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이승연 기자 hilee96@ewhain.net

<편집자주> 중간고사가 끝났다. 선선한 날씨에 도서관에서 공부만 했던 이화인들, 학교 근교에서 여유를 느끼며 바람을 쐬는 것은 어떨까. 시험 끝난 이화인들이 떠나기 좋은 ‘가을’ 테마의 걷기 좋은 길 3곳을 소개한다.

 폐철로의 재탄생- 도심 속 철길 공원 '경의선 숲길'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은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시작된다. 경의선 숲길이 시작되는 길목에는 구릿빛의 ‘경의선 숲길’ 팻말이 놓여있다. 경의선 숲길은 올해 6월 개장된 숲길로, 미국 뉴욕주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를 본따 ‘연트럴 파크’라고 불리기도 한다. 경의선 숲길을 거닐다 보면 공원 곳곳에 과거 경의선의 흔적인 폐철길과 커다란 메타세쿼이아(Meta sequoia) 나무가 심어진 메타세쿼이아 길이 정비돼있어 도심 속에서 휴식을 즐기기 좋다.

 경의선 숲길은 폐철길을 따라 만든 숲길공원이다. 경의선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상인들이 오가는 길이었으며 길 주변으로 번화가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경의선이 지하화되면서 새창고개(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고개)에서 연남동까지의 지상 경의선은 폐철길로 남게 됐다. 올해 6월부터 폐철길로 남아있던 새창고개 및 연남동 철길을 서울시가 공원으로 만들어 주민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의선 숲길에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가게들이 눈에 띈다. 숲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5분정도 걷다보면 금속공예작가 6명이 모여 만든 ‘힐링필링 협동조합’이 있다. 노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반지, 팔찌, 목걸이 등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돼있고 금속공예작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구매뿐만이 아닌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일반인들이 공예와 디자인 과정에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힐링필링 협동조합’ 바로 옆 골목 모퉁이를 돌면 2층 주택을 개조한 ‘어쩌다 가게’가 있다. 어쩌다 가게는 여러 소상공인이 임대료가 비싼 홍대 인근 상권에서 서로 힘을 합해 지속가능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탄생한 가게다. 어쩌다 가게는 임대료 비싼 홍대 상권에서 개성있는 가게들이 일시적으로 사라지거나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에게 장기임대를 보장하고 있다. 1층에는 한의원과 카페, 가방 및 섬유상품 공방이 입점했고 2층에는 꽃가게, 1인 미용실 등 모두 제각각 특색 있는 가게들이 입점해 있다.

 길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홍익대 앞과 달리 경의선 숲길은 한적하고 고요한 공간이다. 공원을 거닐다가 예술작가들의 공방을 방문하거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카페를 방문하는 것도 도심 속 여유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경의선 숲길을 방문한 고려대 지혜인(미디어·14)씨는 “친구와 우연히 지나다 경의선 숲길을 방문했는데, 아늑하고 여가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인 것 같다”며 “사진 찍기에도 좋아 다음에 출사장소로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말했다.

 

