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돈과 재능 그리고 ‘나’라는 인간을 가치 있는 곳에 나누고 타인을 위해 베푼다면 죽기 전에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본교 ALPS(여성지도력개발센터) 47기 회장, 작곡과 동창회장, ‘남주희 실용음악학원’ 원장. 남주희(작곡·88년졸)씨를 수식하는 이름은 다양하다. 이런 그에게 올해부터 ‘캄보디아 음악학교 설립자’라는 또 다른 수식어가 생긴다.

  음악을 활용한 다양한 사회 기여를 하고 있는 남씨는 ‘감성의 발달’을 음악의 가장 큰 효과라고 말한다. “우리가 가장 선한 순간은 좋은 음악을 들을 때인 만큼 음악은 인간의 감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요. 좋은 음악을 통해 심신이 건강해지면 발전적인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음악으로 문화가 융성하면 국가 역시 발전할 수 있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남씨지만 그가 사회 기여를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3년 전 시작한 시니어 음악 프로그램이 그 시작이었다. 시니어 음악 프로그램은 60세 이상 노인은 월 4만원, 80세 이상 노인은 월 1만원을 받고 음악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 수강생들이 줄어 노년층을 주 대상으로 바꾸기 위해 시작한 일이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음악을 배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노인들을 가르치면 학생을 가칠 때와는 다른 보람을 느낀다. 부모님이 보내거나 입시를 위해 강제로 오는 청소년들과 달리 노인들은 진정으로 음악을 배우고 싶은 열정이 있어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돈을 많이 벌면서 학원이 커가는 것에 재미를 느꼈는데 지역 어르신들께 음악을 가르치며 얻는 보람이 돈을 많이 벌 때보다 더 컸어요. 어르신들이 학원에 많이 계셔서 학원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르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행복해요.”

  남씨의 사회 기여 활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작년 10월, 남씨는 서울시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시니어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을 도와주는 사단법인 위스타트에 기부했다. “예전에는 내가 좋은 차를 사고, 좋은 곳에 여행을 가는 데 돈을 썼는데 이렇게 좋은 곳에 기부하니 이전보다 큰 성취감과 떳떳함을 느낄 수 있었죠.”

  그의 따뜻한 손길은 해외로까지 뻗어 나갔다. 그는 올해 1월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온 후 캄보디아에 음악 학교를 짓겠다는 결심을 했다. 캄보디아 톤레샵 호수 수상마을에 한국인이 지은 학교를 봤고 그 학교에 휘날리는 태극기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캄보디아 한인회에 연락해 음악학교 설립에 대해 알아봤다. 

  “나의 재능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재능을 음악을 가르치는 데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음악은 전 세계 공통어예요. 그런 음악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어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캄보디아는 음악이라는 것이 낯선 개념인 곳인 만큼 우선 악보와 노래부터 가르쳐 줄 생각이에요.” 

  현재 캄보디아에는 음악수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남씨는 그런 캄보디아의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 남씨는 우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악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래는 수상마을에 음악학교를 짓는다는 것이 목표였지만, 음악교육이 없는 상황을 보고 내륙에 설립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는 학교설립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악기를 구하는 것을 꼽았다. 현지에는 악기의 수요가 적다 보니 악기를 구하기도 힘들고 값도 한국보다 비싸다. 또한, 고온 고습의 캄보디아 날씨 특성상 피아노 조율이 자주 필요한데 현지의 조율사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는 캄보디아에 갈 때마다 관세가 붙지 않는 작은 중고 건반악기를 가져간다. 

  남씨의 바람은 자신이 세운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은 청소년들이 성인이 돼 캄보디아 각지에 음악의 씨앗을 퍼뜨리는 것이다.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성인이 돼 흩어지면 캄보디아 전역에서 더 많은 아이가 음악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캄보디아 음악학교 개설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2주 전에도 캄보디아에 다녀왔고, 이번 달에도 현지를 방문해 음악학교에서 가르칠 학생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현지 학교를 찾아가 음악에 소질 있는 학생들이 음악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현지 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설득할 예정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멀리 내다보며 계획하고 행동하라고 전했다. 남씨는 피아노 책을 30년 이상 집필하고, 음악학원을 20년 이상 경영했다. 대학교 때부터 피아노 책을 집필한 그는 그때부터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며 일찍부터 길을 잡았다. 그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20년 동안 특정한 일을 하면,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분야 하나를 20년 동안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다면, 그 분야에 여러분의 이름 세 글자를 새길 수 있어요.”

  이번 사회 기여도 이런 그의 신념 하에서 진행된 일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조성진같은 쇼팽 콩쿠르 수상자가 캄보디아에서도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년 후 우리나라의 노인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음악을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한국과 캄보디아 국민이 각계각층에 음악을 전파한 사람으로 ‘남주희’라는 이름을 기억해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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