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연극을 통해 하나가 되는 ‘이화 커뮤니타스 연극제(연극제)’가 올해 첫발을 내딛는다. 이번 연극제에는 총연극회, 인문극회, 영어영문학과 연극동아리 Beings(빙즈), 독어독문학과 연극동아리 Auf die Bretter(아우프 디 브레터)가 참여한다. 본지는 23일 오후1시 ECC B215호에서 연극제에 참여한 4개 극단의 단장들을 만났다. 막바지 연습으로 바쁘고 힘든 그들이지만 연극 이야기를 하는 그들의 눈은 어느 누구보다 빛났다. 각 극단의 단장들이 말하는 자신들의 극단, 연극제에 상영하는 연극 그리고 극단생활에 대해 자세히 들어 봤다.

▲ 총연극회 단장 김예문(중문‧12)씨

-이번 연극제에 올라가는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차범석의 ‘산불’이라는 작품을 이번 연극제에 올립니다. ‘산불’은 6·25전쟁 중 마을의 남자가 모두 끌려가 죽은 과부마을에 한 남자가 오며 벌어진 일에 대한 이야기에요. 한국 희곡계에서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이번 연극에서는 저희가 산불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시도를 해봤는데, 관객들이 그 부분을 주목해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4개 극단이 모여서 하는 연극제는 이번이 처음인데, 이번 연극제를 통해 얻은 점은 무엇인가
  이전의 총연극회는 타 동아리들과의 교류가 없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연극제에서는 다른 연극 동아리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나눴습니다. 각 극단의 어려움도 알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동질감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요.

-학교의 지원이 있는 연극제여서 달라진 점이 있나
  이번 연극제서는 학교의 지원이 있다 보니 수익을 생각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더욱 연극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이전에는 외부에서 지원을 받아오기 위해 별도의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시간과 노동력을 온전히 연극에 투자했죠.

-연극을 하는 것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계속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연극을 하는 건 힘들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연극하는 건 더욱 힘들죠. 그럼에도, 극단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연습을 하다보면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연극을 하면서 운명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거죠. 이런 점이 연극의 매력이자 제가 계속 연극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에요.
 

▲ Beings(빙즈) 단장 이지영(영문‧14)씨

-Beings(빙즈)를 소개한다면
  영어영문학과 연극동아리 ‘Beings(빙즈)’는 1930년대에 시작돼 국내 최초로 영어연극을 시도한 동아리입니다. ‘다른 사람이 되다’라는 뜻을 가진 ‘being someone else’에서 의미를 빌렸는데, 연극을 통해서 나의 새로운 면을 찾는다는 뜻이 담겨 있죠. 

-이번 연극제에는 어떤 작품이 올라가고 그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연극제에서 사라 룰(Sarah Ruhl)의 ‘The Clean House’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느 미국의 의사 부부 집에 온 청소부가 청소는 하지 않고 농담만 던지는 가벼운 내용의 희극이에요. 이전에는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고전극을 중심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봄 연극에 맞는 가벼운 작품을 골라 봤어요. 코미디극이기 때문에 외국어임에도 다 이해할 수 있지만 부조리극의 요소도 섞여,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연극이죠.

-4개 극단이 함께하는 만큼, 이번 연극제에 기대되는 점이 있나
  연극제에 참여하는 4개 극단 모두 각자의 매력과 장점이 있어요. 이번 연극제를 통해 그 매력들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극단을 하며 겪는 어려움과, 이런 어려움에도 연극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극단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죠.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통해 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 역시 가질 수 있어요. 매 공연마다 성숙해지는 저를 발견하고 이런 기회들이 제가 연극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 인문극회 대표 조수민(국문‧12)씨

-‘신의 아그네스’는 어떤 작품인가
  이번 연극제에는 존 필미어의 ‘신의 아그네스’를 무대에 올립니다. 수녀원에서 일어난 태아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극이에요. 제목이 풍기는 종교적인 느낌과는 달리 저희는 이 작품으로 광범위한 ‘믿음’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때문에 관객 분들이 공연 중에도, 공연 후에도 이 연극이 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극단인데, 배역을 나눌 때 어려움이 있나
  일반적으로 저희는 대본을 선정할 때 성별에 구애받지는 않아요. 남성 캐릭터가 필요한 경우, 남장을 하고 연극을 준비해요. 이번 작품은 세 인물이 모두 여성이어서 성별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어요. 성별보다는 해당 배역에 필요한 역량에 따라 배우를 선정했어요.

