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김현경 기획연구위원 '왕자가 된 소녀들' 등 다큐멘터리 기획
본교 여성학 석사 졸업생 엄진 씨 논문 '전략적 여성혐오와 그 모순: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게시물 중심으로' 발표
▲ 하재근 문화평론가 ebs 뉴스 '하재근의 문화읽기' 출연 , 등 다수 책 집필
▲ 26일 오후7시 ECC B215호에서 대중문화평론가, 여성학 교수, 여성혐오 관련 논문 저자 3명이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현상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원인분석을 한 뒤, 사회 및 개인의 대처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편집자주>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여성혐오’다. 여성혐오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대상화, 타자화를 의미한다. 이는 여성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평등하지 못한 젠더권력관계에서 비롯한 사회 구조적인 ‘여성멸시’에 해당한다. 문제는 여성혐오가 매우 공고하게 구조화된 나머지, ‘김치녀’, ‘김여사’, ‘아몰랑’ 등과 같은 여성혐오 단어들이 일상생활에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사회의 여성혐오에 대해 다루는 ‘여성혐오를 진단하다’를 3주간 연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현상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원인분석을 한 뒤, 사회와 개인의 대처방안에 관해 논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 좌담회는 대중문화평론가, 여성학 교수, 본교 여성학 석사 졸업생 및 여성혐오 관련 논문 저자 3명이 참여한 가운데 26일 오후7시~9시30분 ECC B215호에서 진행됐다.

사회자(남미래 대학취재부 차장): 우리가 여기서 문제 삼으려는 여성혐오는 어떤 의미의 여성혐오인가
본교 한국여성연구원 김현경 기획연구위원(이하 김): ‘혐오’는 일반적으로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일컫는다. 이는 일시적인 감정이라기보단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다. 여성혐오의 개념은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하다」에도 등장한다. 이 책에 따르면 여성이라는 존재는 육체나 성으로 환원되는 특징이 있다. 그 이유는 근대의 이성애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의 이성애에는 불평등한 젠더권력구조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즉, 그 이면에는 남녀 간의 문제가 아닌 남성들끼리 경쟁, 관계구조가 숨어있는 것이다. 남성 간의 경쟁 관계 속에서 여성은 하나의 개성을 가진 개인이 아니라 교환물로 여겨진다. 이러한 구조로 보았을 때 여성혐오라는 감정은 단순히 미워하는 감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감정구조라고 볼 수 있다.
엄진 씨(이하 엄): 여성에게 아름답다거나, 여성을 꽃에 비유하며 나름대로는 ‘좋은 의도’로 말하는 것도 여성혐오가 될 수 있다. 이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여성을 성적인 존재로 대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이하 하):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열망하는 것과는 별개로 여성을 깎아내리고 조롱하는 세태도 여성혐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자: 남성이 갖는 여성혐오와 여성이 갖는 여성혐오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각각의 원인은 무엇인가
김: 남성들은 일차적으로 여성을 대상화해서 타자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와 다른 존재인 여성에 대한 비하와 조롱, 멸시가 가능하다. 그에 반해 여성에게 자신이 속한 여성집단에 대한 비하는 자기 멸시적인 감정이다. 이런 자기멸시를 겪지 않기 위해 여성들은 ‘나는 다르다’는 분리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일명 몸은 여자지만 나는 남자와 다를 바가 없다는 ‘명예 남성’ 전략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여성혐오를 하는 여성들은 끊임없이 여성의 자기됨을 부정하며 여성혐오를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표적인 예는 여성들이 갖는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어’라는 생각이다.
하: 미모의 여성들에게 남성들은 원망의 정서를 갖는 것 같다. 아무리 남성들이 이런 여성들에게 호감을 표해도 잘 넘어오지 않으니까. 지금 사회적 분위기는 ‘너희가 나에게 넘어오지 않는다면 영원히 미워할 테야’라는 정서가 증오로 확장된 것 같다.

사회자: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 따르면 여성혐오는 근대사회부터 비롯한 뿌리 깊은 인식이다. 최근 들어 여성혐오라는 이슈가 뜨겁게 부상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엄: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의 부상 요인은 너무 많다. 우리나라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강한 나라 중 하나다. 경쟁이 과열된 신자유주의 시대에선 성별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평등이 중요시되지만, 여전히 성 역할 고정관념은 존재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 역시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
김: 실제로 여성혐오는 여성에게 하는 비하 같지만 남성 간의 비교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른 남성보다 키가 작고 돈이 없어서 저 여성을 갖지 못한다’와 같은 논리다. 또한, 더는 ‘생계부양자 남성이 될 수 없구나’라는 남성성의 위기에서 비롯한 공격성이 오히려 여성에게 향하기도 한다.
