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재수를 거쳐 이대에 입학한 후, 1학년 생활은 카오스였다. 세상이 세워놓은 질서를 얼마나 받아들여야 하는지, 나만의 질서는 어느 정도로 세워야 하는지 파악하는 혼란의 시기였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점은 사람들이 ‘삶’을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삶을 사는 방식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라는 1번 선택지만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인 ‘오늘의 낭만부’에서 이렇게 열심히 살려고 태어난 것처럼 사는 사람을 ‘호모열심투스’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정말 공감했다. 계속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사는 현대인에게 낭만은 어디 있을까? 이렇게 낭만 없는 삶을 왜 대충도 아니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일까?

 우선,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라고 했다. 나는 일상 뒤에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사는 것이다. ‘모름’은 열심히 사는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또, 막상 가보면 별것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다. “열심히 인내하면서 살아 꿈을 이루면 행복해지겠지!”같은 삶의 방식은 인생에 대한 기대치만 높여 만족감이 떨어지고 실망만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태도로 살면 그 꿈을 이룬 후의 삶의 의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미화된 환상을 가지고 현실에 인내하기보다는, 지금 열심히 사는 삶의 방식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지금 열심히 사는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낭만 있는, 열심히 사는 삶은 이렇게 사는 게 아닐까?라고 오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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