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학가는 프라임(PRIME) 사업과 관련한 논쟁으로 뜨겁다. 본교에서도 프라임 사업은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산업 수요에 맞춘 대규모 구조조정', '구성원의 소통 없는 진행' 등으로 논란이 있다. 이에 프라임 사업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24일 본관 304호에서 박선기 기획처장을 만나 본교는 프라임 사업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들어봤다.

프라임 사업은 무엇인가

  프라임 사업은 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의 줄임말로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을 의미한다. 이 사업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2024년 이후 대학 입학정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진행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30일 사회수요 중심의 자율적인 대학 체제개선을 통해 학생의 진로역량 강화와 인력 수급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목표로 프라임 사업 기본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프라임 사업은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선정된 대학을 지원한다. 본교와 같은 사립대학의 경우 정부에서 등록금 정책으로 등록금 동결이 계속되고 있고, 학령인구의 감소로 질 높은 교육을 위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으로 교육개혁을 이루기 위해 전폭적으로 각 대학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19개 대학을 선정해 2012억원을 지급한다.

  프라임 사업은 대형과 소형으로 분류되는데, 대형은 ‘사회수요 선도대학’으로 인력수급전망에 따라 취업, 진로 중심 학과로 대학을 전면 개편한다. 프라임 사업 대형의 참여 조건으로는 입학정원 10%(최소 100명 이상) 혹은 200명 이상 정원 이동이 이뤄져야 한다.

본교, 프라임 사업 소형 참여

  프라임 사업 소형은 미래 국가 성장의 토대가 되는 특정 분야의 우수 인재 양성을 선도하기 위해 창조신기술, 융합전공 등 창조경제와 미래 유망 산업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 맞춤형 학과 등 선도적 교육모델을 도입한다. 프라임 사업 소형의 참여 조건은 입학정원 5%(최소 50명 이상) 혹은 100명 이상 정원 이동이 이뤄져야 한다.

  본교는 프라임 사업 소형에 참여한다. 따라서 프라임 사업 대형에서 이뤄지는 큰 폭의 정원 감축은 없다. 본교는 기존에 있는 이공계의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그 분야의 융합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계획안을 31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본교는 중·장기 발전계획으로 프라임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여학생에 대해 ‘공학과 수학을 안 좋아한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막상 본교가 여대 최초로 공대를 설립하니 타대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좋은 성과를 내왔다”며 “본교의 공학 분야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해 장기적으로 공학 분야와 관련된 미래 유망 산업에서 이화의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프라임 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본교가 프라임 사업 소형에 참여하는 이유는 본교가 종합대학이기 때문에 프라임 사업 대형에서 요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 처장은 “본교는 현재 전공을 통·폐합할 필요도 없고, 대규모의 학과 구조조정 없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형이 본교에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라임 사업, 융합인재 양성 위한 지원 확대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면 전체 사업비의 10%는 과목 증원, 교수 확충 등 학교 전체 인프라 개선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또한, 15%는 프라임 사업을 진행하며 정원이 줄어든 학과에 투자를 해야하므로 프라임 사업 지원비용의 25%는 이공계열을 포함한 모든 단과대학(단대)이 지원받을 수 있다.

  프라임 사업 지원금은 학생장학금 혹은 학생들의 기업 및 해외 인턴십 지원비로 사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전공이나 단과대학의 여러 교육 환경 개선, 인프라 개선, 교수 충원비용 등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전반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박 처장은 “본교는 프라임 사업으로 공학계열에서 학과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에 프라임 사업의 지원금으로 기업체 경험이 많은 산학협력 중점 교수진을 초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교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공학인’이라는 융합 개념에 초점을 맞춰 프라임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에서는 기술만을 가진 공학인이 아니라 콘텐츠가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공학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공학인이 인문학적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본교도 그러한 방향에 발 맞춰 나가고자 한다.

  물론 공학 분야에만 지원이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본교는 13개 분야의 17개 전공을 유망전공으로 선정했는데, 사학과와 중어중문과와 같은 인문계열, 한국음악과와 같은 예술계열 학과도 포함돼 있다.