  전통과 문학의 거리, 정동길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광화문 연가’(1988)
가수 이문세씨의 대표곡 중 하나인 광화문연가에 나오는 서울시 중구 정동길은 문학작품 속에도 자주 등장한다. 정동길엔 덕수궁과 정동극장, 정동교회, 중명전 등 우리나라 대표 고(古) 건물들이 현재까지 잘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정동길은 시청역 1번 출구에서 나와 덕수궁 골목길을 지나면서 시작된다. 덕수궁 돌담길에는 연인과 손잡고 이 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정동길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건물이 가정법원, 고등법원 등 법원으로 쓰였던 시절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정동길을 찾는 연인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문학 속에서 그려진 정동길의 모습은 어떨까.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에는 1920년대 정동의 풍경이 잘 그려졌다.
“영철은 서대문 턱에서 탓든 전차를 차내 버리고 정동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 골목에 들어서면 벌서 서양촌이란 노랑 냄새가 풍기고 학교촌이란 푸릇기운이 도는 것 가텃다. (중략) 이 골목안에는 조선에 하나요 등대처럼 노피 서서 빗을 내는 여자전문학교가 녀왕처럼 군림하엿다”
「마도의 향불」에 나오는 여자전문학교는 이화여고다. 정동길이 시작되는 원형분수대에서 3분정도 걸으면 보이는 이화여고는 메리 스크랜튼(Mary Scranton) 여사가 1886년에 세운 여학교다. 이화여고 동문에 들어서면 고전식 건물인 이화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이화박물관에는 옛 이화여고의 교실을 재현한 공간과 이화여고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다. 옛 이화여고의 교실에 앉아 유관순 열사가 앉아서 공부했을 그때 그 시절을 상상해보거나 이화여고의 129년간 교복 변천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화여고에서 나와 다시 원형분수대 방향으로 걷다보면 정동극장이 있다. 정동극장은 1908년 이인직 작가가 창설한 최초 서양식 사설극장 ‘원각사’의 정신을 이어받은 극장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신소설 「은세계」를 원각사에서 근대 연극으로 재탄생시켰다. 2008년 정동극장에서는 「은세계」 100주년 기념 공연을 열리기도 했다. 근대 연극이 열리던 원각사는 오늘날에도 예술 공연이 열려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동길은 찾은 민진홍(사회·13)씨는 '시험이 끝나고 학교 근처에 기분전환을 위해 정동길을 찾았다?며 ?역사깊은 건물들도 함께 견학하며 의미있는 나들이 시간이 보냈다'고 말했다.

 새빨갛게 단풍으로 물든 안산 자락길
 안산 자락길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안산의 중턱에 자리한 산책로다. 안산은 해발 296m의 낮은 산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가볍게 산책로를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자락길에는 벚꽃, 메타세쿼이아, 잣나무, 가문비나무 등 숲길이 조성되어 있어 계절에 따라 꽃과 녹음, 단풍으로 우거진 풍경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자락길을 따라 만나는 숲길, 너와집 쉼터와 벚꽃책방을 소개한다.

 신촌기차역에서 마을03번 버스를 타서 ‘서대문구청 서대문보건소’ 정류장에 내려 걸으면 자락길 산책로에 진입할 수 있다. 서대문 청소년수련관을 지나 5분간 걸으면 코스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는 자락길 입구가 나온다. 자락길은 북쪽 코스와 남쪽 코스로 나뉘는데, 북쪽 코스로 걸어 들어가면 보다 완만한 산책로를 즐길 수 있다. 북쪽 코스로 진입하면 널찍한 가로수길이 펼쳐진다. 자박자박 밟히는 흙길, 이제 막 물들어가는 단풍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표지판 안내를 따라 오른편으로 꺾어져 나무가 우거진 숲길로 진입하면 다채로운 수목 사이로 풍기는 풀냄새가 싱그럽다. 길을 따라 10분간 오르다보면 정자와 벤치가 놓인 쉼터가 나온다. 쉼터 한쪽에는 윤동주 시인의 ‘또 다른 고향’이 적힌 목판이 눈에 띈다. 이렇듯 자락길 코스 곳곳에는 박두진, 박노해 등 시인들의 글이 새겨진 목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자연 속에서 느끼는 문학적 정취를 선사한다.

 자락길의 또 다른 특징은 산책 코스를 따라 우리 근대사의 주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쉼터를 지나 아스팔트로 된 커다란 산책로에 올라 왼편으로 걷다 보면, 윤봉길 의사와 안중근 의사 등 항일투쟁 독립운동가들의 사진과 업적이 실린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걸으면 너와집 쉼터로 안내하는 표지판을 지나 너와집에 도착할 수 있다. 너와집은 참나무 껍질 또는 소나무 조각으로 지붕을 이은 화전민들의 가옥이다.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너와집 바깥벽 한쪽에선 화덕과 아궁이를 볼 수 있다.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면 자락길 초입의 벚꽃마당이 보인다. 표지판의 안내를 따라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벚꽃책방이 있다. 벚꽃책방은 올해 8월 개관한 야외 도서관이다. 벚꽃책방의 너른 공터에는 해먹과 벤치, 책꽂이가 있어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인문, 과학 등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책들이 준비돼 있다.

 자락길을 방문한 김태수(23·남·서울 서대문구)씨는 “산길 경사가 완만해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들른다”며 “산행을 마친 후엔 벚꽃책방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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