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다. 지난 9일~15일 서울에서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열렸다. 결과는 1승 4패로 인간의 패배였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과 함께 두려움도 커졌다. 이화인들이 생각하는 인공지능 시대는 ‘유토피아’(utopia)일까 ‘디스토피아’(dystopia)일까. 이에 본지는 다양한 전공의 이화인들을 만나 ▲이세돌-알파고의 대국 ▲인공지능 사회의 미래 ▲학술 연구의 인공지능화 등을 물어봤다. 

  인공지능이 바둑을 둘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 대국을 보면서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 속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고 느꼈어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분야가 늘어나고 정보를 처리하는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 통계를 전공하는 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정보를 다루는 통계 분야를 완전히 대체해 버릴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예술 분야는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할 것 같아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같이 인공지능에 대해 다룬 영화는 예전부터 있었잖아요. 그것들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파고를 보면서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러다간 인간의 삶이 로봇에 지배당할 것 같아 두려웠어요. 초반에는 인간이 하기 힘든 부분을 대체해 편리하겠지만, 종국에는 사람과 같이, 더 나아가 사람 이상의 사고를 해서 기계가 인간을 열등하게 생각하는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것 같아요.

  제가 공부하는 인문학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를 입혀 소설을 낸 인공지능이 있단 기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것을 보면서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작품을 사람들이 앞으로 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겠죠. 

  컴퓨터로 하는 체스는 짜여 있는 프로그램대로만 하는 일률적인 거잖아요? 근데 알파고는 자기 혼자 생각하고, 일부러 이상한 데 수를 두더라고요. 이것을 보면서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생각하는 권리를 뺏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인공지능이 그것까지 하면 인간의 권리를 박탈당할 것 같아요.

  이번 대국을 보면서 너무 허무했어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기술을 배워도 잊어버릴 수 있는데, 알파고는 한번 저장하면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잖아요.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인간에게 달렸다고 생각해요. 제가 배우는 경제학에서는 수학적인 계산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정밀한 계산까지 할 수 있으니까 효율적일 수 있겠죠. 하지만 인공지능이 가치판단을 하는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못할 거예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사회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까 상상이 잘 되진 않아요. 그렇지만 부품조립처럼 인간이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분야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 같아요. 하지만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측면과 아울러 사람 간 상호작용을 하면서 교류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점이 많아요. 이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한 수치 예측을 요구하는 금융권 등에서 인공지능이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추측해요. 그렇다고 인간의 설 자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만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들이 생길 거예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제 분야를 인공지능이 완벽히 대체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믿어요. 기존의 악보 속에서 작곡가의 패턴을 분석해 새로운 음악을 만든 인공지능 얘기를 봤지만, 저는 그것이 작곡가의 영역을 ‘대체’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음악은 감정의 영역이에요. 감정은 계산이나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인공지능을 모든 분야에 이용할 수 있겠지만,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될 것 같아요. 스포츠에서는 어떤 기술보다도 운동선수의 자세가 중요해요. 현재는 인간이 운동 자세를 코치하지만, 인공지능이 도입된다면 실수 없이 자세를 분석하고 더 나은 자세를 코치할 수 있을 거예요. 이를 이용한 스포츠의 미래는 밝겠지만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인공지능에 의해 코치 받아 인간 간의 교류가 사라진 스포츠 활동은 피폐한 삶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