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후5시 이화·포스코관 365호에서 이화상담센터가 주최하는 두 번째 심리교육이 열렸다. 이수현 강사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이승연 기자 hilee96@ewhain.net

“완벽주의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여러분이 결정하는 거예요”


학생상담센터 주최로 완벽주의에 대해 학술적으로 알아보는 이화 심리교육 ‘완벽주의! 약인가, 독인가’가 18일 오후5시 본교 이화·포스코관 365호에서 열렸다. 연사로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등에 출강하는 교육학 박사인 이수현 강사가 나섰고, 약 30명이 참석했다.


이 강사는 특강에서 ‘실수를 하면 화가 난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 11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완벽주의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완벽주의 체크리스트에서 37점 이상이면 완전한 완벽주의라고 쓰여 있지만, 지금부터 하려는 말과 가장 부합하는 검사라고 생각해서 가져왔을 뿐 처음부터 ‘나는 완벽주의야’라며 좌절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것을 보면서 자신의 완벽주의가 어느 정도인지 주관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강사는 완벽주의는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적응적 완벽주의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높은 기대를 설정해서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너무 강하게 비난하고 비판하는 완벽주의인 반면, 적응적 완벽주의는 높은 기준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얻는다. 따라서 적응적 완벽주의자는 결과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마음으로 고통 받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갖는 수행 기대는 모든 완벽주의에서 높게 나와요. 자신에 대해 가혹하게 비난하고 평가하는 ‘부적응적인 자기 평가’에 따라 정상적인지 신경증적인지가 결정되는 것이죠.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가 중요해요.”


행동에는 동기가 있고, 동기는 내가 원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하는 내재적 동기와 남이 해야 할 것을 설정해주는 외재적 동기가 있다. 외재적 동기가 클수록 실패에 대한 좌절은 심해진다. 이 강사는 부적응적 완벽주의의 원인으로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가 말한 ‘가치 조건화’를 제시했다. 가치 조건화는 나에 대한 가치가 조건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엄마는 너를 사랑하지만 1등을 하면 더 좋아할 것 같아’ 등 조건을 붙이는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아이는 어른의 가치를 내면화하게 되고, 결국 가치 내면화를 원인으로 ‘내가 되고 싶은 나’와 ‘실제의 나’가 달라지면서 좌절이 커지는 거예요.”


이 강사는 이렇게 형성된 완벽주의의 특징을 ▲인지 ▲정서 ▲행동 ▲대인관계의 네 가지 방면에서 설명했다. 인지적 방면에서는 본인에 대해 폄하하는 비합리적인 인식을 하고, 실패한 경험에 대해서 굉장히 괴로워한다. “예를 들어 어떤 친구가 팀 활동에서 발표를 맡았을 때 발표 당일 날 실수를 하자 자신이 발표를 망쳤다며 괴로워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질책하지 않겠지만, 자신이 한 실수에 대해서는 엄하게 반응하게 되죠.”


정서에서도 비합리적인 신념을 보인다고 말했다. 비합리적인 신념은 자기비판적 사고에 집중하게 만들어 부정적 감정에 빠져들기 쉽게 한다. 이 강사는 “만들어진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자책을 할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지만, 우울함이 만연되는 것이 문제죠.”


이 강사는 행동적 특성으로 만성적인 지연 행동을 지적했다. 과도하게 신중하고, 과도하게 검사하며, 세부 사항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지연을 부른다는 것이다. “실수하기 싫어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게 돼요.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피하다 보니까 도전적일 수 없고,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대인 관계에서 완벽주의는 자신의 부족함이나 실수를 타인이 알게 되면 자신을 거부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두 가지 특징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하나는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는 것이고 하나는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이다.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는 것은 일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은 접촉을 적극적으로 피하면서 피상적 대인관계를 형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완벽주의가 정신 장애를 부를 수 있다며, 섭식 장애와 강박증에 대해 설명했다. 신체에 대한 완벽주의가 섭식 장애가 될 수 있고, 완벽주의 때문에 불안이 높은 사람이 변수를 통제하고자 하면서 강박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거식증으로 죽은 모델 이사벨 카로에 대해 설명했다. “이사벨 카로가 죽기 전 자기 상태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제발 자신의 몸을 학대하지 말아 달라고 했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몸을 사랑하라고 했죠.”


이 강사는 부적응적 완벽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이해하기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실수를 통해서 배우기 ▲현재에 충실하기 ▲긍정적인 자기 대화하기 등 다섯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완벽주의는 성취를 통해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일 수도 있고 괴로운 감정에 빠지게 할 수도 있어요. 어느 방향으로 사용하고 선택할지는 여러분의 몫이에요.” 


특강에 참여한 신정훈(사교·12)씨는 “완벽주의에 대해 관심도 있었고, 내가 완벽주의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강의를 들으러 왔다”며 “원인부터 특성, 노력할 부분까지 학술적으로 배워보면서 완벽주의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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