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1시,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 현재까지 강남역 10번출구 앞에는 여성을 추모하는 화환과 ‘나는 너다 너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기도 하다’, ‘살女주세요 넌 살아男았잖아’ 등 무수히 많은 추모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추모하는 대다수는 이 사건을 한 개인의 범죄가 아닌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언론들은 ‘목사 꿈꾸던 신학생 묻지마 살인’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는 등 이 사건을  ‘묻지마 살인’으로 보도한다. 경찰은 “살인범은 정신 질환자로 4차례 걸쳐 입원한 기록이 있다”며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묻지마 살인은 피의자와 피해자와의 관계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범죄 자체에 이유가 없이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행해지는 살인 등의 범죄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명백한 이유와 상관관계가 있다. 30대 남성 김씨는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약 한 시간동안 숨어있다   여성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유는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서’다. 남성이였다면 살해 당하지 않았으리라는 뜻이다.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범인은 화장실에서 여성이 오기만을 기다려 굳이 여성을 죽였다. 이유가 명백하기 때문에 이 사건은 ‘묻지마’가 아닌 여성혐오에서 시작된 ‘무차별 여성 살해’다.  

  여성 혐오가 사건의 원인이라는 것은 통계자료로도 입증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2013년 90.2%다. 이는 1995년 72.2%, 2005년 83.2%로 여성 피해자 비율이 90%까지 치솟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대비 ‘여혐’ 언급량이 21.5배, ‘차별·성차별’ 언급량이 9.8배나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2010년 이전에는 여성 피해자가 꾸준히 감소했지만 최근 5년간 여성혐오 증가와 함께 실제 여성 피해자 또한 늘어나는 것이다.   

  일부 남성들은 이러한 추모 분위기에 불만을 갖고 있다. 모든 남성이 잠재적 살인자 취급 받는 점이 불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살해 위협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사소하다. 일반화가 불쾌하다면 남성과 여성이 모두 여성혐오적 사회분위기를 해결해 나가야 그들이 주장하는 ‘일반화’도 사라질 것이다.  

  여전히 여성들은 남성들이라면 느끼지 않는 밤길의 두려움과 언제 누구에게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운 좋게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살아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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