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이화여대에서 모든 학습과정을 마친 선배님들이 졸업했다. 이 날 동아리의 부장으로서 동아리 선배들을 축하하기 위해 졸업 꽃과 곰돌이 인형을 사 들고 학교를 찾아갔다. 필요한 꽃 개수와 인형 개수를 맞추기 위해 졸업 예정인 10, 11, 그리고 12학번 선배들 10명에게 모두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그 중 올해 졸업한다는 선배는 겨우 두 명뿐이었다.

  취업을 위해 졸업을 유예하는 사람들을 NG(No Graduation)족이라고 부른다. 기업에서 졸업자보다 재학생을 선호한다는 생각 때문에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졸업을 미루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재학생보다 졸업자를 선호한다는 설문조사, 그리고 졸업 여부는 채용과 상관이 없다는 기사들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취업하기도 전에 무턱대고 졸업을 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한다면 분명 면접 질문에서 ‘졸업하고 나서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면서 지냈냐’고 물어 볼 텐데, 여행 또는 봉사 등 무언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채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졸업자 신분보다 학생 신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이나 인턴 기회가 더 많아서 스펙을 쌓기에 유리하다. 그리고 어쨌든 ‘졸업자’라는 것이 쉽게 말해 ‘백수’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자가 되기 보다는 차라리 5년, 6년 다닌 재학생으로 남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2014년 0학점 등록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0학점 등록제’가 폐지되기 전에는 많은 학생들이 졸업요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되지 않아 재학생으로 남아있기 위해 졸업을 미뤘다. 0학점이어도 학교를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인데, 학교에서 0학점 등록제를 없애고 ‘수료제도’를 도입하면서 학생들은 ‘재학생’에서 ‘재적생’ 신분으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재적생’이라는 신분이 취업에 불리할 수도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0학점 등록제를 폐지하기로 했다면 학교는 ‘재적생’ 신분인 학생들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자세한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이제 1년이 넘었지만 학교는 아직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불안에 떨고 있는 취준생을 위해 마지막까지 포용하고 끌어주는 이화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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