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ECC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제4회 스웨덴 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4일에서 10일(화)까지 ‘새로운 인생’이라는 테마 아래 여덟 편의 스웨덴 영화가 상영된다. 본지는 개막일에 상영된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 진정한 자아의 추구, 상처의 극복에 초점을 둔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다섯 명의 조화, '스톡홀름 스토리'

11월의 아름다운 스톡홀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스톡홀름 스토리(Stockholm Stories, 2013) 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살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지만, 소통방법을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타인과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도시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는 다섯 인물의 스토리가 긴밀하게 얽혀있다. 조울증과 불면증을 앓고 있는 아마추어 작가 요한, 연인에게 버림받고 방황하는 안나, 공감능력이 부족한 예시카, 자아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일만 하는 토마스, 갈등에 대한 공포로 말을 더듬는 더글라스의 이야기다. 그들은 서로 불신하고 관계 맺으려 하지 않으며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 닿을 듯 말 듯 이어져 가는 평행선이 과연 만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각기 다른 문제를 겪고 있는 다섯 명의 인물은 서로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다가 궁극적으로 서로의 진짜 모습을 확인한다. 영화는 결국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의 답은 우리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자신과의 대면을 위한 여행, '호텔'

영화 호텔(Hotell, 2013)은 주인공 에리카의 트라우마 극복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성공적인 삶을 살던 에리카는 아들 알렉산드르를 낳는다. 하지만 출산과정에 문제가 생겨 알렉산드르는 뇌 질환을 얻게 된다. 에리카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는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참여한 집단 상담에 참여하고, 그곳에서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상담자 4명을 만난다. 이들은 모두 현재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어 한다. 이들은 호텔의 방을 인생으로 비유하며 호텔 방을 선택하듯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는 ‘호텔’로 여행을 떠나고, 상처를 함께 극복해나간다. 리사 랑세트(Lisa Langseth) 감독은 영화 속 에리카의 감정을 포착해 그가 느꼈을 심리적 부담감을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섬세하게 담아냈다. 에리카가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해 겪는 심리적인 고통은 어머니에게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모성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포한다. 호텔로 떠난 여행은 진정한 자아를 향한 여행이며 ‘호텔’은 주인공들이 상처받은 과거를 딛고 일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하는 장소인 것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뮤지션의 청춘, '돈 크라이 포 미, 예테보리'

영화 돈 크라이 포 미, 예테보리(Shed no tears, 2013)는 ‘청춘 음악 영화’ 장르로, 주인공 폴의 우정, 사랑, 무대공포증의 극복에 대한 이야기다. 폴은 음악적 소질이 뛰어나지만 무대공포증으로 고통 받는 인물이다. 이로 인해 정신적 불안을 겪으며 자존감도 상당히 낮다. 폴에게는 절친한 친구인 욘니와 레나가 있다. 폴은 욘니의 소개로 여성 뮤지션 에바를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폴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에바는 폴을 자신의 밴드에 영입했으나 그는 무대공포증 때문에 사고를 친다. 그래도 옆에서 북돋아 주는 욘니 덕분에 잘 지냈지만 어떤 사건을 겪고 결국 폴은 밴드를 떠난다. 이후 폴은 욘니가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갔지만 욘니는 폴에게 ‘Sing for me’(나를 위해 노래해줘)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폴은 욘니의 말을 듣고 노래에 대한 용기를 얻는다. 이 영화는 친구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뮤지션으로 성공한 남자의 삶을 풀어내면서 청춘이 겪는 사랑, 우정, 배신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영화를 통해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스웨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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