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변 친구에 비해 꽤나 통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통일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통일이라는 주제 자체가 정치적이고 민감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입장에서는 통일 담론의 보수화에 대해서 비판하고,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통일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주사파’를 연결시켜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민감성과 무관하게, 우리 청년의 ‘헬조선’ 현실에 있어서 통일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담론이다. 금수저와 흙수저, 그리고 그 수저를 바꿔서 들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사회계층이 공고화되어버렸고 이미 대한민국 사회가 최대한의 ‘경제성장’을 끌어올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회계층의 유동성은 경제성장의 발전가능성에서 도출된다. 따라서 우리 청년들은 통일담론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에 대한 근거로 통일에 대한 찬반을 논할 필요가 있다.

통일 혹은 북한과 관련한 수많은 담론들과 기사, 방송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우선 정부에서 주장하는 가장 유명한 통일 담론인 ‘통일대박론’의 허위성에 대해서 비판하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이 대박이다.”라는 주장을 했을 뿐 그에 대응하는 통일 전략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은 안보만 있고 신뢰가 없다. 물론 우리나라가 휴전상태라는 점에서 한쪽으로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북한 정권과의 신뢰형성 역시 중요하다.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등의 조치에는 신뢰는 없고 안보만이 남았다. 안보만이 남은 상태에서 통일은 절대 대박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설령 통일이 된다 해도 우리는 너무 많은 통일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은 매년 1%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적 회생은 북한 국내의 장마당 활성화라는 시장화를 바탕으로 한다. 탈북자의 수도 줄어들었고, 식량부족 상태도 나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압박만으로 강력한 독재와 국가통제라는 북한 사회 내부의 면역요인을 물리치고 과연 북한 사회 내부의 ‘붕괴’가 가능할 것인가. 이는 환상과도 같다. 북한 사회 내부의 붕괴보다는 북한경제에 대한 사전투자와 대북지원을 통해서 자생적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혹자는 이것이 북한 사회를 더욱 유지시키는 것이라 비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노동자들이 간식으로 받은 남한의 ‘초코파이’는 북한 내부로 퍼져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북한 사람들의 남한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남한 정부의 꾸준한 북한경제 원조는 결국 북한주민들의 남한정부와 남한국민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이들의 의식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 라인강의 기적과 같은 ‘한강의 기적’이 있었던 것처럼,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 이은 북한 주민들의 남한 주민에 대한 신뢰와 요청에 의한 ‘제2의 베를린장벽 붕괴’가 가능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북한과 남한의 경제격차 감소는 결국 통일 후 투자비용이 몇배 감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계층의 유동성 증대, 넓어진 직업선택의 가능성, 국가 경제규모의 확대 등의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좁고, 자원도 없고, 금수저로 태어나면 다인 것 같은 대한민국 사회가 헬조선으로 느껴진다면, 통일에 대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어떨까. 비록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라도, 알수록 희망과 미래를 볼 수 있게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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