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림대 의과대학 허선 교수
▲ 턴잇인 영국지부 이서원 박사
▲ 경희대 의과대학 배종우 교수 김지현 기자wlguswlgus32@ewhain.net, 이승연 기자 hilee96@ewhain.net

본교 중앙도서관(중도)과 전세계 표절예방을 선도하는 ‘Turnitin’(턴잇인)이 공동으로 주최한 ‘올바른 연구 및 학습윤리 세미나 2016’(세미나)이 4월29일 오후2시~5시 ECC B4층 ECC 극장에서 열렸다. 세미나는 턴잇인 김민정 차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 101명(중도 추산)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턴잇인 제임스 솔리(James Thorley) 아시아세일즈 총괄자의 인사말로 시작했다. 제임스는 “연구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에서 올바른 연구 및 학습윤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논의하기 위해서 세미나를 개최했다”며 “오늘 세미나가 유익하고 참여한 분께 연구 및 학습윤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3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연사인 한림대 의과대학(의대) 허선 교수는 ‘표절에 대한 의대생의 의견과 표절 경험에 따른 표절에 대한 태도 차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허 교수는 먼저 표절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다.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내용, 결과 등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로 어디까지가 내 아이디어인지 명확히 알기가 어렵죠. 인용은 베낀 행위를 베꼈다고 밝히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타인의 글을 자신의 논리로 재구성하는 ‘paraphrasing’과정이 중요해요.”
 

이어 허 교수는 한림대 의대 1학년 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림대 의대생은 표절에 어떤 의견을 가졌고 표절의 경험이 태도 차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허 교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생 대부분은 참고문헌을 어떻게 인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표절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도 모른다. 또한, 교수가 학생의 과제를 제대로 점검하는지, 참고자료를 살펴볼 것 같은지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한 학생이 대다수였다.
 

허 교수는 의대생은 자존감이 높아 표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표절 경험이 있는지 묻는 말에 전체의 3/4이 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해서 놀랐어요. 심지어 과제로 대필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 학생도 있었죠.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학생들이 표절하는 다른 학생에 대해 ‘나도 하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어요.”
 

허 교수의 표절 경험과 처벌 수준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표절 경험이 있는 학생의 처벌 수준이 오히려 더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허 교수는 “사실 학생들 사이에 표절 경험의 여부와 지식수준의 차이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문장 비교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교수가 표절을 알 수 있으니 더욱 주의해서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이의 업적을 인용하는 방법과 표절 예방법을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의 질의응답 시간에 ‘어디까지가 표절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는 참고문헌을 표절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이 이해한 방식으로 문장을 다시 쓰기’를 꼽았다. “참고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뒤 그 문장을 보지 않고 본인이 이해한 자신의 논리대로 쓰면 참고 내용과 똑같이 나오지 않아요. 국문의 경우 이를 적용하기 쉬운데, 영어는 내 논리를 풀어내기 힘들죠. 그럴 때는 내가 쓰고 싶은 말을 국문으로 정리한 뒤, 그 내용을 영어로 다시 옮겨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에요.”
 

두 번째 연사는 턴잇인 영국지부의 이서원 박사로 표절, 피드백, 글쓰기 능력 향상에 대한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학습윤리교육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 박사는 “표절하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표절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표절을 하면 안 된다’는 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아닌, 실천윤리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연구 목적을 밝혔다.
 

이 박사는 표절을 하지 않게 만드는 실천적 방법으로 ‘피드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박사가 말하는 피드백이란 학생이 이해한 내용이나 성과물에 교수나 동료, 부모가 정보를 제공해 학생이 목표를 향해 가도록 도움을 주는 과정이다. “피드백은 학생들이 현재 이해한 것과 목표로 정해진 이해해야 할 것들의 차이점을 좁혀나가면서 학습이 이뤄지는 것이에요. 조사결과를 보면 약 70%의 학생이 교수에게 받은 피드백을 항상 참고한다고 답했죠. 또한, 약 69%의 학생이 피드백을 받고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고 대답했어요. 교수가 신속하고 상세한 피드백을 제공했을 때, 학생들의 학습윤리와 표절 없이 글을 잘 쓰는 방법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 박사가 진행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표절 없이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학습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신속하고 상세한 피드백을 받으면 학생들의 학습윤리와 글쓰기 교육, 참여도와 적극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글을 쓰는 데 있어 교수가 표절 예방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학생에게 학습윤리 인식을 제고하고 그들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습윤리 정착을 위해서는 학문적 진실성을 촉진하고, 충분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해요. 또 학생들의 학습 형태를 측정해야 하죠. 그 외에도 표절 검색 도구를 도입하거나, 표절에 대한 학칙과 처벌 과정을 명백히 정해 놓는 등 학습윤리 확립을 위한 적극적 접근이 필요해요.”
 

마지막 연사는 경희대 의대 배종우 교수가 ‘연구자가 알아야 할 연구출판 윤리와 우리나라에서 흔한 사례’에 대해 강의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사건’을 언급하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늘어나는 국무총리, 장관, 소설가 등 많은 분야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표절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연구출판’ 분야에서 부정행위로서의 표절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출판 부정행위에는 날조, 변조, 표절 등이 포함돼요. 그 중 표절은 연구의 계획, 수행, 논문 작성 등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죠. 연구출판 분야에서 표절은 아주 가벼운 인용 실수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법적 문제까지 그 범위가 아주 넓다고 할 수 있어요.”
 

표절의 다양한 개념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배 교수는 표절과 지적 재산권, 자기표절, 출판윤리 위반자에 대한 논문 취소와 자진철회 등 다양한 표절 관련 이슈에 관해 설명했다. “출판윤리 위반자를 처리할 때 논문을 취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위반논문은 표절 논문이라고 위반 낙인이 남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3시간에 걸친 세미나는 본교 중도 정연경 관장의 감사말로 끝났다. 정 관장은 “우리나라에서 표절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철저히 했어요. 우리나라는 그런 교육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논문의 결과보다는 연구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직하게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세미나를 끝맺었다.
 

특강에 참여한 김주현(음악교육 전공 석사과정)씨는 “다음 학기에 논문을 써야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며 “명확한 연구윤리에 대한 개념이 잡혀있지 않았는데, 세미나를 통해 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연구윤리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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