐 평가항목이 겹치는 등 형식적인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에서는 ‘강의중간수강소감조사’를 의무로 실시하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모든 수업에서 시행하며, 평가 항목은 주관식 2문항으로 이뤄졌다. 서울대 김홍구(국문·13)씨는 “주관식 문항으로 수강에 대한 소감을 자유롭게 말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며 “교수와 수강생이 소통할 기회가 마련돼 좋다”고 말했다.

 

△중간강의평가, 평가의 일회성 극복하고 '소통'해야
일부 학생들은 중간강의평가가 강의 운영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객관식 점수로 강의를 평가하고 수치화하는 것은 교수와 수강생 간 의견 조율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윤영(사회·13)씨는 “중간강의평가를 하는 과목에서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를 체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사실상 평가 결과를 수치화하는 작업만으로는 제대로 된 피드백이 어렵다”며 “수강생들과 의견을 맞춰가는 방향으로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기 말에 실시하는 강의평가는 유레카 통합행정시스템(portal.ewha.ac.kr)에 공개되지만, 중간강의평가의 결과는 담당 교수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제공된 평가 결과는 후반기 강의 운영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로 쓰인다. 수강생들이 강의의 방향성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수업내용과 방식의 난이도가 적절한지 등을 알아보고 수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중간강의평가 결과가 강의 운영에 충분히 반영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ㄱ교수는 “중간강의평가를 시행했지만, 학생들의 참여율이 낮고 답변이 부실해 피드백하기에 부족했다”며 “강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무처 수업지원팀 관계자는 “교수학습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간강의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의무 시행을 권장하는 대상 교과목을 늘려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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