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를 포함한 대학가 전반에서도 학생과 교수들의 주도하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대학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고, 대학생들은 연대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교수들은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대자보, 연대 통한 학생들의 움직임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은 대자보를 붙이는 것이다. 학생들은 ‘친일미화 모두 다 국정교과서에로!’, ‘우리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 온 지난날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침묵하지 않는다’, ‘올바른 역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등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학내 곳곳에 붙였다. 연세대에 대자보를 개시한 연세대 박성근(교육·13)씨는 “교육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여러 교육정책에 관심이 있었고, 이번 국정교과서 사태 역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며 “여러 대학생의 국정화 반대 의견이 대중의 시선을 끌지 못해 어떻게 하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대자보를 썼다”고 말했다.
홍익대에 대자보를 쓴 또 다른 학생 홍익대 양희도(산디·15)씨는 “이번 국정교과서 논란은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파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연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연대 네트워크로는 ‘한국사 국정화 저지 청년학생 네트워크’가 있다. 이 단체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모임으로 ▲청년독립군 ▲청년정치로 ▲청년하다 ▲평화나비네트워크 ▲한국청년연대 등의 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사 국정화 저지 청년학생 네트워크 김선경 공동상황실장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며 “국정교과서가 친일을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할 것으로 예상해 역사를 후퇴시킬 수 없었다”고 여러 단체가 모인 이유를 밝혔다.

 한국사 국정화 저지 청년학생 네트워크는 10월24일 오후4시30분 보신각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제로 대자보 백일장을 주최했다. 백일장은 10월12일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이후 여러 대학에서 대자보를 통한 반대의견 표출이 많아, 재기발랄한 대자보를 통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자는 취지에서 개최됐다. 행사에는 약 100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장원은 ‘일제에 당하고도 일본을 위한 친일 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쓴 중학생 조경진 양이 수상했다. 이 외에도 한국사 국정화 저지 청년학생 네트워크는 반대 집회, 1인 시위, 학내 서명운동, 피켓팅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총학)도 연대해 국정화 반대 움직임에 함께하고 있다. 본교를 포함해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등 26개 대학의 총학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대학생 대표자 시국회의’는 10월20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대학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10월22일~10월31일 정오~오후12시30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과 1인 릴레이 피켓팅을 진행했으며, 10월30일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교수
 교수들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전문가 활동과 사회운동을 전개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집계 결과에따르면 10월28일 자정 기준 국내·외 대학 162개와 연구소 18개의 교수 1967명이 국정화 반대 선언에 동참했다.

 10월13일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명은 가장 먼저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집필 거부 선언문에서 ‘40년 전 유신정권이 단행했던 교과서 국정화의 묵은 기억이 2015년의 한국 현실에서 재현되는 모습을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그런 제의가 오리라 조금도 생각하지 않지만,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 13인 전원은 향후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집필 거부 선언에 동참한 연세대 하일식 교수(사학과)는 “권력이 가려내고 엮은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다”며 “현 정부 여당은 우리 사회 수준에 맞지 않는 전체주의적 시도를 하고 있으며, 역사학자들은 우리 사회를 과거로 돌리려는 시도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라고 집필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하 교수는 “대학생은 민주공화국 시민의 일원으로서, 지성인으로서 대학가의 국정화 반대 움직임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10월22일 서울대 역사교수들은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와 대안 교재 제작을 선언했다. 서울대 역사학 관련 5개 학과 36명의 교수는 집필 거부 선언문에서 ‘수많은 반대의견, 특히 학자·교사들의 압도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제작한다면 우리는 그와 관련한 어떤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께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에 ‘정부 여당은 한국사뿐만 아니라 동·서양사, 고고학, 미술사학, 역사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현장의 교사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시민들의 여론에서도 우위를 누리지 못하고 거의 모든 언론이 반대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집필 거부 선언에 참여한 서울대 오수창 교수(국사학과)는 “국정교과서는 올바르지 않은 교과서이고 역사왜곡”이라며 “교수는 교육제도에 책임을 지고 제도의 심각한 퇴보를 막기 위한 의무를 갖고 있다”며 집필을 거부했다. 그는 “역사교육의 본질은 학생들로 하여금 옳은 것이 무언가 스스로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 나가게 하는 것”이라며 “대학가의 반대 움직임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적 틀을 지키고 권력으로부터 학문과 교육의 독립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운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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