하: 우리나라의 여성혐오현상은 실제로 여성들의 사회진출 증가로 인한 남성들의 위기의식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
김: 아직 여성들의 진정한 사회진출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의 진정한 사회진출 증가가 이뤄지려면 가정노동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여성이 사회진출을 많이 하더라도 가정노동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면 그것은 여성의 이중노동 증가일 뿐이다.
엄: 남성과 여성 내부에서도 각각의 계급 차이가 생기면서 ‘여성은 약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도 생기는 것 같다. 어떤 여성은 나보다 훨씬 강자인 것 같은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든 여성에게 여성우대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여성이 약자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에게 적용되는 차별과 불평등한 인식, 은연중에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관념 등은 아직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김: 현재 우리 사회는 계급갈등을 남녀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환원시키고 있는 것 같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우위를 갖던 시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남성들이 남성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격차에 대한 분노를 여성에게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자: 여성혐오현상을 인지하고 있어도 여성을 꽃에 비유하는 것과 같은 온정적 성차별주의의 문제점은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온정적 성차별주의는 어떠한 관점에서 여성 혐오적 시선이며 문제점은 무엇인가
하: 일반적으로 보면 남성을 소개할 때는 외모를 부각하지 않는데 여성을 소개할 때는 외모부터 말한다. 여성을 묘사할 때는 항상 ‘미모의’라는 수식어가 붙기 마련이다.
엄: 여성을 강간하거나 성적으로 짓밟는 그림과 용어가 잘못되었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예쁘다’는 ‘칭찬’이 차별과 여성혐오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예민’한 것이 된다. 여성을 외모로 칭찬하는 것이 여성을 성적 존재, 육체로 바라보고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차별’일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이런 칭찬을 모욕적으로 느끼고, 남성들은 이를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의 대립이 발생하는 것이다. 남성에 의해 타자화된 여성은 이런 칭찬을 불쾌하게 여기지만, 타자화되어본 적 없는 남성은 이에 대한 감수성 자체가 부재할 수 있다.
김: 여성은 어려서부터 꽃이라는 사물적 존재로 여겨진 경험이 있다. 이에 비해 ‘남성이 180? 이하면 루저’라는 발언처럼 남성이 외모와 돈으로 여겨진 적이 드물어 이에 격렬하게 분노한다. 물질로 환원되는 것에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분노의 화력이 오랫동안 지속하는 남성 중심적인 담론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 애초에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는 남성이 주도한 문화다. 몇몇 여초 게시판을 제외한 곳에서는 남성들이 주 발화자이며 그 게시판의 도마 위에 주로 오르는 주제가 여성이다. 전국의 남성이 몇몇 여성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채점하는 문화가 되면서 남성이 여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됐다. 그러던 와중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면서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악감정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 같다.
김: 뉴미디어의 형식이 여성혐오 용어를 너무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재밌게 떠드는 가벼운 문화가 되면서 이에 정색하고 비판하면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된다.

사회자: 성별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서구 선진국 사회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교육모델이 있나
김: 서구사회의 역사적 경험과 맥락이 한국 사회와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적용할 만한 모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양성평등의 모범으로 보이는 스웨덴도 완전한 성 평등 국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웨덴에서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소설이 출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웨덴에는 참고할 만한 모델이 있다. 2인 생계부양자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남성을 생계부양자로, 여성은 보조적인 모델로 보는데, 스웨덴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생계부양자로 보는 2인 생계부양자 모델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우리 사회에서 잘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엄: 먼저 우리 사회는 차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성별에 대한 교육과 그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 이러한 논의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 성 평등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교육 자체가 없는 것이 문제다. 입시교육은 교육이 아닌데 입시교육만을 강조하고 있다. 인성, 시민성, 덕성을 기르는 교육을 통해 시민성이나 인권 감수성이 생겨야 여성 문제도 고찰할 수 있다. 물론 인권, 여성문제만 논한다고 인권 감수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입시교육 체제 내에서 철저한 경쟁사회로, 수직적 질서가 당연하다는 인식을 세뇌당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승자는 남자고 여성은 패자라는 사회적 관념이 차별을 만든다. 인성과 시민성, 덕성을 기르는 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여성비하 발언을 한 장동민, 송민호에 대한 옹호 여론이 많다. 여성혐오 발언을 감싸고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제도적 역할은
김: 장동민은 정도를 넘은 여성비하 발언을 했다. 복권하려는 움직임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 직설적인 여성 비하적 표현은 거세게 비난을 받지만 알게 모르게 행해진 표현은 논의되지 않는다. 최근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속물적인 여성으로 비추는데 대중들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콘텐츠는 여성은 사치와 허영에 들떠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수한 사례인 장동민의 경우, 장동민이 평소 바른 캐릭터라면 방송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웠겠지만 원래 막말하는 캐릭터다 보니 대중들도 그냥 받아들인 것 같다.

