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도약할 이화의 예술인들을 주목하라
세계로 도약할 이화의 예술인들을 주목하라
  • 전샘 기자
  • 승인 2016.0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 대학원생들의 예술성을 한껏 뽐낸 작품을 주목하자. 조예대는 4월11일(월)까지 조형예술관(조형관)A와 C동에서 ‘제19차 이 작품을 주목한다’ 전시를 개최한다. 전시는 매학기 열리며, ‘제18차 이 작품을 주목한다’와는 다르게 이번 전시는 대학원생만 참여했다.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섬유예술과, 패션디자인과, 공간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산업디자인과, 영상디자인과 대학원생 16명이 개인과 팀으로 작품 27점을 출품했다. 개막행사는 3월29일 오후5시 조형예술관 A동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조형관A동에는 조소과, 동양화과, 서양화과, 섬유예술과 대학원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1층부터 4층 곳곳에서 예비 작가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신선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어린 소녀의 특유한 순수함이 돋보이는 '소녀의 기도'. 무릎을 꿇고 하늘을 응시한 채 기도하고 있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오른편에 가장 먼저 보이는 석고 작품이 있다. 김혜리(조소과 석사과정) 씨의 작품 ‘소녀의 기도’다. 무릎을 꿇고 하늘을 응시한 채 기도하고 있는 소녀상은 새하얀 석고상으로 어린 소녀 특유의 순수함이 돋보인다. 소녀의 얼굴과 옷, 자세가 세밀하게 표현돼 마치 살아있는 듯하다. 무언가를 간절하게 염원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그 기도의 내용을 상상해 보게 한다. 김씨는 “‘소녀의 기도'의 원작은 영국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의 '어린 사무엘'”이라며 “염원의 상징이 된 소녀의 이미지를 조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소녀상의 맞은편에 있는 작품 역시 김씨의 작품이다. 김씨의 작품 ‘잃어버린 그림들’은 액자부터 내부의 그림까지 모두 석고로 이루어졌다. 이 고요한 순백의 작품은 어떠한 색채도 쓰지 않고 오로지 명암과 입체감으로만 가축과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다. 김씨는"이 이미지들은 특정한 의미를 가진 정형화된 것들이라 생각된다"며 "이를 액자와 함께 캐스팅함으로써 작품 자체가 작품의 소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 동양화 특유의 투명함이 돋보이게 인체의 역동적 동작을 담아낸 '개운한 피곤'

 

 

 

 

 

 

 

 

 

 

 

 
  김씨의 작품을 지나 왼쪽 복도 끝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는 동양화 특유의 투명함이 돋보이는 작품이 있다. 바로 김효진(동양화과 석사과정)씨의 ‘개운한 피곤’이다. 제목처럼 그림 속의 여성은 피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스트레칭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요가를 하고, 영상을 찍어 그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 것이다. 신체를 꼼꼼하게 채색하기 보다는 팔과 다리, 머리를 중심으로 붓질을 최소화해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과감히 생략된 상의, 하의 채색은 관람객에게 스트레칭을 통해 피로를 푸는 신체에만 주목하게 한다. 김씨는 “인체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내 이를 시각적으로 구성한 것”이라며 “색, 색의 표면, 인체의 형상을 통해 도발적인 느낌, 인체가 유연함을 뽐내는 느낌 등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대자연의 에너지를 회화로 표현한 '마스타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중간에는 힘 있는 덧칠이 인상적인 작품인 최지원(서양화과 석사과정)씨의 ‘마스타바’가 있다. 돌 속에서 느껴지는 대자연의 에너지를 회화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진가는 가까이 다가섰을 때 느낄 수 있다. 유화의 특성상 붓이 지나간 자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꼭 모진 풍파를 겪은 돌의 표면처럼 보인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 대자연의 품을 벗어난 돌을 형상화한 것이다. 최씨는 “돌의 표면에 새겨진 수많은 생채기와 패임은 돌이 대자연이라는 모체로부터 떨어져 나와 겪은 시간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이렇게 수많은 흔적들과 함께 내뿜는 돌의 비명 소리는 원래 있었던 곳인, 대자연이 내뿜는 에너지의 단서”라고 말했다.

▲ 모체에서 분리된 '나'를 의미하고자 한 'Belly Button'

 

 

 

 

 

 

 

 

 

 

 

 

  ‘마스타바’를 뒤로 한 채 3층으로 올라가면 제일 먼저 한 덩이의 목화솜 같은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김누리(섬유예술과 박사과정)씨의 ‘Belly Button’다. 가로세로 각각 약 60cm인 이 작품은 꽃이 진 이후 하얀 솜뭉치가 맺힌 목화씨처럼 보인다. 김씨는 이를 통해 배꼽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작품의 중심에 작게 새겨진 ‘one and only’라는 문구는 ‘단 하나뿐인 것’이라는 의미로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크기지만, 작품을 관람하다 우연히 읽게 되면 ‘나’라는 존재가 갖는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끔 만들어준다. 김씨는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비교하고 비교당하면서 자신의 존재가 작아지거나 반대로 우쭐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이 작품을 통해 모체에서 분리된 '나'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임을 각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창 속의 창문을 형상화한 'The Window-또 하나의 눈'

 

 

 

 

 

 

 

 

 

 

 


 

  ‘Belly Button’ 맞은편 흰 벽에는 실제 창문 같은 작품이 걸려있다. 캄캄한 밤하늘이 보이는 창문을 그린 조경민(섬유예술과 박사과정)씨의 ‘The Window-또 하나의 눈’이다. 천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작품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작품이 창 속의 창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작품을 액자 없이 그대로 붙여놔 벽면의 흰 배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는 실제로 벽면에 창이 뚫린 듯한 효과를 낸다. 창 안에 또 하나의 창이 있고, 그 너머에 비로소 검푸른 하늘이 보이는 것이다. 조씨는 “창문은 외부와 소통할 수 있고, 또 동시에 외부와 단절시키는 존재”라며 “‘The Window-또 하나의 눈’은 창문의 이런 특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라고 말했다.

