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용산구에서 열리는 김민정 작가의 개인전 ‘강남도원'

  빌딩 숲의 야경과 동양화가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괴리감이 있어 보이는 이 둘을 조화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낸 작가가 있다. 차가운 도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김민정 작가(동양화·96년졸)의 전시 ‘강남도원(江南桃園) 2016, 서울’이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갤러리조은에서 4월2일(토)까지 열린다.

  김 작가는 본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개최하고 성남아트센터와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수상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산수화처럼 보이는 작품 약 20개가 전시장 곳곳에 걸려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일반적인 산수화와 다르다. 이들의 진짜 모습은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야 보인다. 가까이서 본 작품은 무수히 많은 조그만 정사각형과 정사각형 안에 있는 색색의 점들로 채워져 있다.

  전시장 왼쪽 벽에 가장 크게 걸려있는 작품 ‘Building Forest 15_21’(2015)은 초록색, 노란색, 주황색과 파란색 등의 점들로 채워졌다. 이처럼 각 작품은 조그만 정사각형 안에는 약 7개의 색이, 그리고 작품 전체에는 수없이 많은 색의 점들로 이뤄져 있다.

  김 작가는 찍은 점의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작품에 병치혼합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은 점묘화에서도 사용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색들을 가까이 배치해 색을 섞지 않고서도 배치된 색들이 섞여 보이도록 하는 기법이다. 가까이서 보던 작품을 다시 멀리서 바라보면 색색의 정사각형 속 점들이 모여 마치 빌딩 숲의 야경을 보는 듯하다.

  이 작품을 옆에서 보면 작품의 더욱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면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았던 하얀색의 한지가 바로 작품을 이루고 있는 정사각형의 칸마다 붙어있는 것이다. 작품에 사용된 한지는 현대적인 주제와 전통적인 동양화의 조화뿐만 아니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도시 야경의 불빛을 따뜻하게 나타내준다. 김 작가는 한지를 손으로 찢을 때, 미세한 섬유질이 노출되는 점을 작품에 활용했다. 섬유질이 드러나게 찢은 한지 조각들을 화폭에 붙임으로써 어둠을 뒤덮고 있는 인공의 불빛에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도시에 대해 삭막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도시 안에서 또 다른 이상을 꿈꾼다. 작가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모순에 주목해 작품 속에 모순을 담아냈다. 현대적 주제인 도시의 야경과 전통적 재료인 한지의 대치를 통해 현대인들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표현하고자 했다.

  김 작가가 도시의 야경을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한 이유는 그의 삶에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도시에서 약 20년을 산 그에게는 도시 야경의 불빛이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이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

  전시회의 제목인 ‘강남도원’에서도 이런 의도가 반영돼있다. 강남도원은 무릉도원과 강남을 합성해 만든 제목으로 자신의 모든 일상이 이뤄지는 도시의 풍경을 무릉도원처럼 그려 도시의 일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려는 의도에서 지은 제목이다.

  김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도시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느낀 이런 감정이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져 그들이 작품을 볼 때 도시생활의 낭만과 따뜻함,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갤러리 조은의 조은주 큐레이터는 “도시의 다양한 빛의 울림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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