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6시30분 ECC B142호에서 CBS 정혜영 라디오 PD와 단국대 서민 교수가 참여한 ‘북 콘서트, 기생충학자와 PD의 대담’이 열렸다.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기생충학자와 라디오 PD, 언뜻 보기에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본교에서 ‘책’이라는 연결고리로 만났다. 10일 오후6시30분 ECC B142호에서 CBS 정혜윤 라디오 PD와 단국대 서민 교수(의예과)가 참여한 북콘서트 ‘기생충학자와 PD와의 대담’이 열렸다.
정 PD와 서 교수는 글쓰기에 대한 사랑으로 꾸준히 책을 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PD는 CBS에서 라디오 PD로 일하며 「그들의 한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스페인 기행」 등의 책을 냈다. 서 교수는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 집필하고 <경향신문>에 ‘서민의 어쩌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북콘서트는 정 PD와 서 교수, 그리고 참여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크 콘서트처럼 가벼운 형식을 지녔지만 연사와 청중들 간 자유롭게 질문이 오가 연사들의 인생, 책 그리고 청중들의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어린 시절에서 책이 차지하는 위치는 달랐다. 서 교수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책이 없었다. 그는 자신을 학교에서 혼자 지내던 외로운 아이라고 표현했다. 서 교수는 “그 당시에는 아버지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셔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 그 때를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 때 책을 읽었더라면 이 세상에서 외로운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겠죠.”
정 PD의 꿈은 책으로부터 시작됐다. 라디오 PD가 되기 전, 정 PD의 꿈은 기자였고 이 꿈은 하나의 책, 「전태일 평전」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오빠의 가방에 들어있던 그 책을 통해 기자의 꿈을 갖게 됐다. 책을 통해 봤던 일들이 신문에 보도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독서를 보는 관점의 다양성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 PD는 사람들은 격변의 순간 즉, 엄청나게 큰일을 당한 순간에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서 교수는 독서에 대해 정 PD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이 세상에 독서보다 재미있는 것은 훨씬 많아요. 책을 읽는 것은 약간의 의무 같은 거죠.”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 두 사람은 각각 깊이의 중요성과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PD는 책을 깊게 읽어야한다고 말한다. “책을 한 번 읽는 것은 잡지를 읽는 것과 똑같아요. 책은 다시 읽을 때 의미가 생기는 것이죠.” 서 교수는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 특히 소설을 읽고 나면 상상력, 인내심과 공감능력 등이 향상돼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어디에가서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죠.”
이들은 ‘글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서 교수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어떤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 힘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최초로 인정받게 해주는 수단은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글쓰기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받느냐는 질문에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예를 들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일상생활에서 추리소설의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저도 글쓰기에 대한 영감은 샤워할 때나 운전할 때 등 일상생활 중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노트를 갖고 다니면서 떠오른 생각을 즉시 적어야 해요.”
같은 질문에 정 PD는 다른 대답을 했다. “모든 것이 힘들지 않기를 바라지 마세요.” 이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그의 모습과 연결된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아, 하나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어야했어요. 이렇게 힘들게 얻은 지식은 내 몸에 배어 쉽게 그를 떠나가지 않았죠.”
북콘서트는 정 PD가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끝을 맺었다. 그는 자신이 만났던 인턴 PD의 사례를 얘기했다. “인턴 PD가 처음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은 자기자신이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 생각해서 일에 의욕이 없었어요. 저는 이 인턴이 안타까워 조언을 해줬죠. 제 조언을 듣고 나서부터 행동을 바꿨고 결국 합격을 했어요.” 그는 이 사례에서 대단한 사람은 자신의 말을 듣고 행동을 바꾼 인턴이라고 말한다. “누구의 말을 듣고 메모를 하는 건 쉬워요. 중요한 것은 한 발 더 나아가 책을 읽고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콘서트가 끝나고도 학생들은 정 PD와 서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50분간 이어졌다. 학생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하는지 등 사소한 고민에서부터 인생의 방향까지 모든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정 PD와 서 교수는 각자의 방식과 인생관대로 학생들의 질문에 다양한 답변을 했다.
이번 북콘서트에 참여한 이선미(교공·14)씨는 “정 PD가 해준 마지막 말이 정말 인상 깊었다”며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고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던 강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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