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한국 영화 ‘자유부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저 혜숙이가 낀 다이아몬드 반지 좀 봐. 한 세 캐럿 정도는 될거야. 영란인 진짜 목걸이를 걸었어.” 이 대사와 함께 나오는 반지와 목걸이를 훑는 시선. 영화를 보면서 이러한 전개 방식이 요즈음의 ‘‘김치녀’ 프레임이라고 불리는 여성혐오 프레임과 너무나 닮아있어 놀랍고도 신기했다. 그리고 참 씁쓸했다. 어쩜 이 세상은 반백년이 지나도록 이다지도 달라진 것이 없는지! 여성을 가부장제에 고분고분 순종하는 여성과 성적으로 문란하고 소비주의적인 여성으로 나누려는 시도, 즉 성녀와 창녀로 구분하는 프레임은 오랜 역사동안 여성의 머리 속에 들어앉아 생각과 행동을 제어해왔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 여성들은 “혹시 내가 ‘자유부인’이, ‘김치녀’가 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으로 끊임 없이 자신을 구속하고 검열함으로서 ‘개념녀’에 속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성뿐 아니라 이러한 프레임에 구속된 여성들까지도 다른 여성들에게 이러한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게 강제함으로써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영화 ‘자유부인’의 주인공 선영은 영화 제목에 걸맞게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맛보긴 하지만 결국 다시 가부장제에 머리를 숙이고 그 체제 안에 편입되기를 선택하고 만다. 남편이 외도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생길 수도 있는 일로 치부되는데 반해 아내의 외도는 남편과 자식을 매정하게 내버린 것이 되는, 이 대비가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너무나 씁쓸해진다. 옛날 영화를 보면서 정말 옛날 일로 느껴질 날은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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