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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쉼표
2016년 05월 16일 (월) 김혜린(국문·14) -

  작년 9월 15일의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쌀쌀해진 가을 저녁의 바람 냄새, 그 날씨에 꽤나 춥게 느껴졌던 얇은 남색 격자무늬 셔츠, 중앙공원에서 친구들과 나누던 미래에 대한 고민들... 그리고 그날, 저는 고민 끝에 휴학을 결심했습니다.

  제가 휴학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저는 휴식과 여행이 필요했습니다. 취업에 필요한 대외활동이나 봉사활동, 각종 어학 점수를 위한 휴학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미 중고등학교, 대학 생활 내내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끝나지 않는 고민과 더불어 목표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2학년 2학기에 이르러 학교의 시스템은 이러한 고민에 대해 마침표를 찍으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나’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았는데, 어영부영 떠밀려오듯이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 기로에서 떠밀리듯이 2학년 2학기는 시작됐고, 저는 결국 2주간의 고민 끝에 9월 15일, 휴학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저의 휴학을 두고 ‘도피 휴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떨 때는 저조차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목표 없는 레이스에서 앞서서 달리기 위해 버둥거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겐 도피라고 불릴 쉼표 속에서 제가 찾고 싶은 것은 계속해서 달려야만 하는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휴학 생활은 어느새 일과 이분의 일학기를 채우게 되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이 기간 동안 제가 책에서, 일터에서 배운 것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인생 경험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험은 점수로 측정할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기에 여전히 많은 이들은 저의 휴식을 위한 휴학을 염려합니다. ‘그래도 영어 점수는 만들어놓아야 하지 않겠어?’, ‘시간도 많은데 자격증이라도 공부해보면 어때?’, ‘빨리 졸업하고 빨리 취업하는 게 더 좋아’. 그들의 현실성 있는 조언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이렇게 돈이나 벌고 있을 바에는 빨리 졸업이나 할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불쑥 떠오릅니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어학이나 자격증 학원을 다녀볼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제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고민과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많은 고민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중입니다. 휴학 생활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제 제가 목표했던 여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또 해결할 생각에 조금 들뜨기도 합니다. 

  기나긴 도입부 끝에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짧게나마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누군가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해준다면 저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벗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저처럼 본인의 기대, 주변인의 기대에 떠밀려 여기까지 온 벗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목표 없이 열심히만 해왔다면 짧은 쉼표를 찍어도 괜찮습니다. 거창한 해외여행이 아닌 짧은 여행도 좋고, 좋아하는 지인들과의 만남도 좋고, 부모님과의 맛있는 식사도 좋고,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도 좋고, 카페에서의 여유로운 독서도 좋고, 맑은 날의 피크닉도 좋습니다. 저에게 휴학하고 난 후의 일상은 제 남은 인생에서 티끌만큼의 짧은 쉼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이 쉼표가 저를 더 단단하게, 더 뚝심 있게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벗들의 남은 삶을 단단하게 해줄 쉼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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