사회자: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남자끼리’ 코너 속 ‘재훈재훈’ 유행어, 예능의 ‘아몰랑’ 자막 등 미디어에서 여성혐오가 유머코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로부터 노출되는 여성혐오에 대한 대안 및 제재 방법은
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하나하나 다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엄: 현재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자, 방송국 임원, 출연진 등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나오는 말을 모두 제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규제보다 성 평등을 위한 적극적 조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남성과 여성출연자의 수를 비교하고,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그려지는지를 평가한다. 영화에서 여성의 재현방식을 평가하는 ‘백델지수’라는 것도 있다. 지엽적인 표현을 일일이 규제하기보다는 미디어에서의 성 평등을 지향하는 이러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여성혐오의 유머코드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부족해서 사회적 제재가 부족한 것인데,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불만을 더 키울 수 있다.

사회자: 온라인상에서의 여성혐오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미디어가 여성을 배제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남성 중심적인 프로그램, 남성 중심적인 충무로의 시나리오 등이 그 예다. 남성 중심적인 매체가 여성 중심적인 매체보다 더 대중화되고 반응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
하: 2000년대 이후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해지니까 강한 존재,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사람들의 선호 대상이 된 것 같다. 그런 존재의 이미지는 대부분 나이 많은 남성이다. 일반적으로 인간미와 의리, 끈끈한 정서를 남성으로부터 찾고 여성보다 남성이 의리가 있고 자기 일에 몰두하며 열정이 있다는 인식이 남성에 대한 호감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대중문화의 주인공이 남성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엄: 이런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 문제인 것 같다. 여성이 재미가 없기 때문에 매체가 남성 중심적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다. 여성을 획일화된 방식으로 미디어에서 그려내기 때문에 여성은 ‘망가지지 않는’, ‘재미없는’ 출연자로 인식된다. 여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시키고 활용하는 방송사의 다양한 시도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에 텔레비전에 여성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서 여성 출연자는 ‘재미없다’며 배제하는 관행 때문에 여성 출연자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지고 미디어의 남성 중심성은 강화된다고 생각한다.
하: 여성이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보다는 여성이 망가지는 모습이나 지적인 토크를 하는 것을 남성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김: 독립다큐멘터리나 단편영화에서 여성감독은 많다. 하지만 상업적인 장편영화로 가면 여성감독에게 지원이 잘 안 된다. 한 편을 잘 만들었다고 해도 두 번째부터는 지원이 없기도 한다. 하지만 남성감독은 영화 한 편이 망해도 지속해서 지원을 받는다. 돈의 흐름과 관련해서도 남성적인 문화생성과정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반대말은 여성중심 사회가 아니라 하나의 중심을 깨뜨리는 다원 사회다. 이를 위해서는 벌을 주는 규제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자: 많은 전문가가 여성 아이돌의 성 상품화도 여성 혐오적 시선과 맞닿아있다고 보는데, 대중문화사업에서 성 상품화가 갖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하: 10대 후반의 소녀들이 걸그룹으로 많이 데뷔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소녀들이 노출의상을 입고 섹시 댄스를 추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성을 스튜디오에 세워놓고 카메라가 대놓고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기도 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놓고 외모를 분석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점점 여성을 상품으로 바라보게 한다. 드라마 속에서도 은연 중에 여성 혐오적인 이데올로기가 재생산되고 있다. 예쁜 외모의 드라마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여성인 경우가 많다. 한국 드라마의 기본적인 이야기 서사 구조는 여자 주인공에게 남성 흑기사, 백기사가 여럿 있고 이들이 여자 주인공을 도와주는 것이다. 여성 아이돌의 유행과 드라마의 민폐 여성캐릭터는 여성을 인격적이고 사회적인 주체로 그리고 있지 않으며 이것이 일반 대중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김: 우리나라의 아이돌은 외적인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아이돌이 노래도 하고 드라마를 찍고 예능을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거 출연한다. 한 사람이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생산 유연화가 가속화되면서 아이돌은 미디어 산업에서 점점 중시되고 있다. 남자 아이돌도 육체의 성 상품화의 중심에 있었는데 여성 아이돌은 여성의 육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더 사물적이고 성적 대상으로 환원되고 있다.
