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불문학을 공부하면서, 한 번쯤은 프랑스에 가 직접 그 문화를 체험하며 생활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내가 선택한 학교는 스트라스부르 대학(University of Strasbourg)이었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과 접경 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유럽 여러 나라로의 이동이 매우 용이하다. 또한 옛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시가지가 남아 있어서 그 자체로 굉장히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처음 프랑스에 도착해서 한동안은 행정 처리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대학에 정식 학생으로 등록하고, 수강 신청을 끝내는 것만 한 달 이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하나하나 직접 메일을 보내고 발로 뛰어 찾아가야 하는 것이 영 불편했다. 그 과정을 다 거쳐서 일단 서류를 보내 놓고 나면 답장이 올 때까지는 또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답답한 마음에 관광도 여유롭게 즐기지 못했었다.

  하지만 일단 등록을 마치고, 수업을 들어가니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광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대형 강의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팀을 나누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공부하는 TD수업에선 수강생이 15명 내외이다 보니 자연스레 더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때로는 학생이 발의한 내용에 한 수업 전체를 할애하는 걸 보면서, 교육이 어떠한 모습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수강생들 사이에 중년 이상의 연령대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기숙사에 들어오기 전 묵었던 집 주인 분에게, 프랑스에선 자신의 의지가 존재한다면 언제든 다시 학교에 가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교실에서 20대 이외의 사람들을 만나 본 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이렇듯 연령대 간의 분리가 적은 사회 분위기는 학교 밖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카페나 술집, 공연장 등 모든 공공 장소에서는 남녀를 불문한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운 점은 다양한 문화 생활을 싸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스부르가 포함되어 있는 알자스 지방의 대학생들은 7유로를 내고 문화 카드(Carte Culture)를 만들 수 있다. 이 카드가 있으면 오페라, 재즈, 뮤지컬 등의 공연 뿐 아니라 영화 티켓 값까지도 대폭 할인되며, 대부분의 박물관은 공짜로 출입이 가능하다. 여행이 여의치 않은 학기 중에도 틈틈이 교환학생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결국 교환학생 경험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많은 걸 깨닫게 해 주었으며, 남은 몇 달 동안에도 그럴 거라 기대하고 있다. 공부와 다양한 여가를 병행해가며 새로운 환경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낯선 사회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기존의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하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현재 생활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다른 사회를 상상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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