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3월17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진행하는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인 ‘코어(CORE) 사업’에 선정됐다. 전국 46개교가 코어사업에 지원해 본교를 포함한 고려대, 서울대 등 16개의 학교가 선정됐다. 이에 본지는 코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인문과학대학(인문대) 오정화 학장을 3월26일 학관 404호에서 만나 그 계획을 들어봤다.

교육부의 코어 사업 목표 

  교육부는 ‘인문학 진흥을 통한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이라는 비전으로 코어 사업을 진행했다. 인문학 진흥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대학 내에서 인문학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어 기초학문 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부는 인문학에 대한 지원이 이공계 분야에 비해 적은 수준이고 대학재정지원사업 역시 대부분 이공계 위주여서 인문학 육성을 위해 코어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코어 사업은 기초학문인 인문학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인문학을 육성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코어 사업의 기본 방향은 각 대학 여건에 맞게 특화된 인문학 발전계획을 지원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코어 사업을 통해 ▲사회 요구에 맞는 다양한 인문 교육 트랙 마련 ▲기초학문으로서 순수 인문학 보호 및 증진 ▲전 계열 학생 대상 인문교양교육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어 사업에 선정된 학교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사업 지원비를 받을 수 있다. 사업 지원비는 교육과정 개발,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연구소 확충, 학생 지원 등에 사용한다.

본교의 코어 사업 진행 방향 

  본교가 코어 사업에 지원한 이유는 지원을 통해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본교의 인문학 기반을 더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코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 요건은 ▲인문학 교양 및 전공 교육과정 구성의 다양성 ▲모든 계열 학생의 인문교육 의무 이수 등이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발전모델은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 심화 ▲기초교양대학 ▲대학 자체 모델이 있다. 본교는 다섯 가지 모델 중 ▲기초학문 심화 모델 ▲글로벌 지역학 모델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에 참여하며 이 세 모델은 다음 학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기초학문 심화
  오 학장은 기초학문 심화 모델이 인문학 연구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인문학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기초학문 심화 모델은 인문학을 계속 공부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코어 사업 지원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기초학문 심화 모델의 기본원칙은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 교육과 연구 기반을 마련해 기초학문 분야의 인재 양성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본교에서 기초학문 심화 모델을 선택한 학생은 학부 3학년부터 장학금을 지급 받는다.

  또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학부 졸업 후 반드시 본교 대학원 관련 전공 석사과정으로 진학해야만 대학원에 가서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본교 기초학문 심화 모델에는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과, 사학과, 철학과, 기독교학과 모두 5개의 학과가 참여한다. 기초학문 심화 모델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는 대학원 진학 학생 학업지원금(가칭 CORE Scholarship)이 지급되고, 해외연수와 교환학생 등 장학혜택이 제공된다. 기초학문 심화 모델의 코어 장학금은 3학년부터 신청할 수 있다.

 글로벌 지역학
  글로벌 지역학 모델은 지역의 언어와 문화에 탁월한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됐다. 지역학이란 일정한 지역의 지리나 역사, 문화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글로벌 지역학 모델의 기본 원칙은 세계 각 지역에 특화된 지역학 위주로 학과구조 및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것이다. 본교 글로벌 지역학 모델에는 중어중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 세 학과가 참여하며 세 학과에는 ‘지역학 트랙’이 신설된다.

  코어 사업의 지역학 트랙이 에이스 사업의 텔로스 트랙과 다른 점은 지역학 트랙에 새로운 과목을 개설한다는 것이다. 텔로스 트랙이 각 학과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을 선정해 트랙을 설정하는 반면, 지역학 트랙은 트랙의 1/3 이상을 지역학 과목으로 신설할 예정이다. 해당 전공의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트랙을 선택할 필요는 없으며, 원하는 학생이 지역학 트랙을 신청하면 된다. 글로벌 지역학 트랙은 2학년부터 신청할 수 있다.

 인문기반 융합전공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은 인문학과 경영학, 디자인학, 미디어학, IT(Information Technology), CT(Culture Technology) 등 다양한 실용학문을 융합해 사회 수요에 맞는 전문 인력 양성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의 기본원칙은 인문대가 주관해 경영학, 사회과학, 예술학 등과 결합한 융합 교육과정 및 관련 학위과정을 개설하는 것이다. 인문대의 어떤 전공에 소속된 학생이든 인문기반 융합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본교가 신설하는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에는 ▲인문경영 ▲인문예술미디어 ▲인문테크놀로지 세 가지가 있다. 인문기반 융합전공은 인문대 내에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본교의 연계전공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연계 전공을 이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문기반 융합전공을 이수한 학생은 복수·연계전공과 같이 졸업 전공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인문기반 융합전공을 이수하려면 기존 전공과목 33학점과 융합전공 30학점, 총 63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융합전공 30학점 중 9학점은 기존 전공과목 중 융합 요소가 있는 ‘연결과목’을 수강하면 전공과목과 융합과목으로 중복 인정된다.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은 2학년 1학기부터 신청할 수 있다.

  본교 코어 사업은 기초학문 심화 모델, 글로벌 지역학 모델,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 외에도 인문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학생 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외국어 문학전공 학과에만 있는 7+1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인문대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학과 학생이 독일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면 독일로 해외연수를 갈 수 있도록 7+1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것이다. 또한, 인문대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학생에게는 그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취업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공인어학시험 준비 지원, 인턴십 지원, 취업 아카데미 등 다양한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학생들 의견 분분
  총학생회(총학)는 코어 사업에 대해 학교가 독단적으로 진행한 사업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총학은 사업진행 과정에서 학생들은 객체가 될 수밖에 없다며 코어 사업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3월31일까지 진행한 공동행동 ‘이토피아’에서 주장한 6대 요구안에도 ‘코어 사업에서 학생 의견을 수렴하라’는 항목이 포함됐다.

  반면, 인문대 단대운영위원회(단운위)는 2월3일 코어 사업에 찬성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문대 단운위는 “코어 사업 유치 과정에서 학생 참여가 미비했다는 점에는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학생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현재 학교의 말과는 달리 코어 사업이 인문대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려는 조짐이 보이면 앞장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학생은 코어 사업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윤정인(영문·15)씨는 “코어 사업의 내용 중 인문학과 다른 전공을 융합한 트랙을 만드는 것은 인문학 자체를 강화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코어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한편, 궁재원(국문·13)씨는 “코어 사업의 핵심이 융합 전공의 설립과 인문학 증진에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타대 선정 결과

  코어 사업에는 수도권 17개 대학, 지방 29개 대학 등 모두 46개 대학이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 지원 대학은 2단계의 평가를 통해 최종 16개 대학이 선정됐다.

  코어 사업에 선정된 수도권 대학은 본교를 포함해 가톨릭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7개 대학이다. 서울대는 기초학문 심화와 대학 자체모델 2가지 모델을, 고려대와 한양대는 글로벌 지역학, 기초학문 심화, 인문기반 융합 등 3가지 모델을 진행한다. 성균관대는 기초교양대학 모델을 제외한 4가지 모델을 모두 진행한다. 선정된 대학은 대학별 특성화된 계획에 따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선정된 각 대학에는 대학의 참여규모(참여 학과, 교원 수, 학생 수)와 사업계획을 고려해 12억원~37억원이 차등 배분됐다. 본교는 32억원을 받아 인문대 학생의 장학금, 7+1 프로그램 확대 등 인문대 학생 지원에 쓸 예정이다. 지원금의 20%는 전 계열 학생에 대한 인문 소양 교육 등 대학의 인문역량 강화 및 인문학 기반 조성을 위해 사용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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