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본교 ECC 이삼봉홀서 르 클레지오 전 석좌교수 초청 강연 열려

▲ 장-마리 귀스타프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ézio) 전(前) 석좌교수(불어불문학과)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 25일 오후4시 ECC 이삼봉홀에서 프랑스의 문학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마리 귀스타프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ézio) 교수의 ‘혼종과 풍요: 세계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한 강연이 열렸다.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프랑스 문학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마리 귀스타프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ezio) 전(前) 석좌교수(불어불문학과)가 25일 오후4시 본교 ECC 이삼봉홀에서 ‘혼종(混種)과 풍요: 세계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강연했다. 본교 재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강연에는 약 150명이 참석했으며 강연은 본교 통역번역대학원 최미경 교수(번역학과)의 순차통역으로 진행됐다.

 축사를 맡은 최경희 총장은 “르 클레지오 연사는 본교 석좌교수로서 강의한 적이 있어 우리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며 “오늘 강좌를 통해 시각의 지평이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 교수는 강연에 앞서 “프랑스와 한국은 혼종성이 간직된 요소들을 가지고 문화를 발달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에서 이 강연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양의 모리셔스 공화국(Republic of Mauritius, 모리셔스)에서 태어난 그는 이러한 출생배경이 이주 문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공포정치를 피해 선조가 모리셔스로 이주했어요. 모리셔스에서 태어난 아버지가 프랑스 경찰로부터 차별을 받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 이주 문제에 대해 강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1960년대 영국행 기차와 배 안에서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을 본 경험을 이야기하며 과거 영국의 이민자 정책을 비판했다. 영국의 폐쇄적인 이민자 정책이 이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이주자들은 고도 산업 성장기에 필요한 일손이었어요. 그러나 그 시기 이후 영국은 시장이 둔화되자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경제 위기와 각종 질병의 원인, 범죄자로 내몰았죠. ‘그들은 악마가 보낸 자들이다’라고 말하면서요.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르 클레지오 교수는 최근 일어나는 전 세계적 분쟁이 혼종에 대한 두려움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독일과 일본은 순수 혈통의 민족주의를 맹신했기 때문에 다른 민족을 없애거나 정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순수성에 기초한 인종적 판타지에 갇히는 것은 평화와 번영에 가장 큰 위험이에요.”

 그는 이주 현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자들이 없었다면 세계는 자신들만의 편견에 갇혀 소통하지 못하는 야만적이고 적대적인 종족의 집합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온갖 당파적 위협이 난무하는 시기에 국경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경이 인간과 사상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돼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새로운 문화를 수용함으로써 다양한 혜택이 파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그는 이민으로 파생된 특혜에 대한 몇 가지 예시를 들었다. “기원전 6세기 중국의 철학자인 묵자(墨子)가 현재 카메라의 원형인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암실 한쪽 벽에 작은 구멍이 있고 반대편 안쪽으로는 밖에 있는 대상의 거꾸로 된 상을 비치게 돼 있는 장치)를 발명했습니다. 이것이 유럽으로 전파됐고, 이후 이를 이용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등의 화가들이 사실적인 회화를 그려낼 수 있었죠. 카메라뿐만 아니라 나침반, 인쇄술, 조타방식 등이 모두 인류의 이동을 통해 전달된 것입니다.”
르 클레지오 교수는 분쟁 해결과 평화를 위해서는 이주민들에게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정한 평화는 고대 로마에서 이뤘던 200년간의 평화를 일컫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아니에요. 그것은 무장된 국가의 평화이기 때문이죠. 진정한 평화에 문화가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예로부터 지녀 온 넉넉한 인심이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강연이 끝난 후 르 클레지오 교수와 학생들 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이번 파리와 같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정부와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르 클레지오 교수는 “어떠한 이유로도 테러를 수용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20세밖에 되지 않은 젊은이들이 어떻게 살인과 자살을 다짐하는지에 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파리 시민들은 테러에 침착하게 잘 대응하고 있다”며 13일 테러에도 불구하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파리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또, 한 참석자는 현재 프랑스 문단에서 극우정당이 힘을 얻고 있는 점에 대해 문인들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르 클레지오 교수는 “작가이기 때문에 글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증오하거나 인간에 대한 비존중을 원칙으로 하는 정당이 힘을 얻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문학가이기도 한 그는 강연에서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다른 표현과 문화에 편견을 극복하고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김소월의 ‘진달래꽃’, 노천명의 ‘고독’, 구상의 ‘불타버린 땅’, 윤동주의 ‘별’과 같은, 타국의 문학이자 시기도 다른 이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강좌에 참석한 박은정(영문?11)씨는 “르 클레지오 교수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갖고 있는 통찰이 남다른 점에 인상 깊었다”며 “사회적 상황들을 자신의 작품이나 사상에 연결시켜 고민하는 모습이 인문학도에게 필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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