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의 엄중한 약속, 사실 확인의 규율
독자와의 엄중한 약속, 사실 확인의 규율
  • 윤다솜 기자
  • 승인 2015.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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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를 붙였다. 본지 1508호 1면 탑 기사 일부 문장과 총학생회장 후보 이름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월요일 새벽, 수레를 끌고 학교 곳곳을 돌며 이미 배포된 신문을 회수했다. 기자들은 모두 편집국에 모여 하루 종일 오류가 난 부분에 붙일 스티커를 자르고 붙였다. 그날따라 신문을 찾는 독자 전화도 많이 걸려왔다. 참 길고도 무거운 하루였다. 편집국에 날리는 매캐한 종이 먼지가 불쾌한 것도, 잉크가 묻어 시꺼멓게 변한 손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약속된 시간에 독자에게 신문을 전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이대학보 편집부국장으로서의 1년이 지났다. 퇴임까지 약 한 달을 앞 둔 시점에서 스티커를 붙이며 절감한 것은 늘 강조해 마지않던 ‘사실 확인 규율’의 엄중함이다. 최종적으로 사실을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리더가 느슨해지면 신문은 허술해지고, 조직은 나태해진다. 일례로 수습기자들이 1차로 제출한 기획안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 어떤 기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해야 할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리더인 편집부국장의 몫이다. 하지만 이때 편집부국장의 마음속에 ‘이정도 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해당 기사가 실린 신문은 ‘죽은 신문’이 되고 만다. 철저한 사실 확인 여부가 기사의 신뢰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즉, 신문은 기자의 사명과 노력이 여과 없이 반영되는 정직한 매체임과 동시에 정직해야만 하는 매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부정확한 사실 보도에 무뎌지는 태도다. 수습기자 시절부터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의 저자는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양심을 실천해야하는 의무를 지닌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에 따르면 언론은 권력 엘리트와 독재적인 권력 남용을 감시하는 감시견의 역할도 담당한다. 하지만 ‘보도’를 통해 양심을 실천하는 감시견이 부정확한 사실 보도에 무뎌지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보도를 통해 밝히고자하는 진실 또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즉, 감시견의 역할을 수행하기 전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사실 확인의 규율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의 선배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편집권 자유, 언론의 독립이라는 가치 또한 사실 확인에 근거한 정직한 보도가 이뤄질 때 더욱 빛날 수 있다. 이는 비단 언론 보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20대로서, 대학생으로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분석할 때도 사실 확인의 규율은 그 가치를 발현한다. 즉 우리들의 영향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복잡한 사안들도 그 내면의 사실 관계를 날카롭게 분석한 후, 분명한 기준을 갖고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더 이상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철저한 사실 확인과 탄탄한 근거로 무장한 활자와 비판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기 때문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전하는 언론이 되겠다는 것. 8월31일 본지 1500호 발행을 맞아 지면에 기록한 독자들과의 약속이다. 이는 부정확한 정보가 사실로 변모해 인터넷 곳곳을 떠돌고 확산돼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현 시점에서 이대학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사실 확인의 규율을 다시금 되새길 것을 다짐하는 엄중한 맹세다. 앞으로 수많은 기자들이 이대학보에서 활동하고, 수많은 독자들이 월요일 아침 수많은 기사가 담긴 이대학보를 펼칠 것이다. 이와 같은 본지와 독자들과의 신뢰 관계는 바로 엄격한 사실 확인 규율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 또한 앞으로 사실이라는 엄중한 잣대로 본지를 신뢰하고, 평가하며 비판해주길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