△프라임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제기돼

  학생들은 산업수요에 따른 인력수급전망에 맞춰 학문을 통·폐합 하는 과정에서 받을 피해를 우려하는 입장이다. 또한, 학문과 배움의 장인 대학에서 취업률에 맞춰 학과 구조조정을 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내 구성원과의 충분한 의사소통 없이 사업을 진행한 점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민혜인(정외·15)씨는 “교내 학과 개정에 있어 당사자인 학생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학교의 일방적인 정책 발표와 실행은 학교로부터 학생들을 소외시키며 소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불가피한 구조조정에 대해 학생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민주적 운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라임 사업이 기초학문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대학개혁에 관한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당연히 인문학 혹은 기초학문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원 이동이 다른 계열을 줄여 공학계열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10년간의 전망을 바라보고 개편하는 프라임 사업은 대학의 중·장기 계획을 고려하고 장기간 논의를 거쳐 진행돼야 한다. 이 연구원은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진다며 급속한 진행을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구성원과의 합의를 거치라고 했는데 방학을 제외하면 학내 구성원과의 합의 시간은 실질적으로 3월 한 달 밖에 없다”며 “그 시간 안에 합리적인 논의를 거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현안보고 8호’에서 “5년 단위 인력수급전망에 따라 학사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대학의 혼란과 행·재정적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떨어진다”며 “정부의 강제적인 학사 개편은 더 큰 인력수급의 불균형과 대학의 획일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프라임 사업을 비판했다.

△학내 구성원 Q&A
-입학정원을 축소하는가
본교는 입학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원이동은 불가피하다. 본교는 모든 단과대학(단대)에서 10%의 인원을 ‘사회변화 대응정원’으로 지정했다. 사회변화 대응정원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수요에 맞춰 유동적으로 학과 인원을 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사회수요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에 모든 단대에서 똑같은 비중으로 유동 인원을 설정하고 이후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예정이다.

-기존 인문·사회·예체능계열 학생들을 배려할 방법은
특정 학과만을 위한 배려는 어렵지만 정원 감축으로 학생 정원이 줄어들면서 폐강 확률이 높아진 과는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할 예정이다. 폐강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배려를 본교에서 제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계획중이다.

-프라임 사업이 인문학과 같은 기초학문을 등한시하게 될 것이라는 학생들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본교가 진행하는 프라임 사업의 인재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공학인이다. 이공계 학생들이 인문학 과목을 많이 들어야 하므로 절대 인문학이 위축될 일이 없다. 본교의 인문학적 콘텐츠가 우리 공학에 연계될 수 있는 바탕으로 공학을 지원하고, 자연적으로 인문학에도 재정적인 투자를 해 학교 전반적으로 인문학적 기반이 더 탄탄하고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문의 가치보다 취업만을 고려한 사업진행이라는 비판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학문의 균형적 발전’은 학교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취업만을 고려한 사업진행이라는 비판에는 공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있는 것 같다. 공학계열도 하나의 학문이다. 이공계가 학문으로 인정받기 보다는 취업을 위한 과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공계를 지원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은 새로운 분야의 학문적 가치를 이화에 심고, 이화의 졸업생들이 또 다른 선구자가 되게끔 하는 것이다.

-산업 수요에 발맞춘 구조개혁은 위험하다는 학생들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래에 대한 예측은 100% 확실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적 연구소에서도 미래의 유망산업,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본교에서는 유망산업 분야 중에서 오랫동안 수요가 높을 만한 사업을 다양하게 분석해 10년, 20년 후에도 충분한 수요가 있을 분야를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사업 추진이라는 비판에 어떤 입장인가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은 다방면에 걸쳐서 해왔다. 학생 간담회도 진행했고, 단대에서 학장이 전공 학생 대표를 모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내부에서는 교수들과의 소통이 계속 있었다. 본교는 공개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학생들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학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공개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으며, 그 의견을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