-연극동아리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나
  연극동아리는 재정적 문제나 신입부원 확충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요. 학교에 공연동아리를 위한 연습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난방이 되지 않는 학관 대강의실에서 연습을 하다 다치는 경우도 있죠. 

-연극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연습을 하며 마음에 드는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보람차요. 연극을 준비하며 만나는 좋은 인연들 역시 연극을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죠.

-신학기가 시작되면 많은 학생이 극단에 들어올지 말지 망설이는데, 망설이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실 수 있나
  인문극회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공연을 사랑하고 연극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엄청난 연기력을 길러드릴 수는 없지만, 텍스트 분석 및 비평능력과 팀플하면서 할 말 다 할 수 있는 발표력,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려요
 

▲ Auf die Bretter(아우프 디 브레터) 단장 박혜준(독문‧14)씨

-Auf die Bretter(아우프 디 브레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저희는 독어독문학과 연극동아리 Auf die Bretter(아우프 디 브레터)입니다. 동아리 이름인 아우프 디 브레터는 ‘무대 위로’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이번 연극제에는 어떤 작품이 올라가나 그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희는 이번에 Anne Jelena Schulte(안네 헬레나 슐츠)의 ‘Wodka-Kafer(보드카 캐퍼)’를 준비했어요. 이 극은 작가가 낯선 사람들의 집에 찾아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이에요. 교수님께서 직접 공연을 보시고 작가 분을 만난 후 작품을 받아와주셨어요. 극본처럼 저희 단원들이 인터뷰하는 형식의 극입니다. 자막이 준비돼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오셔서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독일어로 연극을 하는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나
  아무래도 독일어로 연극을 하다 보면 한국어로 할 때보다 어려워요. 그래서 저희는 연극 준비를 할 때 극을 분석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저희와 역사도, 언어도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극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하는데 항상 많은 노력을 들이죠. 

-연극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극의 매력을 명확히 정의내릴 수는 없어요. 다만, 연극을 준비할 때의 치열함, 2D였던 텍스트를 3D인 무대로 변환시키는 과정, 그리고 관객들과의 만남이 모두 합쳐져 연극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거 같아요.

-극단에 들어오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줄 수 있나
  처음 들어왔을 때, 독일어를 못한다고 걱정하던 친구들도 어느 순간 무대에서 멋지게 연기를 하고 있어요. 독일어라고 고민하지 말고 브레터의 문을 용기 있게 두드려줬으면 좋겠어요!
 

  호크마교양대학이 주최하고 본교 소속 4개 극단이 참여하는 ‘제 1회 이화 커뮤니타스 연극제(연극제)’가 3월10일~4월9일 생활환경대학관(생활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연극제에는 중앙동아리인 총연극회, 인문과학대학 연극동아리 인문극회, 영어영문학과 연극 동아리 Beings(빙즈), 독어독문학과 연극동아리 Auf die Bretter(아우프 디 브레터)가 참여한다. ACE산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연극제는 극단들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본교 학생들의 문화예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됐다.

  한편, 호크마교양대학에서는 연극제 준비를 위한 사전행사 ‘전문가 연극 워크샵’과 ‘연극인의 밤’ 행사를 작년에 개최했다. 전문가 연극 워크샵에 참가했던 총연극회 단장 김예문(중문·12)씨는 “전문가 연극 워크샵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출을 처음 시도하는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연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3월10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연극제에는 다양한 주제, 장르, 언어의 연극이 준비돼있다. 3월10일~3월12일에 총연극회의 ‘산불’을 시작으로, 3월17일~3월19일에는 인문극회의 ‘신의 아그네스’가 무대에 오른다. 한 주 후인 3월 31일~4월2일에는 Beings의 ‘The Clean House’가 상연된다. 그리고 4월7일~4월9일에 상용되는 Auf die Bretter의 연극 ‘Wodka-Kafer(보드카 캐퍼)’를 끝으로 연극제는 막을 내린다. 연극은 모두 무료로 상연된다. 관람을 원하는 학생은 해당 연극이 열리는 시간에 생활관 소극장을 찾아가면 된다.

  진현선(사교·15)씨는 “평소 연극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른 과의 연극 공연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서 잘 보지 못했다”며 “이렇게 한 달 동안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연극을 볼 수 있게 돼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