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첨단 기술, 자연에서 해답을 찾다
인류의 첨단 기술, 자연에서 해답을 찾다
  • 김송이 기자
  • 승인 2016.0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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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공학, 자연을 만나다', 자연사 박물관 4층에서 11월30일까지 열려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은 왜 전신수영복을 입을까? 본교 자연사박물관 4층에 마련된 기획전 ‘공학, 자연을 만나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자연 속에 숨겨진 신비한 과학적 원리, 그리고 이를 모방한 공학기술 등 공학과 자연의 특별한 만남을 다룬 기획전시전을 11월30일(수)까지 만날 수 있다.

▲ 각 벽면마다 자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공학 요소가 여러 가지 주제와 함께 설명되어 있다.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전시장 입구에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7명의 공학자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최초의 동력비행기를 제작한 라이트형제(Wright brothers)부터 냉방시설 없이 시원한 건물을 만든 믹 피어스(Mick Pearce)까지. 이들은 모두 자연에서 공학적 원리를 찾아내 발명품을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오토 릴리엔탈(Otto Lilienthal)은 새들의 날개모양을 관찰 한 후 최고의 글라이더 비행사가 됐고, 마크 브루넬(Marc lsambard Brunel)은 나무에 굴을 뚫으며 살아가는 배좀벌레조개에서 터널굴착 공법에 대한 영감을 얻어 템즈강 터널을 완성했다. 

▲ 관람객이 자녀에게 박쥐의 날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아주 오래된 첨단기술을 만나다’라는 문구가 본격적인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자연은 수억 년 전부터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상어는 4억 년 전부터 빠르게 헤엄치기 위해 진화과정을 거쳐 피부표면에 까끌까끌한 미세돌기를 발달시켰다.

  상어의 미세돌기에서 영감을 얻은 전신수영복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상어 비늘의 미세돌기가 표면저항을 줄여줘 상어의 헤엄 속도를 높인 점을 착안해 전신수영복을 만들었다. 자연에서 찾은 원리를 모방하고 재현해 전신수영복이 탄생한 것이다. 

▲ 2015년 11월 인천 연안부두에서 구입한 양식산 북방전복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청록빛깔의 강인한 껍데기를 가진 전복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청록빛깔을 가진 전복껍데기는 매우 튼튼해서 잘 깨지지 않으며, 나전칠기의 재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전복껍데기는 동시에 단단함과 무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껍데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연한 성질의 탄산칼슘이 층층이 쌓여있다. 그 사이사이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키틴성분이 외부로부터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탄산칼슘이 한데 모여 단단한 전복껍질을 만든다는 것이다. 촘촘한 탄산칼슘이 밀집된 전복껍데기의 구조는 방탄차 제작에 영향을 미쳤다. 

  색소 없이 강렬한 파란색을 지닌 몰포나비, 습도센서를 갖춘 장수풍뎅이와 솔방울 그리고 접착제 없이 몸을 붙이는 개코도마뱀을 지나면 영상체험 코너가 전시장 한 가운데 마련돼 있다. 스크린 앞에 놓인 세 개의 날개 모양을 새의 몸통에 부착하면 각기 다른 날개의 구조와 새들의 비행원리가 영상으로 재생된다.

  영상체험 코너에서 몸을 돌리면 새의 비행원리가 더 자세히 설명돼 있는 ‘자연의 항공역학을 만나다’ 코너가 기다리고 있다. 벌만한 크기로 가장 작고 빠른 날개짓을 하는 벌새는 정지하기도 하고 상하직선, 후진까지 하며 일초에 약 70번 날개짓을 한다. 벌새의 움직임은 상화좌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헬리콥터를 연상시킨다. 

  한편, 밤에 주로 사냥하는 큰소쩍새의 날개는 비행깃의 가장자리가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갈라짐은 날개짓으로 인해 발생되는 소용돌이를 분산시켜 소음을 최소화시킨다. 먹잇감이 자신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소쩍새의 날개 모양은 오늘날 달걀판 모양의 굴곡진 방음벽의 모델이 된다.

▲ 나무를 갉는 모습을 재현해놓은 비버 표본

  자연은 공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실제로 자연 속에 공학자가 살기도 한다. 댐을 만들어 주변 환경을 바꾸는 비버가 대표적인 자연의 공학자다. 유럽과 북미에 사는 커다란 비버는 스스로가 가장 잘 서식할 수 있도록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초식동물인 비버에게 물 밖은 천적이 많은 위험한 공간이다. 때문에 비버는 물속에서 자신이 살아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버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나무, 돌, 풀 등을 이용해 댐을 만드는 것이다. 비버는 댐에 물을 가둬 수심을 깊게 만들어 물속으로 자신의 둥지를 감춘다. 비버는 둥지를 만들기 위해 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무를 베고, 천적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수로를 만들어 나무를 운반하기도 한다.

  비버는 공생을 아는 공학자다. 비버의 댐은 새로운 습지와 초지를 만들어내고, 그곳은 물새 서식지와 물고기 산란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비버의 댐이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해 홍수를 예방하기까지 한다. 이렇듯 자신의 생존을 위해 비버가 만든 환경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자연 속 공학자들을 본 후 뒤를 돌면 자연 속 열 전도 관리자들을 만난다. 추운 곳과 더운 곳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다양한 천연 열전달 방식을 통해 자신들에게 적절한 생존 환경을 만든다. 그 예로 북극곰의 털을 들 수 있다. 북극곰의 털은 이중유리창처럼 털 내부에 공기를 품어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방법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인류의 열 관리 시스템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믹 피스의 건축물 설계에 영감을 준 흰개미는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돌고, 밤낮의 일교차가 큰 지역에 산다. 하지만, 집 내부는 섭씨 29~30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흰 개미들의 주요 생활공간은 개미집 하단이다. 그 위로는 굴뚝 모양의 공간이, 아래로는 텅 빈 방이 위치한다. 이 때문에 개미집의 더운 공기는 굴뚝 위로, 시원한 공기는 아래 텅 빈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개미집 내부는 항상 시원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인류는 자연에서 진화하며 적응한 생물의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발명품을 만들었다. 물 속으로 빠르고 조용하게 다이빙하는 물총새의 부리에서 고속 열차 디자인을 착안해 소음과 에너지소비를 감소시켰고, 물의 저항을 줄이고 뜨는 힘을 증가시키는 혹등고래의 지느러미를 본 따 풍력 터빈인 웨일파워(whale power)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갈고리 모양으로 어디에 붙든 떨어지지 않는 우엉열매는 찍찍이를, 가늘고 긴 주둥이로 피를 빨아먹는 모기는 무통주사를 발명하는데 영감을 줬다. 

  운영 중인 자연학교 아이들과 함께 전시관을 찾은 정숙연(생물·78년졸)씨는 “그동안 숲속에서 관찰한 자연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며 “자연의 지혜와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사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