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w Here Is Nowhere' 전시회를 연 박혜수 작가. 제공=송은문화재단

  ‘평범한 삶은 거짓말이라며 보통과 다른 삶에서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설치 미술 전시회가 서울시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이 전시를 준비한 박혜수(조소 석사·00년졸) 작가를 본지가 서면을 통해 만나봤다.

  박 작가는 ‘보통’에 주목했다. 보통은 현대 사회의 잣대이기도 하면서 ‘꿈’과 ‘사랑’같은 개인의 가치를 상실하게 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보통을 위해 경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조명하고 보통만을 인정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보통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비판해온 박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이를 더 심화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사라지는 개인의 가치에 대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연구했다. “지난 작업에서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개인적 가치에 주목한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사회적 풍조에서 알아봤죠. 원인이 다양했기 때문에 이전 작업에 비해 여러 경우의 상황과 내용을 작품에 담으려 했어요.”

  박 작가는 보통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또한, 이를 반영해서 그의 전시회를 구상하고자 했다. 박 작가는 2013년에 ‘보통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스스로 보통의 한계를 정하고 자신은 어느 범주에 속해있는지 체크하는 형식의 설문이었다. 각자 생각하는 보통의 기준이 달랐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그들은 자신을 보통이라고 여겼다. “자신이 보통의 범주에 속해있지 않으면서도 ‘보통입니까’라는 마지막 질문에 ‘YES’라고 대답한 점이 흥미로웠어요. 범주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에 자신의 인생을 걸죠. ‘특별한 삶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남들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에요. 자신은 옳다고 여기지 않아도 보통을 위해 남을 따라 노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음악가에겐 뮤즈가, 디자이너에겐 페르소나가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이다. 박 작가는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가까운 곳,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주변 사물, 만나는 사람들, 의미 있는 시간, 그리고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과 이를 다루는 모든 예술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떠올리죠. 소재나 재료를 멀리서 찾지 않아요.” 

  이번 전시에서는 우연히 청계천을 지나가다가 영감을 받았다. 그는 청계천의 기계 상가 근처 벽에 쓰인 ‘오늘 걸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문구를 보며 전시 방향을 잡았다. “그 문구 앞에 한참 머물며 ‘조금은 마음 편히 걸어도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죠. 걷는 즐거움을 알기도 전에 뛰는 방법부터 가르치다 보니 걸을 때 불안감을 느끼고, 그것을 떨치기 위해 또 뛰게 돼요.”

  그는 관람객들이 본인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임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타인이 세운 기준이 아닌 자신의 판단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과연 당신의 인생에서 본인이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우린 너무 급해요. 뛰기 전에 걷는 즐거움을 먼저 알아야죠.”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