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의 날이 밝았다. 누군가에겐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두근거리는 학기, 누군가에겐 휴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학기, 누군가에겐 이화를 떠날 준비를 하는 마지막 학기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 취업을 위한 ‘N 스펙 N 5, 7, 10 갈수록 추가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학기를 계획한다

 

  학기 초에 학교 게시판에서 종종 있는 글이 있다. ‘21학점+과외 2+대외활동+동아리 가능할까?’ 같은 제목의 글이다. 이러한 살인적인 일정의 질문에 불가능, 작년에 내가 해봤는데 가능하다 등의 친절한 답변이 달린다. 많은 이화인들은 지난 학기동안 이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그리고 학점관리까지 쉬지 않고 병행해왔을 것이다. 또한 과정 속에서 체력을 소모하기도 했을 것이고, 우울해지기도 했을 것이며, 도저히 감당할 없는 일정에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많은 청년들은, 이화인들은, 그리고 역시 그러한 바쁜 생활을 중단할 결심을 쉽게 하기 어렵다. ‘휴학이라는 글자에는휴학 기간 동안 뭐할 거야?’라는 질문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질문에 토익 공부, 아르바이트 등의 답변이라도 하지 않기 어렵다. 잠시 삶에 쉼표를 찍고 싶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역시 바쁜 생활 속에서 이번엔 진짜 쉬어야지, 결심하고도 왠지 모르는 부담감에 컴퓨터 자격증 시험이라도 신청하게 되곤 했다.

 

  작년 10월에 진행된 아르바이트 사이트의 대학생의 시간빈곤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9%바쁜 일상 속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불안감을 느낀다 응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쉬면 취업, 전문대학원 입학 등의 경쟁에서 도태되고, 밀려날까 불안하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활동들의 늪에 빠져있다 보면, 반드시 어느 하나는 놓치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헤르미온느의시간을 돌리는 시계 없기 때문에. 우리는 멀티태스킹 보다는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지만, 급한 마음에 자꾸 이런저런 일들을 시작하고, 시간의 공백을 다른 무언가로 채우기 위해서 노력한다

 

  사실시간 빈곤이슈는 대학생보다 장시간 근로를 하는 직장인에게 더욱 통용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많은 대학생들이 매우 시간이 모자란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취직을 하더라도 그러한 삶에서 벗어날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 빈곤을 벗어날 없는 것일까. 우리는 하지만 어쨌거나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장시간 근로라도 하는 '정규직' 꿈꾸며 더욱 자신의 시간을 졸라맨다

 

  이처럼 한국 전체의 시간빈곤에 대한 해결책은 우리에게서 시간을 착취해가는 '무한경쟁사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물론 좁은 영토에 많은 인구가 사는 탓에 터지는 경쟁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우리이지만, 우리가 실천할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어릴 때부터 획일화된 기준의 시험으로 등수를 받아보는 문화에서 학습된 우리에겐, 사실 어떤 기준을 세워 세우고, 평가하고, 우위에 서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고 익숙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가 결국 우리를 갉아먹고 자살률 1위의 사회로 만들고 있다. 먼저 성공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을 다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의 성취도 성공으로 인정하는 , 사회의 기준을 벗어난 같은 시도와 행위를 비난하고 무시하지 않는 . 그러한 상호인정의 사회가 누군가의 우위에 서있지 않더라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