하: 남성 아이돌은 남성에게 롤모델로 작용되지 않지만 여성 아이돌은 여성에게 롤모델로 작용하고 있다. 여성 아이돌의 몸매와 패션은 일반 여성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여성 아이돌은 우리나라에서 그릇된 여성관의 모습으로 비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사회자: 전문가들은 온라인의 여성혐오 원인을 남성성의 위기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다른 서양 국가에서는 남성성의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문화적 다원주의를 제시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역행해 사회의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다.
김: 남성성의 위기는 대한민국이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국가를 다른 국가에 빼앗기고 남자로서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성은 언제나 남성성의 위기를 감내하는 타자적인 존재였다. 또한, 1980~1990년대에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면서 생계부양자로서의 남성과 국가의 성장이 동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확립된 남성성과 국가의 정체성이 무너져 내렸다. 생계부양자일 수 없는 남성들의 자기 인식과 자기 위기가 여성에게 다시금 투사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자기가 힘이 약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사적인 측면에서 더 폭력적으로 여성혐오가 발현되고 있다.
엄: 현재 한국 사회는 사회적 보장도 부족하고 불안 요소가 매우 많다. 그러므로 문화적 다양성은 이 불안한 사회에 하나의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면 자신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단일한 것을 추구하며 변화를 두려워하고 점점 더 보수적이 되는 것이 이러한 상황에서 어쩌면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사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고, 이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나아가야 하는지 합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자: 여성혐오 현상을 이야기할 때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나선 메갈리아를 빼놓을 수 없다. 메갈리아에서 하는 미러링의 사회적 의의는 무엇인가
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나서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지만 미러링이 오히려 여성혐오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김: 미러링을 보면 통쾌한 느낌은 있다. 미러링은 거울에 그대로 반사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여태까지 남성들이 자행했던 여성혐오 효과를 그대로 성별만 바꿔서 보여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효과가 있지만 이것 자체가 대안일 수는 없다. 여성혐오 현상이 남성들이 여성을 성과 육체로 환원한다고 해서 여성도 남성을 성과 육체로 환원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메갈리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자: 정도를 넘나드는 미러링에 회의감을 표하며 여성 혐오에 대항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개인이 여성혐오에 대해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엄: 미러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미러링이 가진 의도와 지향점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미러링에 대해 이토록 열심히 해명해야 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드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 진짜 남성혐오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온갖 용어를 만들어내고 폭력과 신상털기를 자행하던 여성혐오가 어떠한 해명도 없이 만연한 사이, 똑같은 방식의 남성혐오는 지금까지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이 우리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하: 남성의 육체를 표현하고 등급화해도 남성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원래 남성은 여성을 외모로만 바라보는데 여성은 남성을 외모 이외에 경제적 능력, 키 등 다양한 요소를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은 스스로 못생겨도 괜찮고 돈만 잘 벌면 예쁜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회자: 앞으로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적 분위기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가
하: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여성혐오를 만든 사회적 원인이 줄어들어야 여성혐오가 줄어들 텐데 그 원인이 사라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민성이 낮은 사회가 위기를 맞을 때 마녀사냥이 시작되는데, 우리 사회는 마녀사냥의 대상이 여성이다. 남성들은 당분간 눈에 띄는 만만한 대상인 여성을 끌어내리려고 할 것이다.
김: 여성혐오 현상에 대한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여혐혐’ 움직임이 미디어를 통해 번지는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모든 갈등의 요소가 남성과 여성 간의 성별 대립으로 환원되는 것이 걱정되는 지점이다. 미러링이 갖는 한계도 있지만 여성들이 그간 받았던 여성혐오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힘을 얻어 다른 방식으로 적용이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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