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한끼를 위한 한시간, 십시일밥을 말하다
친구의 한끼를 위한 한시간, 십시일밥을 말하다
  • 전샘 기자
  • 승인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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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영리민간단체 '십시일밥'을 본교에 도입한 전하은씨(왼쪽)와 김원희씨.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어떤 친구는 한 끼에 만 원 이상의 밥을 먹는 게 아무렇지 않고, 어떤 친구는 김밥 하나를 사 먹는 것도 부담스러워하죠. 이런 차이가 곧 삶의 다른 부분의 차이를 대표한다고 생각해요.”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分量)이 된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모으면 다른 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이 사자성어의 교훈을 행동으로 옮기는 봉사 단체가 있다. 바로 ‘십시일밥’이다. ‘십시일밥’은 대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교내 학생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대가로 받은 식권을 교내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전하는 활동이다. 한양대에서 시작한 비영리민간단체 ‘십시일밥’을 본교에 도입한 전하은(정외·15)씨와 김원희(불문·15)씨를 15일 ECC B215호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본교 ‘나눔리더십’ 수업을 통해서 ‘십시일밥’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호크마 교양대학의 김혜령 교수가 주최한 특강에서 ‘십시일밥’ 박현아 마케팅 팀장이 강연에 나섰다. 강연에서 들은 내용이 전씨의 마음을 울렸다. 박 팀장은 특강에서 ‘십시일밥’의 이호영 대표가 목격한 일화를 소개했다.

  “학생 식당에서 학생 둘이 마주 보고 밥을 먹고 있는데, 한 사람은 밥을 먹고 한 사람은 안 먹고 앉아만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한 명이 식사를 마치자 남은 한 사람이 식판을 들고 가 밥을 더 가져와 먹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거죠.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걸 잘 몰랐는데 실제로 이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자 ‘십시일밥’과 같은 활동이 필요하다고 점을 깨달았다고 해요.”(전하은)

  전씨가 ‘십시일밥’을 본교에 들여온 것도 같은 마음에서다. ‘대학생’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어려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강연 내용에 굉장히 공감했어요. 교내의 학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같은 학교 다니면, 적어도 ‘밥’은 똑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봉사를 시작했어요.”(전하은)

  본격적인 ‘십시일밥’의 활동은 이번 학기 개강일부터였다. 봉사자들은 매일 요일별로 세 명씩 12시30분부터 한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한다. 생활환경대학관(생활관) 카페, 생활관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에서 배식 등의 일을 해 시간당 7000원의 임금을 받는다. 봉사 차원에서 계약상 3명이 일하지만 일한 임금은 2명분, 즉 14,000원만 받고 있다. 받은 임금은 사무국에 내는 수수료를 제외하면 전부 식권을 구입하는데 쓰인다. 구입한 식권은 형편이 어려운 본교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여사님들께서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맞이해주세요. 그리고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열심히, 그리고 웃으면서 일해줘서 고마워요.”(김원희)

  ‘십시일밥’의 활동이 언제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빈번하게 마주해야 했다. 활동을 하려면 식당 측에서 협조를 받아야 하지만, 계약을 하러 식당에 앉자마자 담당자의 거절을 들어야 했다. “식당에 앉자마자 담당자분께서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거 안 돼요’라고 거절했어요. 아직 설명도 안 했는데 거절하시니 당황스러웠죠.”(전하은)

  식당 측의 거절에 당황했지만, 오해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담당자는 ‘십시일밥’의 활동을 봉사가 아닌 직원 대신 봉사자를 고용하는 형태로 생각한 것이다. “기존 인력을 몰아내는 게 아니라 손이 부족한 시간에 도와드린다는 점을 설명해드렸어요. 결과적으로 저희가 가진 좋은 취지에 공감해주시고 계약에 성공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전하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목을 잡았지만 ‘십시일밥’은 이화 안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자투리 시간에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십시일밥의 매력을 느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십시일밥’은 공강 시간에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니 시간에 대한 부담이 적어요.”(김원희)

  ‘십시일밥’은 식당에서 받는 임금의 대다수를 식당 상품인 식권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라 식당 측에도 이익이다.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는 것보다 식당 측의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교내에서 이뤄지는 봉사인 만큼 봉사자들의 접근성도 좋다. 또한 식권이 돌아가는 대상이 본교 학생들인 만큼 수혜 대상이 비교적 명확하다. 즉 이 활동은 봉사의 참여자와 수혜자, 그리고 장소를 제공하는 식당까지 ‘십시일밥’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형태다.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활동인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전씨는 앞으로의 ‘십시일밥’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이화 ‘십시일밥’이 좋은 평판을 다져서 건국대가 그랬듯 다른 학교 ‘십시일밥’의 시작을 돕고 싶어요. 또 생활관뿐 아니라 학교 안에 있는 다른 식당에도 활동을 확장해 더 많은 봉사자, 수혜자들이 생겨났으면 해요.”

  내 옆 친구의 말 못할 어려움을 돕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이제 막 싹을 틔웠다. 김씨와 전씨는 ‘십시일밥’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자 다른 봉사활동과의 차별점이 바로 ‘봉사의 호혜성’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봉사를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씨와 김씨는 ‘십시일밥’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했다.

  “봉사라는 것은 사실상 상호적인 활동인 것 같아요. 나눔을 주는 사람이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봉사자와 수혜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진정한 봉사죠.”(김원희)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주일에 한 시간이면 한 달에 네 시간, 한 학기면 16시간이죠. 4년이 지나면 100시간이 넘어요. 작은 기회, 혹은 작은 수고로 남을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으니 이화인들이 이런 경험을 많이 해보면 좋겠어요.”(전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