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창립 130주년 대동제가 18일~20일 진행됐다. 총학생회는 이번 대동제에서 ‘이화로 하나가 되는 축제’라는 의미를 지닌 ‘너이화함께’를 축제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한 주간, 캠퍼스 곳곳에는 벗들의 손재주를 한껏 뽐낸 부스가 펼쳐졌고, 부스를 홍보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여러 부스에서 구입한 음식, 미술작품, 의복 등을 손에 들고 걸어가는 벗의 모습은 보는 이가 다 뿌듯할 정도였다. 

  하지만, 축제를 즐기면서 문득 의문이 생겼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처럼 우리는 과연 이화로 하나가 됐을까? 나아가 ‘다함께 어울려 화합 한다’는 의미로 축제의 고유 명칭이 된 ‘대동제’는 과연 그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는가? 지난 축제기간동안 목격한 모습들은 이러한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하게 한다.

  총학생회는 축제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 낱개의 짚을 함께 꼬아서 하나의 커다란 줄을 만들어가는 ‘영산줄꼬기’를 진행했다. 줄을 많이 꼰 전공, 단과대학, 동아리에는 선물도 수여되는데, 이렇게 꼬인 영산줄로 진행되는 ‘영산줄다리기’는 대동제의 폐막을 알리는 전통행사다. 영산 줄다리기는 줄을 꼬는 과정에서부터 줄을 당기는 그 순간까지 모든 시간 속에서 우리들의 자율적인 공동체 문화를 형성한다고 한다.

  축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축제를 통해 하나가 되는 우리’를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구성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문화관 앞을 지나가면서 목격했던 ‘영산줄꼬기’ 행사에는 학생회 이외의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필자가 볼 때, 줄을 꼬던 사람들은 항상 노란색 단체복을 입은 총학생회, 아니면 단대 학생회 부원들뿐이었다. 축제 마지막 날, 정문을 나서면서 우연히 봤던 ‘영산줄다리기’ 행사에도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단체복을 입은 학생회 소속이었다. 

  축제기간동안 정문 잔디광장, 학생문화관 광장 등지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이화인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메인 행사 및 동아리별 공연이 열렸다. 여러 번 여러 동아리에서 공연하는 무대 앞을 지나갔는데, 그곳에는 해당 동아리 부원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다수였다.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수도 현저히 적었다. 이와 반대로 축제 이튿날 온 초대가수 무대 앞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쩌면 연예인이 오는 무대 앞에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대동제는 다함께 어울려 화합하기 위해 마련된 장이다. 이를 위해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종 학생회들은 몇  달 전부터 회의를 진행하고 축제준비를 한다. 축제기간동안 공연을 하는 여러 동아리들도 그 날만을 위해 적게는 몇 주부터 많게는 몇 달까지 연습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맛있는 음식을 파는 부스, 한정 판매 의복을 팔던 부스, 혹은 연예인 무대 앞이었다. 

  이번 대동제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캠퍼스 곳곳에는 총학생회에서 준비한 노랑, 파랑 풍선들이 마음을 들뜨게 했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제품을 판매하는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아있다. 준비된 곳과 즐기는 곳이 일치되지 않는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진정한 ‘너이화함께’란 이화인의 화합 위해 마련된 장을 이화인이 채워나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