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을 끝으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승부는 끝이 났다. 총 5대국에서 1대 4로 패배를 했지만, 이 경기는 승패 이상의 의미를 인류에게 안겨주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해온다는 위협’ 때문이라고 밝힌다. 인공지능이 게임을 할 수 있는 CPU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고 있는 일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심리적 위협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들어가 본다면, 인간만의 고유한 작업이 있는가 라는 질문도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연산 능력을 밑바탕으로 하여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하지만 알파고가 우리에게 안겨준 신선한 충격은 로봇이 이런 단순 연산프로그램에서 보다 한 발자국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는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기술 혁신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다. ‘딥러닝’은 인공지능 스스로가 아직까지 쌓아온 데이터를 토대로 자가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이로 인해 로봇들은 쉬지도 않은 채, 무수한 계산과 추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인간보다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로봇이 대량 생산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논리와 이성을 제외한 인간만의 분야가 있을까? 어떤 이는 인간만의 감성을, 다른 이는 창의성이나 호기심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질문을 되씹어 보면, 할 수 있는 답은 예상 외로 쉬워진다. 인간은 실제로 이성을 추구하지만, 이성으로만 이루어진 존재는 아니다. 역설적으로 실제 인간의 삶은 모순 덩어리 자체이다. 인간은 이성을 따르려고 노력은 하지만, 항상 이성만을 맹신하며 따라가지 않는다. 심지어 이성만을 추구하려 해도, 행동은 쉽게 고정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하루 전날 써놓은 계획표도 단순한 유혹에 빠져 지키지 못해본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모순’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순이야 말로 로봇이 가지지 못한 인간의 다양성을 보유해주는 지점이 아닐까? O,X를 분류해서 X를 버려버리는 인공지능에게 ‘모순’은 기대하기 힘든 기능이다. X가 로봇에게는 그저 무가치한 것이 돼버리는 반면에, 인간에게 X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를 넣어주는 역할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만 다시금 살펴봐도 그렇다. 실패는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이를 발판 삼자는 인간의 사고가 내포되어 있다. 이를 이번 빅 매치에 대입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알파고에게 패배는 그저 버려질 게임 확률일 뿐이지만, 이세돌 선수에게는 재도약할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모순’을 인류만의 재산으로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경험과 그로 인한 자가 성찰일 것이다. 성찰 없이 지나가 버린다면 오히려 무 논리로만 치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잘 따른다면 이성과 감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적절하게 잡으면서도 인간 존엄성을 지켜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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