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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송중기가 보여주는 세상
2016년 03월 28일 (월) 김혜숙 교수(철학과) -

  요즘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니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이름이 정치인들 빼면 이세돌, 송중기였다. 이들이 활동하는 영역을 보면, 하나는 고도의 두뇌게임, 다른 하나는 고도의 감성게임의 영역이다. 현실 공간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정치인들과 달리 두 사람은 게임이라는 가상공간 안에서 치열하게 삶을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실상 정치도 사람들에게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약속을 담보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허황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사람들이 믿도록 만들기 위해 정치가 또한 배우나 게임 전략가 못지 않은 현란한 제스추어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도 사람들이 제스추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배우 못지 않은 고난도 연기를 해야 한다. 

  가상공간이 더욱 더 크게 열릴 미래를 살아가야 할 요즘 젊은이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세상이 단지 확장된 정도가 아니라 상호 다른 차원들이 교차하고 연결되면서 매우 복잡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영화, 거울 속의 거울을 바라다보듯 우리는 몇 겹의 가상적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 공간들의 상호 역학에 관해 잘 알 수 없는 우리는 매우 난감한 지점에 서 있는 듯하다.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고 이제까지의 인간 경험은 그다지 유용한 가치로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 안에 축적되었던 노인들의 지식이 무력해지는 세상 안에서 노인들은 이제 기술 적응력이 좋은 젊은이들에게 첨단 기기 사용법을 비롯한 여러 새로운 지식들을 물어야 하는 시대이다. 지식의 전수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나로서는 은퇴가 고맙기까지 하다.   

  알파고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가상존재에 관한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튜링이 처음 튜링테스트를 통해 인공지능의 지위를 부여하는 기준을 제안한 지 60년이 넘은 시점에서 인공지능은 어느새 우리에게 현실로 성큼 다가와 있다. 인간이 유인원으로부터 여기까지 진화해온 수백만년의 세월에 비추어보면 60년의 시간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순간에 발생한 변화는 놀랍고 이후 100년 간의 변화는 더욱 놀라울 것이다. 인간은 앞으로 자기 몸을 벗어나 기계로, 혹은 어디든 부착 가능한 지능으로 진화할 것인가? 생명공학과 정보공학의 융합을 통해 어떤 사이보그 세상이 만들어질 것인가? 호기심보다는 알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앞선다. 이기고 있다고 생각한 이세돌 뒤에 성큼 쫓아와 등 뒤에서 씩 웃고 있던 알파고를 보는 것처럼 미래가 섬뜩하게도 느껴진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 명제는 서양의 근대 인간 중심의 세계를 연 하나의 상징이다. 그 뒤 수 백년 간 서구 중심의 인간문명은 명제적 판단능력, 명철한 계산능력, 추론능력을 ‘이성’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이것을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라 여겼다. 이제 그 영역은 인간만의 것이라 주장하기 어렵게 되었다. 인간 사고를 시뮬레이트 하는 기계적 지능의 출현으로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철학적 물음에 당면하게 되었다. 대체로 서양철학자들은 인간의 삶의 영역을 인식의 영역, 도덕의 영역, 미적 감성의 영역으로 나누어 이야기해왔다. 이제 인식의 영역을 기계와 공유하게 되면 남는 것은 도덕과 미적 감성의 영역이다. 딥마인드의 하사비스 CEO는 인수되는 조건으로 구글에 윤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문화 안에서 만들어지기 어려운 멋진 제안이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자들은 윤리적 판단 모듈도 만들어낼 것이다. 확률론을 이용한 인간행동이론을 활용한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인간에게는 송중기가 보여주는 감성의 세상만 남게 될 것 같다. 나도 송중기가 만든 가상인물이 좋기는 하니 그리 나쁘지 않다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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