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내 경찰 진입 '논란' ··· 학생 "학교가 상황 방관", 학교 "경찰 진입 승인한 것 아냐"
본교 내 경찰 진입 '논란' ··· 학생 "학교가 상황 방관", 학교 "경찰 진입 승인한 것 아냐"
  • 공나은 기자, 취재도움=윤희진 기자
  • 승인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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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본교 올해 2월 서강대 등 대학가서 꾸준히 논란, 전문가는 '대학 자율성' 우려
5일 오후1시 총학생회를 포함해 약 20명의 학생들이 학교 측에 사과를 요구하며 총장실이 있는 본관을 방문했다.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대학 캠퍼스 내 경찰 진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0월29일 박근혜 대통령 방문과 관련해 본교에 경찰이 진입하면서 학생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총학생회(총학)는 이번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경희 총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총장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서강대에 경찰이 진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는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사복경찰 본교 내 진입 두고 학생 반발, 학교는 유감 표해
10월29일에는 본교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 축사를 위해 본교를 찾은 박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본교생들이 피켓팅 시위를 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복경찰 약 300명이 대강당 주변에서 본교생들의 통행을 저지했다. 총학에 따르면 경찰과의 마찰 도중 부상을 당한 학생들도 있었다. 피켓팅 시위와 무관하게 수업 등을 위해 길을 지나던 학생들도 통행에 불편함을 겪었다.
총학은 10월30일 사복경찰의 본교 캠퍼스 내 출입에 대해 학교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총학, 일부 단과대학 학생회, 학부 학생회, 학과 학생회, 자치단위 등은 ‘10월29일, ‘사복경찰 교내 진입과 폭력 진압 사태’에 대해 최경희 총장은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총학 공식 페이스북(facebook.com/ewha47), 유인물, 대자보 등을 통해 발표했다.
5일 오후1시에는 총학을 포함해 약 20명의 학생이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실이 있는 본관을 방문해 석인선 학생처장에게 성명서를 전했다. 최 총장에게 직접 성명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출장으로 최 총장이 자리에 없어 석 학생처장이 대신 받은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과 성명서 전달에 참여한 이리예(국문?13)씨는 “10월29일 후윳길에서 경찰로 인해 학우들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학생처를 방문해 왜 학교는 경찰을 막지 않는지 물었으나 학생처 관계자는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다고만 답했다”며 “사복경찰이 학교에 들어온 게 말이 안 되고, 이화의 주인인 학생이 다치고 있는 것을 방관한 학교가 너무 미웠다”고 말했다.
총학은 학교가 책임지고 경찰 진입 사태를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솔 총학생회장은 “최경희 총장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정치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대강당 밖에서는 수백 명의 학생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항의를 하고 있었음에도, 학교 측은 어떠한 언급도 개입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방조했다”며 “대학의 명분을 잃고 정권의 입맛에 맞춰 학생들을 위험한 상황까지 내모는 것을 서슴지 않은 총장과 학생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는 전국여성단체협의회의 대관 요청을 받고 외부 단체의 교내 시설 대관 절차에 따라 대강당을 대관해줬으며, 이후 대통령 참석 통보를 받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설 안전관리 등에 대한 협조를 한 것이라고 학생처는 설명했다. 석 학생처장은 “경호에 필요한 사항을 협조한 것은 맞지만 경호 인력 규모와 형태 등에 대해서는 학교가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학교가 승인하거나 관여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학교가 사복경찰의 학내 진입을 승인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명백하게 밝혔다. 덧붙여 석 학생처장은 “학생처는 학생들의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8년에는 본교 ‘창립 122주년 기념식’ 당일 대강당 앞에서 경찰과 본교생 간 충돌이 있기도 했다. <인터넷 이대학보>(inews.ewha.ac.kr, 2008년 6월6일자) 보도에 따르면 2008년 5월31일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수상하기 위해 이명박 전(前)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본교를 방문했다. 이에 당시 본교 총학을 비롯한 본교생들이 김 여사의 수상을 반대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고, 이를 저지하려는 사복경찰과 의경이 본교생들의 대강당 출입을 저지했다.
당시 총학에 따르면 학생들이 바닥에 구르고 안경이 부러지는 등 수난을 겪었다. 또한 보충채플에 참석하기 위해 대강당에 들어가려던 학생들은 엄격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동창회관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보충채플을 들어야 했다. 당시 본교 총장이었던 이배용 전(前) 총장은 총장-학생 간담회에서 이날 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총학 측에 “학교 내에서 폭력사태는 앞으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유감이다”라고 답변했다.

△타대에도 대학 내 경찰 진입 논란
경찰이 대학 캠퍼스 내에 진입해 논란이 있었던 것은 본교뿐만이 아니다. <서강학보> 631호(올해 3월2일자)에 따르면 올해 2월4일 서강대에서 마리오아울렛 홍성열 회장의 경제학과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수여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속노조 노동자들과 서강대 학생들은 홍 회장이 임금 체납과 직원 정리해고 등 학위를 받기에 문제가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서강대 캠퍼스 밖에서 시위하다가 서강대 캠퍼스 안으로 들어오자 경찰 약 80명이 뒤따라와 이들을 막았다. 현장에 있던 서강대 학생은 경찰들 때문에 통행에 제약이 있었다고 말했고 학내에는 과잉진압이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서강대 외에도 경찰과 관련해 논란이 생긴 대학이 있었다. 성공회대에서는 경찰의 학생회장 사찰, 청주대에서는 총학생회장 불구속 입건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연합뉴스>(올해 3월9일자)에 따르면 올해 3월9일 대학생 15명이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내 경찰 투입과 학생사찰에 대한 전국 121개 대학 소속 학교 구성원 약 1300명의 서명이 담긴 항의서한을 경찰청장에게 경찰청 민원실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대학을 자율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합의가 깨질까 봐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대학이 법적으로 치외법권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논의가 이뤄질 수 있고 자율적인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군부독재 시절 대학 내에 경찰이 상주해 있었지만 참여정부로 넘어오면서부터 다시 회복되는 과정이 있었다”며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을 거쳐 회복해오고 있던 사회적 합의가 다시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경각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