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탓하는 사회
여자 탓하는 사회
  • 박지은 기자
  • 승인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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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자해지(結者解之)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자

 책인즉명(責引則明), 자기 잘못은 덮어 두고 남만 나무랄 때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SNS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기사가 있다. 재작년 4월 보도된 <국민일보>의 ‘이별도 요령껏…일방통보 말고 시간 줘야’라는 제목의 기사다. 경찰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데이트폭력을 피하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데이트폭력의 원인은 여자가 남자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폭력을 가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당시 기사에는 이렇게 써있다. ‘실연이 부른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발 일방적 이별 통보 좀 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안전한 이별 요령’을 설명했다.' 할말이 없어진다. 잘못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다. 말 그대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여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가히 충격적이다.

 필자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취재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된 것은 데이트 폭력의 원인은 성차별적 인식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이별을 통보할 때 남자들이 갑작스런 통보에 놀라지 않게 행동을 하라는 의미의 발언을 두고 당시 언론은 문제 제기는 커녕 내용 그대로 보도한다. 이를 볼 때 사회는 여성에게 터무니없는 책임을 떠앉게 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2015년 현재, 여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사회 분위기는 과연 나아지고 있을까? 오히려 더욱 악화된 듯 하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 생긴 여성혐오와 여성혐오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 풍조를 볼 수 있듯 성차별적인 사회는 여전하다.

 성차별적 문제의 책임을 여자의 탓으로 돌리는 현상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의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다. 남성의 성욕은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이 옷차림을 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항해 2011년 캐나다에서 여성들이 속옷 차림 등 노출이 과도한 옷을 입고 ?내 마음대로 입을 권리?, '성범죄의 책임은 가해자' 등을 외치며 ‘슬럿 워크’라는 거리 시위가 시작됐고 한국에서도 현재까지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원인 제공은 여성에게 있다는 시각은 다분히 남성중심적이고 폭력적이다. 

 비슷한 상황으로는 지난 9월에 일어난 ‘소개팅녀 알몸 촬영사건’에 대해 “소개팅녀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SNS에 올린 한 유명 의사의 발언이 논란이 됐던 사건이 있다. 그는 “사진 찍어 돌린 남자가 90% 잘못한 것이지만 여성도 10%의 잘못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자기희생을 강요하고 모든 책임을 떠맡게 한다. 마치 여성에게 ‘신’의 역할을 강요하는 듯 하다. 이런 완벽한 모습에 조금이라도 부합하지 않는다면 해당 여성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그런데 정작 사회 속 여성은 그만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낮고 성차별적 인식이 만연하다. 역할과 지위가 모순적이라면 더 이상 여성에게도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 더 이상 여자를 탓하는 사회가 아니였으면 한다. 매듭을 묶은 자가 매듭을 풀어야 한다.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누가 잘못을 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를 명확히 인지해 자신의 잘못은 자신이 책임지는 결자해지의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