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26일 정오~12시30분 정문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 1인 피켓 시위를 하는 성희연(사교·10)씨 출처=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이화여대 네트워크 공식 페이스북
▲ 학생문화관 1층 로비, 이화·포스코관 지하1층 엘리베이터 앞 등 학교 곳곳에 붙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포스터 윤희진 기자 hihijiji1995@ewhain.net
▲ 한 이화인이 이화·포스코관 지하1층 야외공간에 붙은 대자보를 읽고 있다. 이승연 기자 hilee96@ewhain.net

 교육부는 10월12일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사실적 오류와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고등학교 교과서 발행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고 2017년부터 학생들은 국정 역사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0월30일 발표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여론 조사’(10월27일~10월29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36%가 찬성, 49%가 반대로, 국정화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약 13%나 많았다. 일부 학계와 학생들은 교과서 국정화는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정권을 옹호할 가능성이 있고 교육의 다양성과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본지는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한 이후, 교내·외에서 발생한 교과서 국정화 반대 활동을 정리했다. 본교 총학생회와 교수진, 본교생 및 타대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되짚었다.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한 대학가 반발이 거세다. 일부 학생들은 학내에 대자보를 붙이거나 서명운동 등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교수들 또한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이어갔다. 본교 총학생회(총학)와 교수진, 일부 학생들도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동행동에 나서는 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움직임에 동참했다.

 교육부는 10월12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이념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키고, 교과서 집필진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사로 구성돼 있지 못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 창의성을 부정하며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학계 및 학생, 시민 등이 전국적인 국정화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학, 교내에서 지역사회까지 이어진 교과서 국정화 저지 움직임
 본교 총학은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학생 발언대 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총학은 국정화 발표 이틀만인 10월14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학은 기자회견 성명서를 통해 “현재의 교육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은 하나의 역사관만을 올바르다고 강제하는 시대역행적인 시도”라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친일독재 권력의 자서전이 아니라 항일과 민주주의의 역사”라고 말했다.

 총학은 10월13일부터 총학 단식장, 학생문화관(학문관) 1층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10월15일 이후로는 학문관에서 무인 서명 가판대를 설치했다. 이화인 2003명(10월27일 오후2시 기준)이 서명에 참여했으며, 총학은 서명운동 서류를 10월30일 교육부로 전달했다. 또한, 총학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본교 네트워크와 함께 학생들의 참여 신청을 받아 10월22일~10월30일 정문에서 1인 피켓팅을 진행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총학의 움직임은 지역사회로 확산됐다. 총학은 10월23일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 명물거리에서 진행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학생 발언대에 참석했다. 매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해 청계광장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시위에도 참여했다. 10월31일에는 서울시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화저지 전국 대학생 공동행동에 동참했다.

△본교 교수진, 교과서 국정화 집필 거부 나서…교수 76명 국정화 반대 발표
본교 일부 교수들도 10월14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성명서와 집필거부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영미 교수(사학과) 등 76명은 “정부가 역사관과 한국사 교과서를 독점하려는 상황에 직면해 강한 우려와 반대를 표한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중단을 요구한다”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냈다.
그중 역사학 관련 교수들은 한국사 교과서 집필 거부 성명을 추가로 밝혔다. 김 교수 등 9명은 성명서에서 “오직 독재국가와 전체주의 국가들만이 한국사 교과서와 역사교육을 독점하고 있다”며 “정부의 국정화 정책은 시대착오적, 비민주주의적, 비교육적이고 21세기 국제적 상식에 현저히 어긋나는 것”이라며 한국사 교과서 집필을 거부했다.

△본교생, 교과서 국정화 저지 위한 대자보부터 피켓팅까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자보와 포스터도 학문관, 이화?포스코관, 학관 등 교내 곳곳에 붙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이화나비 대표인 이해지(사학?13)씨는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다시 만든다’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씨는 “학내 부착된 대자보를 보고 서명운동, 광화문 집회 참여 등 직접 행동하는 이화인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본교에는 ▲살아있는 근현대사 역사 동아리가 작성한 ‘정권의 입맛대로 역사책을 바꿀지라도 정방향으로 가는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변혁적 현장 실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학생위원회 이대 분회(준)가 작성한 ‘역사를 사유화하려는 박근혜 정권에 맞선 저항의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이화여대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권연수(물리?14)씨가 작성한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라고요?’ 등 수많은 대자보와 포스터 전단지가 붙었다. 10월30일 오후3시까지 학문관에는 대자보 15개(중복 포함)가 붙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10월29일에 열린 전국여성대회에 축사를 하기 위해 본교를 방문했다. 이날 방문을 거부하며 피켓팅을 하는 학생들과 사복경찰의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反) 여성정책, 박근혜는 이대에 발도 붙이지 말라!’, ‘국정화 추진하는 박근혜 나가라!’, ‘시대역행 국정교과서 추진하는 박근혜 대통령 환영할 수 없다!’ 등의 피켓을 들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복경찰의 저지가 격해지면서 일부 이화인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본교생들은 대학가에서 부는 국정화 반대 운동이 더욱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답했다. 김선주(사회?13)씨는 “역사는 국가에 의해 독단적으로 규정될 수 없으며, 국정화 교과서에 독재 정권과 친일파를 미화하고 독립운동에 대한 평가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많은 국민과 학계에서 국정화를 반대하는데도 이를 묵살하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화인 시위에 사복경찰이 등장하는 등 민주주의를 제창하는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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