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에 대한 단상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단상
  • 박지은 편집부국장
  • 승인 2016.0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토트백 2. 라이더 자켓 3. 캐시미어 가디건......

  오늘도 핸드폰 메모장에 위시리스트를 추가한다. 원하는 것을 바로 살 수 있는 여력이 없으니, 돈이 생기면 소비할 목록을 미리 적는 것이다. TV를 보다가, 길을 걷다 사람들을 보면서 또다시 사고 싶은 물건이나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 어느 순간 또다시 위시리스트를 쓰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왜 이렇게 살 것은 많고 하고 싶은 건 많은지, 당장 소비할 수 없는 내 상황이 짜증나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사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갖고 싶은 토트백이 정말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남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집착하는 것은 토트백이 아니라 ‘토트백을 맨 나’가 아닐까? 내 자신을 규정하고 내 가치를 만드는 건 토트백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우리는 남과의 비교를 통해 남들만큼의 물건을 갖고 싶어 한다. 그것을 갖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이것이 나의 직업, 미래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단순한 물건 위시리스트를 넘어서서 직업, 미래에 대한 위시리스트를 작성한다. 1.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직장 가기 2. 남들이 가는 여행 가기 3. 남들만큼의 집 사기.......
‘미니멀리스트’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만 갖고 있는 사람, 필요없는 물건을 줄여나가는 사람을 뜻한다. 이때 물건은 옷, 전자제품 등 물리적인 것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필요 이상을 탐내는 욕심, 무의미한 일에 쏟는 에너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도 포함한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인 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소유한 물건들을 버리면서 얻게 된 변화와 행복에 대해 기록했다.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쾌적한 환경’과 더불어 ‘삶의 행복’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됐고,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물론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내 돈으로 산다는데 왜 눈치를 봐야하는 건지, 검소하게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지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사지 못해서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곧 남과의 비교를 통해 내 자신을 한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사지 않아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나의 가치는 빛나고 있다.  

  ‘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이런 집에 살아야 해’. 우리는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 살면서도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남들보다 더 좋아 보이는 것을 사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지 않나? 우리는 불필요하게 소비하고 불필요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해보자. 내가 정말 원하고 있는 것, 즉 나의 진정한 가치가 남과의 비교를 통해 가려져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