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겐트대학교 (Ghent University)

  교환국으로 벨기에를 선택한 이유는 다소 싱겁다. 학점과 토플, 유럽 여행을 위한 위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또 제 2 외국어가 아닌 영어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곳을 원했다. 리스트를 보며 긴 시간 고민한 결과, 벨기에 겐트의 겐트대학교(Ghent University)를 최종 선택했다.

  벨기에는 경상도 크기의 작은 나라이지만 북부 플란더스 지방에서는 네덜란드어를, 중부 브뤼셀과 남부 왈로니아 지방에서는 불어를 사용한다. 겐트는 플란더스에 위치한 도시로, 교통이 편리하며 여러 대학이 위치해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대학도시이다. 강이 도시 곳곳을 통과해 흐르는 낭만적인 곳으로, 강가 옆으로는 아기자기한 펍, 레스토랑, 교회, 성 등이 아름답게 줄지어있다. 

  겐트대학교에서는 이화에서 할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남녀공학이라는 환경이 새롭고 특별했다. 덕분에 벨기에 남학생 네 명과 홍일점으로 팀플에 참여하는 소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매 시간 의견을 적극 반영해주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할 때에도 네덜란드어가 아닌 영어만 사용하는 등 많은 배려를 해줘 정말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가장 좋았던 점은 수업에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유리천장, 남녀 임금 차별 등의 이슈를 남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이 큰 지적 자극이 되었다. 벨기에 남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여성의 유리천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며, 자신은 남자지만 페미니스트임을 강하게 표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고 큰 자극을 받았다. 

  짧은 한 학기였지만 벨기에 특유의 여유를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맥주와 갓 구운 부드럽고 따뜻한 와플을 먹으며 강가를 거니는 사람들, 집 앞 공원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 과도하게 스펙을 쌓거나 특정 직업을 선망하기보다는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는 친구들의 여유가 부럽기도 했다. 

  이들의 여유가 곧 벨기에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관용의 모습이 아닐까. 자국 인구 대비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주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벨기에이며, 테러 이후 벨기에 내 외국인들이 차별받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차별 금지를 외치기도 한다. 파리 테러범 압데슬람의 밀입국으로 군인들과 경찰들이 곳곳에서 검문과 순찰을 하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동요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더욱 안전한 나라가 된 것 같다며 여유로운 웃음을 짓던 친구들.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얼마 전 뉴스의 소식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벨기에의 상처가 곧 아물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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