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외롭게 싸워 온 소녀상,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다
일본과 외롭게 싸워 온 소녀상,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다
  • 김송이 기자
  • 승인 2016.0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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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된 소녀상 축소본  
 

  주한일본대사관(일본대사관) 맞은편에는 한 소녀가 앉아있다. 단아한 한복을 입은 소녀는 입을 꾹 다물고 작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앉아있다. 이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1000회를 맞이해 2011년 12월14일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다. 작품을 만든 김운성, 김서경 작가는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서 소녀상을 설치해왔고, 이들은 우리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억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1일, 기념관이나 공공장소에서나 만날 수 있던 소녀상들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이에 본지는 2일 종로구에 있는 갤러리 ‘고도’를 찾았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6개의 소녀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왼쪽 끝에는 본교 앞 대현 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나비 소녀상’이, 오른쪽 끝에는 고이 모은 손에 푸른색 새가 앉아있는 거제도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가운데에는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 동상이 있다. 전시장 앞에 있는 6개의 소녀상은 실제 동상의 원형이다. 이 원형들이 청동으로 주물 작업을 거쳐 실제 동상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평화의 소녀상’에는 ‘새’와 ‘나비’가 있다. 새는 보통 예술 작품에서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지만, 소녀상의 새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땅에 앉기도 하는 산 사람과 하늘로 돌아간 사람을 영적으로 연결해주는 것이다. 하늘로 갔지만 마음만은 현실에 있는 할머니들이 우리 모두와 연결돼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비는 환생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많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사죄 한마디를 기다리며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김 부부 작가는 할머니들이 부디 나비로라도 환생해 살아생전 풀지 못했던 원망과 서러움을 풀길 바라는 생각을 담았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안쪽으로 들어가면 웅크리고 앉은 ‘소녀1993’을 시작으로 12개의 작은 소녀상들이 있다. 실제 동상을 2~3배는 축소한 듯 작은 이 소녀상들은 두 작가가 소녀상을 제작하기에 앞서 만든 초안이다. ‘소녀1993’ 상 반대편에는 한복을 입고 어깨에 새를 얹은 채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한 소녀가 있다. 

  이 소녀를 시작으로 전시장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소녀의 모습이 점점 다소곳한 모습에서 의지를 지닌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다소곳이 손을 모은 채 앉아있던 소녀는 전시장 중반으로 가면 불끈 주먹을 쥐기 시작한다. 전시 끝에서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한다.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일본의 서명이 국내로 전해지면서, 소녀가 점점 일본에 사죄를 받기 위한 의지를 더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소녀상 곳곳에는 단발머리에 한복을 입은 일반 소녀상과는 조금 특별한 모습을 한 상들이 서 있기도 하다.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뒷짐을 진 채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는 한 소녀상이다. 길게 땋은 머리가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을 한 이 상의 이름은 ‘소녀의 꿈 하나-못 다 핀 꽃’이다. 이 소녀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 꽃다운 나이의 할머니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강제적으로 꿈을 짓밟힌 소녀의 모습은 관람객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 꽃다운 나이의 할머니들을 형상화환 ‘소녀의 꿈 하나-못 다 핀 꽃' 축소본

  옆으로는 머리에 꽃핀을 꽂고 양손에는 한 아름 꽃을 안고 있는 ‘황금자 할머니’ 상이 있다. 황 할머니는 재작년 1월 생을 마감한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그는 평생 고통스러운 삶을 살면서도 폐지를 줍고 보조금으로 받은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 전 재산을 대학생들에게 기부하고 떠났다. 김 부부 작가는 아낌없이 주고 타계하신 황 할머니를 기념해 환하게 웃고 있는 ‘황금자 할머니’ 상을 만들었다. 

  한편, 전시장 한편에는 ‘베트남 피에타’ 상이 자리 잡고 있다. 엄마의 품에서 포근히 잠든 아기의 모습을 한 피에타 상은 한국군에 의해 피해 받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김 작가 부부가 만든 작품이다. 피에타상은 우리가 잊고 있던 베트남 전쟁 속 전시 성폭력 문제를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제공하는 ‘소녀상’ 전시는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에 있는 갤러리 ‘고도’에서 15일까지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10시~오후6시30분, 주말 오전11시~오후5시30분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를 관람한 김솔지(27·여·서울시 동대문구)씨는 “소녀상을 돌아보면서 마음이 안타깝고 무거웠다”며 “우리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소녀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