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의 '입' 이대학보 통해 서로에게 '귀' 기울이길

“뭐? 총학생회(총학)가 제적됐다고?”
속보였다. 1월23일 오후8시, 발행을 하지 않는 방학 중이었지만 기자들은 모두 분주해졌다. 편집국장이 된 후 처음 발행하는 기사가 ‘속보’라니,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한시가 급하게 이 소식을 전해야 했기에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인 8시45분 1보를 내놨다. 같은 날 종합2보를 내기까지,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후에야 편집국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실감이 났다.

 이대학보 기자로 또 편집국장으로 보낸 2년 반은 이처럼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조금 더 빠르게 이화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일 학교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화여자대학교’를 쳐보는 것은 일상이 됐고, 각종 대학정보공시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학교의 구석구석에 대해 알아갔다. 주변의 친구들은 당연한 듯 필자에게 학교의 소식을 물어왔고 대답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대학보는 총학생회 제적, 신산업융합대학 신설, 파빌리온 건설 등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학내 사안들을 가장 빨리 전달한 언론매체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가지고 있던 그 ‘책임감’은 학교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거나, 학교 소식을 더 빨리 전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학내 언론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책임감이었지만, 당시 실감한 책임감은 학교 곳곳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에 대해 이화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내·외 여러 사안들을 보도하며 느낀 것은, 구성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그 사안이 의미를 갖고 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학내 문제에 대한 변화를 이끄는 것은 이대학보도, 학교도, 학생대표도 아닌 ‘이화’에 대한 구성원의 관심이었다.

 최근 1년간 이대학보에 담긴 본교의 모습에는, 한 마음 한 뜻이 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는 학생들도, 낮은 투표율로 연장 투표를 진행하는 학생대표자 선거 풍경도 있었다. 공통 키워드는 역시 ‘관심’이다. 그리고 ‘소통’이다.

 많은 기자가 매달려 오랜 시간 힘들게 취재한 기사라고 할지라도 독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다면 기사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또한, 총학이 아무리 열심히 활동한대도 학생들이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학생들이 목소리를 모아 외친대도 학교가 이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소리 없는 아우성’에 불과할 뿐이다.

 학내·외 여러 문제에 대해 구성원들이 보다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첨예한 이슈일수록 입을 여는 것보다 귀를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방적인 요구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새로 당선된 총학과, 학생들과 계속된 갈등을 빚고 있는 학교 측이 모두 조금 더 ‘귀’를 열고 함께 소통해 학내 여러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슈에 대해 학생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기를 바란다. 그때 이화는 더 유연하게,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대학보가 항상 이화인들의 든든한 소통 창구로서 학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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