  조형관C동에는 영상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패션디자인과, 산업디자인과, 공간디자인과  학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건물 1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영상작품은 김소림(영상디자인과 석사과정)씨의 ‘CRASH!’와 유수연(영상디자인과 석사과정)씨의 ‘Unrequited Love’이다. ‘CRASH!’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의 삼각관계를 풀어낸 영상이다. 캐릭터는 도형의 기본 요소인 선과 면으로 이뤄져있다. 분홍색 캐릭터 ‘이쁜이’를 차지하기 위해 ‘검둥이’와 ‘동글이’는 선과 면이 지닌 깔끔하거나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한다. 주목할 점은 ‘검둥이’와 ‘동글이’가 각각 선과 면의 도형적 특성을 행동으로 나타낸다는 점이다. 김씨는 “기초적으로 다루는 점, 선, 면이 모두 합쳐지면 무엇이 될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며 “각 캐릭터가 상징하는 요소를 마구 뽐내고, 이들이 서로 섞이면서 스토리가 진행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재생되는 작품 ‘Unrequited Love’는 한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감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냈다. 수줍어하는 남성 캐릭터에게 작가는 세 가지 조언을 통해 여성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제안한다. 특히 작품의 캐릭터가 평면적인 느낌을 줘 더욱 아기자기한 영상이다. 유씨는 “슬프게만 생각하는 ‘짝사랑’을 2D 애니메이션을 통해 밝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2층 복도로 들어서면 네 작품의 원색적인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지현(시각디자인과 박사과정)씨의 ‘[un]veil’이다. 석고상을 비닐로 바짝 덮어서 표면에 문자의 형태가 보인다. 노란색, 남색, 다홍색, 파란색 등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단일한 색으로 칠해진 정사각형에 불과한 것 같지만, 각기 다른 색마다 ‘…’, ‘?’ 과 같은 문자가 비치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제목처럼 베일에 가려진 작품인 셈이다. 화려한 색채 뒤에 비밀 문자를 숨기고 있는 듯하다. 박씨는 “‘Veil’과 ‘Unveil’ 즉 보이지만 말하지 못하고, 드러나지만 드러낼 수 없는 사회 문제들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 빛과 빛의 연결을 통해 생명의 탄생을 표현한 '숨(breath)'



 

 

 

 

 

 

 

 

 

 

 

  한 층 올라간 3층 복도에서는 조윤수(패션디자인과 박사과정)씨의 의상 작품 ‘숨(breath)’이 전시돼 있다. 그런데 이 의상 작품은 여타 의상 작품과는 다르다. 보통 의복은 천과 실로 형태를 잡지만, 조씨의 작품은 옷의 형태가 EL 와이어로 잡혀있다. EL 와이어는 일반 와이어와는 다르게 빛을 내는 와이어다. 왼쪽의 넥타이와 셔츠, 오른쪽의 모자와 드레스를 빛나는 와이어 선과 속이 비치는 얇은 천으로 표현해낸다. 하늘하늘한 소재의 작품은 한숨처럼 가벼운 느낌을 준다. 조씨는 “한줄기의 빛으로 시작돼 완성된 옷을 의인화해 생명의 탄생을 표현한 작품”이라며 “사람이 숨을 쉬고 호흡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것처럼, 작품 역시 빛과 빛의 연결을 통해 탄생되고 생명력을 가지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 전통적인 느낌과 현대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서안'

 

 

 

 

 

 

 

 

 

 

 


 

  4층 엘리베이터를 나서면 이해인(산업디자인 전공 석사과정), 이가영(산디·15년졸), 이희승(산업디자인 전공 석사과정)씨의 작품 ‘서안’을 만날 수 있다. 서안은 책을 펴 보거나 글씨를 쓰는 데 필요한 서실용 평좌식 책상을 말한다. 이들이 작업한 서안은 단순한 구성과 한국적인 비례를 모티브로 하고, 한지 공예를 응용한 종이 소재로 디자인됐다. 특히 이 종이 소재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엮어 눌러내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표면의 패턴은 현대미를 자아낸다. 때문에 이들의 서안은 전통적인 느낌과 현대적인 아름다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작품을 구상한 이해인씨는 "전통적 서안에서 느껴지는 공예적이고 개성 있는 감성을 살려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예대 원인종 학장은 “이 전시는 자신의 창의적인 작품과 디자인 작업을 성실하게 하고 있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개최됐다”며 “이들이 세계적인 작가와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한 이지원(도예·15)씨는 “작년 전시보다 재료와 주제가 더 다양해진 것 같다”며 “매 전시를 볼 때마다 작가들의 창의력에 감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 뜻 깊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